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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창석 May 25. 2023

가족 해외여행기#2.. 앗! 내 휴대폰..

동그라미 가족의 해외여행기

"아, 내 휴대폰.. 여보, 휴대폰이 없어.." 

아니, 이게 무슨 말이란 말인가?  

아름다운 정원의 맛을 한참 즐기고 있는데 조금 앞서 걷던 아내가 외치는 소리다.


동그라미 가족의 해외여행기 2일째다.

우리가 여행을 간 기간이 마침 일본이 연휴기간이었다. 관광지는 가는 곳마다 사람이 만원일 거라는 가이드의 얘기에 따라 아침 일찍 출발을 하기로 했다. 여행지 순서도 변경했다. 일정상으로는 오하라 마을을 먼저 보고 청수사로 가기로 돼있었는데 앞뒤순서를 바꿨다. 오늘 일정 중 가장 유명한 곳인 청수사를 그나마 좀 이른 시간에 먼저 둘러보는 게 좀 낫다는 가이드의 추천이었다. 7시경 이른 아침을 먹고 버스에 올랐다. 

  


아침 이른 시간 코토에 있는 청수사를 보고 얼마간을 달려서 조용한 시골마을인 오하라 마을을 갔다.   

오하라마을은 고즈넉한 분위기가 마음의 안정을 주는 조용한 시골마을로 예로부터 왕족이나 귀족들의 쉼터로 사랑받아 온 곳이라고 한다. 우리는 아주 아름다운 정원을 볼 수 있다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힐링을 하고 가면 된다고 안내를 곁들인다.    


우리가 탄 버스는 구불구불 굽어진 시골길과 산길을 달려서 허스름한 시골 주차장에 도착을 했다. 주차를 관리하는 건물도 없는 곳, 주차장인지도 모를 곳이다. 주위는 온통 산과 숲, 하천도 보이고, 농사를 하는 밭들도 보였다. 사람이 살고 있는지도 모를 조그마한 몇몇 농가들도 보였다. 전형적인 농촌 시골풍경으로 보기만 해도 눈이 힐링이 되는 곳이었다.


버스를 내리고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걷기를 시작했다. 가이드의 말로는 꽤나 걸어야 한다고 했다. 

가는 길은 국내의 어느 산을 오르는 등산코스 초입길과 다름이 없었다. 길가 오른쪽으로는 크지 않는 계곡이 흐르고, 반대편에는 크고 작은 상점가들이 로컬푸드를 파는 풍경이었다. 길은 2~3명이 같이 걸을 수 있을 정도의 좁은 길이었다.  분위기만 보면 이국임을 느낄 수는 없을 정도다. 오른쪽에서 흐르는 계곡에는 맑은 물이 졸졸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었다. 다소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길가의 가게는 아직 문을 열지 않은 곳이 많았다. 40분여를 산속으로 산속으로 걷다 보니 거대한 계단이 나왔다.    


산젠인이라는 고찰이라고 한다. 

오하라에서 가장 유명한 절로서 8-9세기에 일본 왕족들이 직접 운영하던 사찰이다. 오래된 사찰에서 그 역사가 느껴지고, 이끼 정원기 절을 둘러싸고 있어 자연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준다. 여기에서는 다도를 체험할 수 있는 코스도 인기가 있어서 다과를 즐기며 정원과 절을 구경할 수 있다. 


높은 계단을 올라서니 건물의 실체가 보인다. 전형적인 일본의 건물 모습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층의 나지막한 건물로 크지도 않아서 별다른 게 없어 보일 듯했다. 발권을 하고 입구를 들어섰다. 실내라서 신발을 벗고 실내화를 신었다. 조용히 관람을 해야 하는 곳이라 끼리끼리 자유관람을 하기로 했다. 


내부는 옛 고찰의 실내 모습, 여느 집의 실내와도 같은 모습이었다. 굉장히 넓고 아늑했다. 친근감이 있다. 몇 칸인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방향도 알 수 없을 정도였다. 칸칸마다 볼 것, 체험할 것, 구입할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삼삼오오 돌아다니면서 여기 기웃 저기 기웃 관람을 했다.  


들어올 때 외부에서는 안 보였으나 건물 안쪽이 거대한 정원이다. 안에서 차를 마시면서 밖에 펼쳐지는 정원을 감상할 수 있는 구조다. 차를 마시는 것은 별도 요금이라고 한다. 마치 우리나라 한옥 마루에 앉아서 차를 마시면서 정원을 바라보는 모습 그 정도다. 


나도 마스터가드너 활동을 하면서 국내의 여러 정원을 구경해 봤지만 이건 또 다른 형태의 정원이다. 우리나라의 정원문화가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언 듯 들은 기억이 있다. 원조로서의 품격과 규모를 제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실외정원을 걸을 때는 신발을 다시 신어야 한다.

산젠인 정원 모습

" 여보, 내 휴대폰이 없어.." 갑자기 이게 무슨 말인가? 

나보다 조금 앞서가면서 정원을 걷던 아내가 뒤돌아 서면서 하는 말이다.

" 잘 찾아봐.. 가방에는 없어? 가지고 온 건 맞아? " 

" 응, 여기저기 뒤져봐도 없어.. "

아내는 지갑형 휴대폰 케이스에 신분증이랑 신용카드를 놓고 다닌다. 다행히 여권은 별도로 가지고 있었지만 신분증 하고 신용카드가 같이 있어서 문제다. 어쨌든 휴대폰은 찾아야 했다. 멍해지는 순간이다. 

전화를 걸 수도 없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휴대폰 못 봤냐고" 물어볼 수도 없는 대략 난감이다. 


" 여기 가만히 있어봐. 내가 왔던 길을 다시 갔다가 와볼게.." 아내는 일단 오면서 빠뜨리지 않았나 찾아보겠노라고 돌아섰다. 집 구조가 하도 미로라 돌아오는 게 걱정이 됐지만 할 수 없었다. 기다릴 수밖에 없다. 


나는 일단 가이드를 불렀다. "아내가 휴대폰이 없어졌다 그러는데.." 

" 휴대폰을 버스에서 가지고 나온 거는 맞은가요? " 

" 아내가 아무 생각이 안 난데요.. 찾아본다고 일단 왔던 길을 뒤돌아 갔어요.."

" 혹시 모르니 버스 기사한테 전화를 해주세요. 버스에 두고 온 걸 지도 모르니.." 가이드에게 부탁을 했다.

가이드가 버스기사한테 연이어 전화를 했다. 받지를 않는다고 한다. 버스기사가 전화를 받아서 확인만 해주면 간단한데 전화를 받지 않으니 확인할 수가 없다. 


우물쭈물하는 사이 애들이 이상한 듯 돌아왔다.

" 왜요? 뭔 일 있어요? "

" 응, 엄마가 휴대폰이 없어졌대 " 

" 차에서 가지고 오긴 했어요? 잘 찾아보세요. 없으면 버스에 있겠지.." 

우리 부부의 답답한 상황을 알기나 하는 건지 "쌩" 뭔 일이 있었냐는 듯 자기네 갈길을 가버린다.


그러는 사이 아내를 실망한 듯한 얼굴로 돌아왔다. 

" 없어, 매표소까지 가서 들어봤는데 없데.." 뭐를 어떻게 들어봤는지는 모르겠다.  

일본어도 모르는데 오죽 답답했으면 직접 가서 들어봤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몇백 년 전통의 아름다운 정원과 이런저런 얘기는 들리지도 많고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휴대폰을 빨리 찾아야 한다는 생각뿐 나의 시간은 여기서 멈추어 버렸다. 


계속해서 버스기사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일단 가이드하고 우리 부부는 왔던 길을 뒤돌아가면서 혹시나 모를 기대감을 가지고 확인을 해보기로 했다.  

"왜, 버스기사가 전화를 안 받지? " 계속 전화를 했는데도 받지를 않는다.

출입구 앞에서 결정을 해야 한다. 나갈 건지 말건지를, 아니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를 결정해야 한다.

우리 모두의 결론은 버스에 있을 확률이 높은데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미칠 지경이다.



아름다운 정원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부푼 생각을 갖고 들어갔던 정문을 아무 생각 없이 나왔다.

마지막으로 할 수 없이 내가 버스에 가서 직접 확인을 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올라올 때는 천천히 좌우를 살피면서 걸었던 여유의 공간이었다. 꽤 먼 거리다. 이젠 뛰는 수밖에 없다.


올라갈 때 한적하고, 아름답게만 보였던 풍경들이 웬수처럼 보인다. 비탈길이라 뛰는 게 쉽지만은 않다.

지나치는 사람들이 훅훅 쳐다본다. 마치 동물원에 원숭이가 된 느낌이다. 

20여분을 뛰고 쉬면서를 반복했다. 저 멀리 주차장이 보이고 버스가 보인다. 


버스 앞, 버스의 문은 닫혀 있었고 기사분도 없었다. 

"도대체 기사는 어디에.."


굽이진 길을 돌아보니 버스 기사가 혼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 이런 " 순간 속마음이다. 웬수 같았다. 전화만 받았으면 이런 난리법석을 안해도 되는데.. 

휴대폰도 없이 혼자서 밖에서 시골풍경을 보면서 힐링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기사를 불러서 안 되는 영어를 동원해서 버스문을 열어 달라고 했다.

휴대폰이 남아있던 버스


우물쭈물하는 사이 아내와 가이드가 내려오고 있었다. 

버스문을 열자 아내한테 직접 들어가서 확인을 하라고 했다. 나는 밖에서 초초히 기다렸다.


" 여기 있네, 미안해 " 아내가 휴대폰을 들고 버스를 나오면서 미안한 듯 얘기를 했다.


휴, 10년 감수다. " 다행이다. 잘 챙기고 다니세요..."


모처럼의 아름다운 정원 감상은 뒤로하고 펼쳐졌던 오하라마을의 "내 휴대폰을 찾아서.."는 끝이 났다.


" 여기는 오사카성입니다. 내리실 때 반드시 휴대폰은 챙겨서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가이드의 멘트에 한 줄이 추가되었다. 두고두고 가이드하면서 써먹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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