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쇼퍼홀릭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진열장은 무엇인가?
가지런히 열을 맞춰 반짝반짝 저마다의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맥주 진열장이 바로 그것이다.
그 아름다움에 취해 맥주를 사러 가는 발걸음은 언제나 조급하여 재촉하게 된다. 빨리 목적지에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에 카트를 미는 손에 힘을 더해본다. 고작 마트에서 맥주를 구입하려는 순간일 뿐인데 무슨 아름다움이며 조바심이란 단어까지 나오나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 나의 밤을 기쁨으로 가득 채워줄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에 이 정도 단어 선택은 오히려 충분하지 않다.
사람은 겉과 속이 다르면 좋지 않은 법. 그럼에도 불구하고 맥주에 대한 나의 진실과 행동은 매번 같은 곳을 바라보지 않는다. 내 마음속 천사와 악마는 아무것도 아닌 맥주 한 잔을 위해 매일 밤 치열한 말다툼을 벌인다. 맥주를 마시자고 유혹하는 쪽이 천사인지 악마인지는 사실 나도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솔직한 마음은 매일 밤마다 맥주를 마시고 싶지만 현실은 일주일에 두세 번으로 만족하고 있다. 아무리 낮은 도수의 겸손한 알코올 함유량으로 가벼운 취기를 선사하는 술이라지만(물론 그렇지 않은 맥주들도 제법 되지만 보편적으로는) 매일 밤 마시기에는 여러 가지로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 때문이다.
제한사항이 있는 일은 더 하고 싶어 지기 마련이다. 스스로 만들어낸 제약이지만 그 덕분에 음주의 소중함은 준비하는 순간부터 절실히 느껴진다. 때문에 맥주를 구입하기 위한 장소 선정 또한 나에게는 아주 중요한 문제다.
사실 맥주를 구입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편의점 4캔 만원 세트가 있지 않은가? 허나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으니 익숙함에 만족하지 못하고 새로운 맛을 갈구하게 된다.
결국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조금 더 발품을 팔아야 하는 것이다. 뭐, 한 달에 한두 번 정도인 맥주 쇼핑인데 그 정도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현명한 소비자는 원하는 물건을 저렴하게 구입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마니아들의 쇼핑 품목은 그 정도가 심해질수록 과소비의 원흉이 된다. 맥주도 마찬가지다. 바틀샵에서 구입한 특별한 크래프트 맥주의 한 병 평균 가격은 7천 원 정도. 고작 맥주 서 너 병을 위해 몇 만 원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한 마트에서 몇 병의 맥주들의 바코드 리딩이 끝난 뒤 찍힌 가격을 본 직원은 다시 한번 품목을 확인해 보는 것이 아닌가? 맞은 계산이라는 나의 말에 너무 비싸다며 손사래를 치는 그녀의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아른거린다.
비싼 것은 인정한다. 300ml에 5만 원을 호가하는 녀석들도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계속 특별한 맥주만 고집하다가는 내 주머니 사정은 맑을 날이 없을 것 같다. 더불어 늘어나는 뱃살도 더 이상 감당할 자신이 없다. 아쉽지만 이제 맥주 쇼핑에도 절제가 필요한 때가 왔다보다.
그래도 가끔은 추천하는 주변 맥주 구입처
◾ 대형마트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판매하고 있지만 막상 자세히 살펴보면 살만한 맥주들은 그리 많지 않다. 늘 그 맥주가 그 맥주다. 하지만 가끔 전용잔을 포함한 패키지 할인행사를 진행한다는 장점이 있으니 눈여겨볼 것.
◾ 편의점
주세법 개정으로 네 캔 만원의 행복의 폭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마음껏 골라보자. 편의점마다 다른 브랜드의 다양한 맥주를 고를 수 있다.
◾ 맥주 전문 바틀 숍
숍 주인의 취향이 많이 반영되어 있지만 요즘 트렌드에 맞은 세계 유명한 맥주들을 구입할 수 있다. 4병 이상 구입하면 전용잔을 주는 자체 행사를 진행하기도 하며, 주인장과 친해지면 덤으로 얻을 수 있는 행운이 따르기도 한다. 와인에 위세에 눌려 점점 자취를 감춰가는 것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