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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앓이 Nov 15. 2021

혼맥의 품격 17

싱가포르 펍투어 - 3

혼맥의 품격 in Singapore 3
Tap Craft Beer


싱가포르에서 맞이하는 두 번째 날이 밝았다새벽부터 일어나 운동을 하고 부지런을 떨었지만 역시나 호텔 밖으로 나가는 것에는 게으름을 피우고 있었다어제의 불지옥 더위가 오늘이라고 나아질  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결국 거리로 나선 건 정오가 다 된 시간. MRT를 타기에도 애매한 거리였던 나의 목적지는 걸어서 불과 15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결국 나는 다시 뙤약볕 아래 묵묵히 걷는 여행자의 길을 걷기로 했다.


@무더운 싱가포르 시내

어쩐 일인지 다행히도 목적지까지는 그리 땀을 많이 흘리지 않았다. 적어도 좌표가 가리키는 곳까지 도착했을 때만큼은 그랬다. 문제는 그다음부터. 분명 그 자리에 있어야 할 펍이 보이지 않았다. 이정표를 보고 이리 가보고 저리도 가보았지만 도무지 그곳이 보이지 않았다.


그야말로 화나는 상황(개빡치는)만약 그곳이 실내가 아닌 실외였다면 내면의  다른 자아가 나타났을지도 모를 일이다.


10분여를 헤맨 뒤에야 겨우 반가운 풍경을 마주했다. 저 멀리 일어선 채 맥주를 마시는 노신사의 모습이 보였다. 목적지를 코앞에 두고 왜 그리 헤맨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쨌든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다.


@Tap Craft Beer

싱가포르 펍 투어 3번째 장소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다양한 크래프트 맥주를 마실 수 있는 
TAP Craft Beer.

평일 낮 시간이었던 탓인지 무척 한가했다. 온 탭 리스트를 보니 10가지도 넘는 다양한 맥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몹시 흡족했다.


@On Tap List

유명한 미국 맥주들도 많았지만 로컬 맥주가 먹고 싶었던 나는 Cross Walk라는 싱가포르 크래프트 맥주를 주문했다.

한 잔에 16$를 호가하는 부담스러운 가격 때문에 나를 놀라게 했던 전날의 상황과는 달리 오늘의 맥주들은 16oz에 10$라는 가벼운 가격이었기 때문이었을까? 첫 모금에서 맛있다는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풍부한 홉향이 입안 가득. 내가 기대했던 크래프트 맥주의 참 맛을 이제서야 느낄 수 있었다.


@Tap Crafr Beer

두 번째 잔까지 호기롭게 비우고 나니 제법 취기가 오르기 시작했다. 마지막 잔으로 Cross Walk의 알코올 도수 7% IPA를 마시고 싶었지만 다음 일정을 포기할 수는 없었기에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낯부터 술판을 벌이는 내가 단골의 상을 가지고 있었는지 점원은 적립 스탬프 카드를 찍어주며 다음에는 저녁시간에 오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Tap Craft Beer

이렇게 멋진 펍의 단골이 되어 적립카드의 도장들을  찍어 격파하고 무료 맥주 한 잔을 마시고 싶은 것이  솔직한 바람하지만 내일은 다른 곳으로 떠나야 하는 나는 투어리스트다.

물, 맥아, 홉
불변하는 맥주의 원료다. 세계 어디를 가도 이것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익숙해서 지루했던 맛도 다른 곳에서 다른 이름을 가지고 마주하니 그 색다름으로 인해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연인을 두고 바람을 피우는 상황처럼 말이다.

내일은 또 어떤 맥주와 분위기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오늘의 성공이 선사한 내일의 기대감을 품에 안고 그렇게 싱가포르의 두 번째 날이 저물었다.


@Tap Craft Be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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