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창작물의 평가
지난 글 "AI 창작과 저작권, 누구의 권리인가? https://brunch.co.kr/@jejung/359 "에서 미국 저작권청이 AI가 만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법적 결정을 내렸으나 AI 학습에 사용된 기존 작품의 권리 침해 문제와 창작물의 출처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공정한 사용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전 글에 이어 이번에는 그 작품들이 어떻게 평가되어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AI의 참여가 예술의 창작 과정에 깊숙이 개입하면서 우리가 작품을 평가하는 기준 또한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과거에는 작품의 미적 완성도와 기술적 숙련도가 주요 평가 기준이었지만 AI가 창작에 개입하면서 창작 과정과 작가의 역할 그리고 작품의 맥락이 더욱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제 작품은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라 AI와 인간이 어떻게 협력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창의성이 발휘되었는지를 중심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AI가 생성한 이미지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과 AI의 출력을 수정하고 결합하여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창작 행위입니다. AI 창작물의 가치는 단순히 결과물의 미적 수준이 아니라 그것을 만들어내기 위한 프롬프트 작성, 데이터 선택, 후반 작업 과정 등에서 창작자가 얼마나 개입했는지에 따라 평가되어야 합니다. 같은 AI 도구를 사용하더라도 창작자의 개입 방식과 활용법에 따라 완전히 다른 작품이 탄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작품의 맥락 또한 중요합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여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내지만 그 자체로는 의미를 창조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AI 창작물이 기존 예술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사회적·철학적·문화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 그리고 단순한 시각적 아름다움을 넘어선 개념적 깊이를 가지고 있는지가 평가의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예술은 더 이상 단방향적인 표현에 그치지 않고 관객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더욱 풍부한 의미를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기에 작품이 고정된 형태에서 벗어나 관객과 함께 변화하고 발전하는 경험적 예술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기회가 확장되고 있다. 이에 작품은 상호작용성과 참여도라는 새로운 요소를 포함할 수 있습니다. 현재도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AI 기반의 작품이 관객과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작품을 선보이며 관객이 직접 창작 과정에 개입할 수 있는 구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품은 더 이상 고정된 결과물이 아니라 관객과 함께 완성되는 경험적 예술로 기존 미술에서는 작가의 의도가 중심이었다면 AI 시대에는 관객의 해석과 참여가 작품의 핵심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AI를 단순한 도구로 사용할 수도 있지만 창작자의 개성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알고리즘을 개발하거나 기존 예술 문법과 AI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내는 시도가 이루어진다면 이는 단순한 자동 생성과는 차원이 다른 창작 행위로 볼 수 있습니다.
AI 시대의 작품 평가 기준은 단순히 ‘잘 그렸는가’에서 ‘AI를 얼마나 창의적으로 활용했는가’로 이동해야 합니다. AI가 예술의 영역을 확장하면서 작품을 바라보는 방식 또한 창작 과정과 맥락 그리고 인간과 AI의 협업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중심으로 변화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