계절을 닮아있을 당신에게
10년 뒤의 나에게: 계절을 닮아있을 당신에게
안녕, 잘 지내고 있니?
여전히 제주의 바람은 다정하고,
너의 손끝에는 흙의 온기가 남아 있는지 궁금해.
10년 전의 나는 지금,
계절이 차려주는 속도에 맞춰
걷는 법을 배우고 있어.
때로는 기다림이 길어
마음이 조급해질 때도 있지만,
결국 꽃은 피고 열매는 맺힌다는
당연한 진리를 믿어보려 해.
10년 뒤의 너는
조금 더 '둥근'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세상의 거친 말들에 상처받기보다,
제주의 오름처럼 모난 마음을 다독이며 사는
그런 사람.
"아, 그때의 나도 그런 마음이었지"라며
과거의 나를,
그리고 지금 네 곁의 사람들을
가만히 이해해 줄 수 있는 넉넉함이 생겼기를 바라.
기억해줘,
지금의 내가 흘리는 땀방울과 선택의 이유들을.
내가 농사짓는 건 단순히 농산물이 아니라
'시간'과 '진심'이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해.
10년이라는 시간이
너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겠지만,
그 단단함이 딱딱함이 아니라
어떤 비바람에도 깊게 뿌리 내린
나무의 유연함이길 기도할게.
여전히 고운 문장을 쓰고,
여전히 농장의 시간을 사랑하고 있기를.
10년 뒤에도 너의 하루가 평안하기를 바랄게
"농부의 기다림은 포기가 아니라,
가장 좋은 때를 위한 정성임을 잊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