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는 맛있다.
세계적인 요리사 고든 램지가 국산 맥주 카스의 광고에 출연한지도 벌써 몇 년이 지났다. 당시 비싼 모델료를 지불할 생각 말고 맛에 집중하라는 혹평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셀럽 셰프를 티브이 화면에서 볼 수 있는 것은 큰 즐거움이었다.
사실 광고에 오래도록 기억될 독창적, 결정적 한방이 있는 건 아니었다. 한국 음식과 카스는 정말 잘 어울린다는 고든 램지의 멘트는 나도 격하게 공감하는 부분이었으나 '캬~' 하는 그의 한국식 감탄사는 조금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렇다고는 해도 자본주의에 굴복한 스타 셰프라고 이야기할 정도는 아니었다.
제법 괜찮은 맥주 모델이었다.
나도 한때는 국산 맥주는 별로라며 잘 찾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깊은 풍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싱거운 맛과 시종일관 트림을 유발하는 과한 탄산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맥주에 대한 사랑이 깊어질수록 국산 맥주를 폄하했던 나의 생각은 옳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제주 올레길을 걷다 물로도 해결 되지 않는 갈증에 맥주 한 잔이 간절할 때가 있었다. 도저히 편의점이 있을 것 같지 않은 작은 마을. 드디어 골목길을 지나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작은 슈퍼 하나가 등장했다. 카드 계산도 되지 않던 그곳에서 비상금으로 쟁여둔 만 원짜리 한 장으로 자신 있게 사 마신 카스 한 병. 전투 구보 후 마시는 이온음료 한 잔 보다 더 강력한 몸과 마음의 수분충전 이었다.
익숙함은 소중함을 잊게 만든다. 우리나라 맥주들도 비슷한 처지가 이날까? 어디에서든 쉽게 구할 수 있고 누구나 알고 있어 특별함이 없기에 그렇고 그런 술로 저평가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카스의 진가를 알기 위해서는 한국음식점에 들르는 것이 좋다. 특히 간이 어느 정도 되 있는 메뉴들과 먹으면 찰떡궁합을 이룬다. 순대볶음, 생선조림에 카스 한 잔을 곁들이면 평범한 식당도 어느새 세상 맛집이 되어 있으니 말이다.
최근 ALL NEW를 외치며 투명한 유리옷으로 갈아입은 카스. 어느 삼겹살 집에서 오래간만에 다시 만난 녀석의 변신은 어색했지만 나쁘지 않았다. 고기 한점, 카스 한 잔, 익숙한 그 맛은 언제나 안정감과 편안함을 선사한다. 코로나 거리두기로 짧아진 영업시간 탓에 더 마시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언제 어디서든 만날 수 있어 참 다행이다.
카스CASS
한국/오비맥주/4.5%/라거
1994 처음 탄생하여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국인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걸어왔다. 부담없이 마시기 좋은 맛과 착한 가격의 국민 맥주인 녀석에게 한 번쯤은 따뜻한 시선을 보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