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라서 더 특별한 혼맥.
많은 이들에게 제주는 힐링과 꿈의 섬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설레는 마음은 벌써 제주로 향하고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제주와의 특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다. 제주는 나의 첫 홀로 여행지였으며, 나의 첫 책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때로는 즐기는 곳이었고, 또 어떤 때는 슬픔을 치유해 주었던 제주는 마치 마법 같은 섬이다. 그래서일까 육지에 살면서도 하루가 멀다 하고 제주를 찾고 있는 편식 여행자의 삶이지만 지루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이제는 가도 할 것이 없지 않으냐?’는 지인들의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은 언제나 ‘아직 못 해본 것이 더 많아요.’ 다.
제주는 언제나 다양한 매력으로 가득하다.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많은 명소들과 신선한 식재료들로 만든 음식들이 체중 증가를 보장하는 맛집들, 찍으면 무조건 화보가 된다는 사진 찍기 좋은 카페까지 마음먹고 몇 달을 돌아다녀도 다 가보는 것은 불가능할 정도다. 어떤 이들은 새로운 장소를 찾아 제주를 찾는다. 하지만 나의 경우 익숙한 것 들에서 새로운 매력을 찾는 것을 좋아하다. 제주에서 맥주를 마시기 시작한 이유도 제주에서 마시는 맥주에 특별함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최근 크래프트 비어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높아진 것에 대한 결과일까. 국내외 유명 크래프트 비어 브루어리들이 제주에 보금자리를 틀었다. 특히나 한국의 대표 크래프트 비어 맥파이와 뉴욕을 대표하는 브루클린 브루어리(제주맥주)의 제주 상륙은 제주를 사랑하는 맥덕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맥주의 대부분의 성분은 물이 차지한다. 그 주요한 재료인 물을 제주에서 공수할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Made in JEJU 맥주들은 육지 출신 맥주들에 비해 상당히 매력적이다.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제주시에 한 외국인 브루어가 홀로 만드는 수제 맥주 펍이 있었다고 한다. 아쉽게도 시대를 앞서갔던 그의 펍은 문을 닫아 독특했다는 그의 Made in JEJU 맥주는 과거의 이야기로 남아버렸지만 대신 맥주의 고수들이 만드는 수준 높은 제주 맥주를 마실 수 있으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제주맥주 제스피
제스피와의 첫 만남은 2013년 어느 가을날이었다. 크래프트 비어라는 단어가 일반인들에게 그리 친숙하게 다가오지 않았던 시절, 제주의 맑은 물과 청정보리로 만들었다는 제주맥주 제스피의 탄생 소식에 호기심이 일어난 제주 앓이 중인 육지의 여행자는 제스피를 만나기 위해 기꺼이 비행기에 올랐다. 제스피 맥주를 맛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인 제스피 펍은 제주시 연동 바오젠거리에 한 귀퉁이에 자리하고 있었다. 마감 시간이 임박한 밤늦은 시간, 홀로 종종걸음으로 골목 길을지나 목적지로 향하는 동안 설렘과 걱정스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 그리고 드디어 도착한 제스피 펍. 전형적인 한국식 펍 분위기로 꾸며진 실내는 그리 특별할 것이 없었다. 하지만 펍의 주인공은 실내 장식이 아닌 맥주 일터, 서둘러 맥주 한잔을 주문했다. 곧 감귤향이 난다는 페일 에일이 내 눈 앞에 등장했다. 나에게는 첫 크래프트 비어였던 제스피 페일 에일. 설레는 첫 잔이 입안 가득 청량함과 향긋함을 채워주었다. 퇴근 후 마지막 비행기를 타고 내려온 수고가 가치 있어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야심 차게 탄생했던 제스피 맥주는 그 후 여러 가지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으며 발전이 아닌 퇴보의 길을 걸어왔다. 아직 운영되고 있는 펍은 예전 모습 그대로이지만 그마저 있던 활기를 잃은 지 오래다. 몇 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관광객들에게 호기심에 그저 한번 체험해 보는 정도의 맥주로만 인식이 되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제주시 신대로 16길 44 (바오젠 거리)
16:00 ~ 01:00 연중무휴
맥파이 제주
제주의 발전과 함께 과거 제주의 중심이었던 탑동 일대는 구도심이라는 향수 젖은 이름의 변두리로 전락해 버린다. 하지만 한 미술 컬렉터의 손으로 탄생한 새로운 미술관의 탄생은 탑동을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변신시켰다. 옛 극장과 모텔 건물은 세련된 모습의 미술관으로 부활했고, 주변에는 멋진 카페와 식당, 그리고 제주의 젊은 영혼들의 안식처가 되어 줄 크래프트 비어펍 맥파이가 들어섰다. 물론 혼맥을 즐기는 나는 번잡함을 피하기 위해 오픈 시간에 맞춰 당당히 홀로 펍으로 들어섰다. 제주에 취해 분위기에 취해 맥주 몇 잔 마시다 보면 건너편 그녀가 지상 최고의 미녀로 보일 법한 은은한 조명들. 그리고 오픈된 키친에서 열심히 피자 도우를 만들고 있는 직원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태원에서 이미 명성이 자자한 맥파이는 다양한 라인의 맥주를 계절마다 다르게 선보이고 있었는데 촌따이, 현무암 등 재미있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맥주들도 있었다. 하지만 혼자서 다 마신다면 고주망태가 될 것이 뻔할 터, 적당히 세 잔만 마신 뒤 아쉬움을 뒤로한 채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이제는 중문에 맥파이 브루어리가 생겼고, 이제 제주에서 만드는 맥파이 맥주를 맛볼 수 있는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다.
제주시 탑동로 2길 3 아라리오 뮤지엄 탑동 시네마 옆
17:00 ~01:00(매일)
탭하우스더코너
제주시에 위치한 호텔 1층 코너에 자리 잡은 모던한 크래프트 비어펍인 탭하우스더코너는 사실 일부러 이 주변 숙소를 잡지 않는 이상 여행 중 방문은 쉽지 않다. 바다도 산도 보이지 않는 도심의 평범한 펍의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 탭하우스더코너가 특별한 이유는 다양한 종류의 크래프트 비어를 만나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맥주를 사랑하는 오너의 열정 속에 진정 맥덕을 위한 펍으로 자리매김한 곳이기 때문이다. 호텔 로비 한편이라 그런지 다소 한정된 공간이라는 점이 아쉽지만, 주말에는 자리를 잡기 어려울 정도로 손님이 많다. 하지만 혼자서도 바 쪽에 좌석을 잡고 앉는다면 부끄러워할 필요 없이 맥주를 즐길 수 있으니 제주에서 혼맥 하기에 이만한 곳이 또 없을 것이다.
제주 제주시 도령로 27 베스트웨스턴 제주 호텔 1층
18:00 ~ 01:00 (일 휴무)
제주수제맥주
중문 시내에 작은 수제 맥주집. 모르고 간다면 그냥 지나치기 딱 쉬운 존재감이 잘 드러나지 않는 아담한 크기의 펍이다. 인테리어는 나름 모던을 추구하는 듯 하지만 동네 호프 같은 친근함이 묻어난다. 이곳에서는 오늘은 나도 욜로 처자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안주는 화려하지 않지만 제주 지앵들의 히피 한 분위기가 되려 맥주를 더욱 맛깔나게 하는 곳이다. 맥파이와 핸드앤몰트의 맥주들을 만나볼 수 있으며 솔직히 혼맥보다는 여럿이 가는 것이 더 좋은 곳이다.
제주 서귀포시 천제연로 266
18:00~ 02:00 (수 휴무)
제주에서 브루어리 투어
맥파이와 제주맥주는 맥덕들을 위한 브루어리 투어를 운영 중에 있다. 수고롭게도 이메일 신청을 하면 메일로 참가 여부를 확인받아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제주에서 특별한 체험을 하고 싶은 맥덕들에게는 최고의 여행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제주맥주 브루어리
http://www.jejubeer.co.kr/beer/
맥파이 브루어리
주말 13,15, 15시 brewery@magpiebrewing.com로 예약 메일
가장 제주스러운 맥주의 탄생
제주위트에일
한림에 위치한 제주맥주에서 만든 첫 번째 맥주 제주위트에일. 제주의 푸른 바다와 한라산을 형상화한 시원한 디자인이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선사한다. 제주지역 편의점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어 제주여행의 즐거움이 하나 더 생긴 것 같아 행복감을 안겨준다. 밀맥주의 부드러움과 감귤의 상큼 향긋함을 조화롭게 느낄 수 있는 맛이다.
JEJUWITALE
한국/제주맥주/5.3 ABV/위트 에일(상면발효)
제주지역 일부 음식점과 대형 편의점에서 구입 가능하며 가격은 3700원 대
판매처 확인은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