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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비자림로는 확장공사 중

제주 비자림로 확장공사는 옳은 결정이었을까?

by 제주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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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친구의 다급한 메시지를 받았다. 제주 비자림로 삼나무들이 도로 확장공사로 훼손되고 있는데 알고 있었느냐며 제주 여행을 가면 늘 지나는 가장 좋아하는 드라이브 코스였는데 이제 다시는 그 모습을 못 보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가 가득 담긴 내용이었다.


충격적 이게도 나는 그 사실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자칭 제주를 사랑한다는 여행자로 활발하게 SNS 활동을 하고 있는 나였지만, 정작 요즘 큰 이슈에 대해서는 깜깜무소식이었던 것이다.


솔직히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지역발전과 개발에 대한 의지는 환경보전과 지속적 발전이라는 명분으로 양보하기에 쉽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가까운 예로 해군기지가 들어선 강정동이나 신화역사공원이 들어선 제주 곶자왈을 생각해보자. 파괴해서는 안 되는 미래의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것들을 우리는 이미 잃고 말았다.


제주의 발전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아름다운 숲에 둘러 쌓여 있었던 작은 마을에는 공사판이 벌어지며 카페와 펜션이 들어서고 있다. 요즘 취향에 꼭 맞는 예쁜 카페와 식당, 숙소가 많아지는 것은 물론 어느 정도 내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하지만 세상 트렌디하고 분위기 있는 누구나 한번 가보고 싶은 장소들은 사실 제주보다 육지에서 찾는 편이 더 쉽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제주는 오래전부터 관광산업이 가장 주를 이루는 섬이었다. 화산섬 특유의 아름다운 자연환경 덕분에 우리 부모세대들의 대표 신혼여행지로 학생들의 수학여행 장소로 각광받아왔다. 하지만 모습들만 약간 바뀌었을 뿐 우리가 제주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늘 비슷비슷한 것들이었다. 사람들은 흥미를 잃었고, 동남아 여행지에 가성비로 밀리기 시작하며 급기야 올해는 내국인 개별관광객 수가 4년 만에 감소했다고 한다. 일본 관광객의 수가 늘고 있다지만 미미한 수준이고, 다시 제주를 찾고 있는 유커들이 제주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무사증 제도와 면세점 쇼핑이라고 하니 제주도 관광산업의 발전과는 크게 관련이 없어 보인다.


제주는 지금 난감한 상황에 처해 있음이 분명하다. 관광산업의 발전을 위해 낙후 지역의 접근성을 높이고 투자를 유치해 새로운 문명의 이기들을 만들자니 자연을 훼손해야 하고 매번 많은 이들의 반대를 무릅써야 하니 말이다. 이번 비자림로 확장공사처럼 말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자연을 파괴해 건물을 짓고 길을 넓히는 과거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제주의 긍정적인 발전을 기대해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물론 돌파구를 찾는 방법을 쉽지 않다. 하지만 실행하기 전에 좀 더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아이디어를 공모하거나 일주동로를 재정비하는 등의 다른 방법을 고려해 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는 판단하기 쉽지 않은 문제다. 도민이 아니기에 사실 매일 제주 앓이 중인 나조차 무어라 입을 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왜 우리나라에서의 발전이란 항상 휘향 찬란한 건물과 넓은 도로로 대변되는 것인지 그것이 제주에서 조차 통용되려 하는 지금의 현실은 옳지 못하다는 것이다. 오늘 공식적으로 비자림로를 아름다운 생태도로를 만들겠다는 원도지사의 발표가 꼭 실현에 옮겨 지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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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제주관광 내국인 주춤 외국인 다변화 성과 없이 급감 2018. 08.12 제민일보

제주 내국인 개별관광 4년 만에 첫 감소 2018. 08. 10 문화일보

중국 젊은 층 제주여행 선택한 최대 요인은 ‘무사증 제도’ 2018년 08.01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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