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정방동 지금의 이중섭거리에 위치한 삼일빌딩은 1971년에 지어진 지하 1층, 지상 4층건물로 서귀포시내 대표적 상가다. 당시는 삼일극장의 소유주와 같은 서귀포 사람의 소유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삼일빌딩은 한 블록을 전부 차지하는 기다란 상가 건물이다. 강의원 앞에서 서귀포 우체국까지 남북으로 길게 늘어선 건물, 한 블록의 도로변 전체가 삼일빌딩 건물이었다.
지금은 그 자리 그대로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 있다. 지금은 통일교재단 소유라고 한다. 2012년 진행된 안전진단에서 ‘D등급’ 판정을 받고 재건축을 해서, 지상 9층의 건물에 근린상가와 오피스텔이 들어서있다. 여전히 시내 상가의 중심이다.
그 당시 삼일빌딩 앞 사거리는 많은 젊은이들이 오가는 길목이었다. 당시 사거리에는 OK백화점, 강의원, 삼일빌딩이 있었다. 여기서 사방으로는 젊은이들이 놀고 마시고 즐길 수 있는 곳들이 즐비하게 모여있던 곳이다.
삼일빌딩 지하에는 삼일 탁구장이 있었다. 탁 트인 넓은 공간, 탁구대가 10개 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탁구장은 탁구를 잘 치시는 인상 좋고 서글서글한 부부가 운영을 했다. 가끔 친구들하고 약속이 펑크 나거나, 약속시간 보다 일찍 간 경우는 주인장이 탁구 맞상대를 하면서 한수 가르쳐 주기도 했다.
탁구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맛있는 김밥집이 있었다. 담배가게도 있었고 그 옆 조그만 공간에서 김밥을 팔았다. 그 집 김밥은 유독 맛있었던 것으로 소문이 나있었다. 비결은 김밥을 다 말고난 후 참기름을 김위에 살짝 발라준다는 것이다. 지금은 모두 그렇게 할지 모르지만 그 당시에는 그런 김밥은 없었다. 그래서 유독 그 집 김밥을 많이 찾았던 기억이 난다.
어찌나 맛이 있던지 지금의 1호 광장에 시외버스 정류장이 있을 때였다. 눈이 내린 추운 날 한라산에 놀러 가면서 김밥이 필요했는데 여기까지 와서 김밥을 사서 갔던 기억이 있다. 실제 거리상으로는 얼마가 안될는지 모르나 서귀포에서 이 거리를 꽤나 먼 거리다.
지금은 사라진 예전 삼일빌딩 모습
삼일빌딩 사거리에서 서쪽방향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내가 처음 생맥주를 마셨고 한참 즐겨 찾던 호프집이 있다. 그러나 그위치는 지금 파악하기에는 애매했다. 당시는 길에서 조금 들어간 건물로 기억을 한다. 그러나 지금 그런 건물은 없었다. 당시도 일종의 가건물 형태라 오래가지는 않을 거라는 추측은 가능했다. 위치상으로는 지금 금별맥주가 있는 위치와 비슷하나 그 위치는 아니다. 금별맥주의 서쪽방향으로 조금 들어간 위치에 있었던 것 같다.
1979년~1980년쯤 처음 그곳에 호프집이 생겼다. 생맥주를 파는 곳이다. 병맥주도 익숙지 않던 시기 생맥주를 판다기에 호기심이 잔뜩 차 있었다. 뭔가는 다른 맛이라는 느낌에 자주 찾았다. 1000cc라는 큰 병을 가득 채운 맥주가 넘치는 거품을 안고 테이블에 배달이 되는 것을 보면서 희열을 느끼던 때다. 1,000cc 4개를 주문하면 한 손에 1,000cc 2개씩을 들고 양손에 4개를 들고 나타난다.
호프집은 꽤 넓었다. 사실 그전에 호프집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내가 갈 수 없는 곳이니 당연히 관심 밖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당시에 그곳 외에 시내에 다른 호프집을 본 적이 없으니 당연히 그곳이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
주량에 따라 500CC, 1,000CC를 시키고 마른안주를 시킨다. 술은 아껴서 먹어야 한다. 죄 없는 안주에만 자꾸 손이 간다. 항상 안주가 부족한다. 그러다 보니 궁여지책으로 생각해 낸 게 가게에 들어오기 전 안주를 사 오자는 것이었다. 마침 OK백화점 앞에서 호프집으로 오는 길 모퉁이에는 밤만 되면 나타나는 리어카 노점상이 있었다.
쥐포가 나온 지 얼마 안 되던 시기다. 그냥 길에서 연탄불에 구운 것을 사서 먹어도 맛이 있어서 꽤나 먹었던 것 같다. 지금도 나는 쥐포를 좋아한다. 당시는 가격이 100원 정도였던 것 같다. 가격도 저렴하고 길거리 리어카에서는 뿐만 아니라 동네 구멍가에에서도 연탄불을 놓고 구워서 팔았으니 가고 오면서 손에 쥐게 되는 상시 군것질 감이다. 쥐포를 방금 연탄불에 구우면 그냥 손으로 들기에는 조금 뜨겁다. 때문에 신문지에 싸서 건네준다. 잉크냄새가 나는 신문지에 쌓건만 아무 불평 없이 잘만 먹었다.
호프를 마시러 오는 날이면 입구에서 항상 쥐포 몇 개를 사고 구워서 품속에 품고 온다. 겨울이어서 두툼한 외투나 잠바를 입고 있기에 품 안에 뭐를 넣어도 모른다. 마른안주가 나온 후 쥐포를 꺼낸다. 마른안주랑 비슷비슷하니 주인이 모를 거라고 생각한다. 그건 우리만의 생각이다. 쥐포의 냄새가 하도 강해서 들어서는 순간 모를리는 없을 거다. 그러나 당시 가게의 인심은 후해서 모른 척한다. 쥐포라도 있어야 생맥주를 팔 수 있으니 모른 체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아마 그때는 생맥주 가격이 정확지는 않지만 500cc는 500원, 1,000cc는 1,000원 내외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생맥주의 용량하고 가격이 비슷해서 외우기가 좋았다.
오늘은 한 30여 년 만에 그 자리를 다녀왔다.
이미 오래전에 없어진 지는 알고 있었지만 직접 찾아 나선건 처음이다. 도로의 구조는 전체적으로 예전과 비슷하나 디테일은 많이 변해 있었다. 예전 모습이나 분위기는 찾을 수 없었다. 30여 년 세월이 지났는데 당연함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