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제주 미술관 투어
정신이 번쩍 뜨이는 찬 바람에 괜스레 우울해지는 겨울날. 푸른 바다, 초록빛 오름으로도 도무지 치유되지 않는 여행자들의 감성에 한 줄기 따뜻한 빛이 되어 줄, 겨울 제주 미술관 투어 일정을 소개합니다.
제주 현대미술관
제주 중산간 마을인 저지리에 위치한 제주 현대미술관은 지난 2007년에 문을 연 공립미술관입니다. 이곳은 같은 지역에 위치한 문화예술인 마을을 활성화와, 도민 및 관광객들의 문화예술 활동 증진을 위해 설립되었죠.
하지만 그런 거창한 장소라기보다는 자연과 어우러진 분위기 속에서 편안하게 현대미술과 만나볼 수 있는 친숙한 곳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어울릴만한 것 같아요.
사실 현대미술은 그리 쉬운 분야는 아닙니다. 명확한 사물의 형체와 쉬운 주제보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모습과 작가의 의중을 전혀 파악할 수 없는 작품들이 가득하니까요. 저처럼 감상하며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던 분들도 더러 있으실 것 같네요.
하지만 이곳에서는 그런 걱정일랑 은 잠시 접어 두셔도 된답니다.
정문에서 미술관 건물로 향하는 길을 걸으며 듣는 새소리와 바람소리, 그리고 추위 속에서도 푸르름을 간직한 풀과 나무들은 예술이라는 무거운 주에 앞에 다소 긴장한 방문자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이완시켜 주지요.
시작이 좋으니 작품 감상 또한 어렵지 않습니다. 커다란 유리창을 통해 전시실을 비추는 따뜻한 제주 햇살의 따뜻함을 느끼며 나만의 방식으로 작가의 의중을 이해해 보면 그만이니까요.
‘곶자왈’과 균형을 이루며 자리하고 있는 현대미술관은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두 작가, 화합과 사랑을 주제로 삼았던 김흥수, 제주의 자연을 주제로 섬세한 회화를 선보인 박광진의 작품이 연중 상설 전시되고 있다. 2020년 1월 12일 까지는 제주의 하늘, 돌, 바람을 주제로 조각 작품을 만들었던 김방희의 조각전이 열리고 있다. (홈페이지 참고)
▶ 입장료 성인 2000원
문화 예술인 마을
현대미술관과 주변으로 36개의 예술인들의 작업실, 갤러리 등이 위치하고 있답니다. 일부를 제외하고는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담 넘어 엿볼 수 있기도 하고, 규모가 제법 되다 보니 현대 미술관 관람을 마친 후 야외 산책 겸 둘러볼 수가 있어요.
사람들의 발자취보다는 풀어놓은 개들이 더 많은 곳이기는 하지만 조용하게 걸으며 멋진 건물들을 감상할 수 있어서 좋은 곳이죠.
음악인의 집에서는 듣기 좋은 풍경 소리가 들리고, 작가의 집에서는 사색하기 좋은 정원이 마련되어 있기에 이곳이 누구의 집일까 맞춰보는 것도 문화 예술인 마을에서 즐길 수 있는 소소한 재미 중에 하나랍니다.
도립 김창열 미술관
문화예술인 마을에서 빠져나와 다시 현대미술관 입구로 나오면 김창렬 미술관으로 향하는 표지판을 볼 수 있어요. 따라가다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묵직한 느낌의 검은색 건물과 만나게 됩니다.
이곳은 물방울로 대표되는 김창열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곳이죠. 그저 영롱하면서 예쁜 사물이라고만 생각되었던 물방울은 작가에 손끝에서 때로는 인생을, 때로는 고통을, 때로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다양한 작품으로 재탄생되었습니다.
그 모습들은 웅장하고 기품이 느껴지기에 평소 미술에 관심이 없는 여행자들도 압도되기 마련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생활과 친숙한 물방울이라 그런지 이해하기에 큰 어려움은 느껴지지 않는답니다.
겨울은 황량한 계절이에요. 자연의 거의 모든 것들은 잠시 동안의 죽음을 맞이하지요. 그들과 잠시 이별해야 하는 인간들의 마음은 외로워질 수밖에 없답니다.
일상에서 예술과 친해지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지만 여행 중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여행은 일탈을 위한 좋은 핑계가 될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 이번 겨울에는 여행을 핑계 삼아 빈곤해진 감성을 한 것 충전해 보세요. 추운 겨울은 조금은 더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 테니까 말이죠.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김창열 화백의 물방울 작품을 모티브로 빛의 중정(정원)과 각각의 방들로 구성된 독특한 미술관으로 2016년 개관하여. (홈페이지 참고)
▶ 입장료 성인 2000원
▶ 입장료 성인 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