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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창석 Jan 20. 2024

음악으로 소환되는 그 시절 그 추억_1

I've Been Away Too Long을 들으면서

오늘이 대한이다. 1년 중에 가장 추운 날이라고 한다. 따스함이 그리운 날이다.

월요일부터 어제까지 매일 아침 8시에 나가던 바쁜 일정을 뒤로하고, 오랜만에 작업실에 자리를 잡았다.


작업실 컴퓨터의 음악 폴더를 이리저리 뒤져본다.

언제 받아둔 적도 기억에 없는 "추억 속으로 가는 음악다방"이라는 폴더가 눈에 들어온다.   

7, 80년대 음악다방 죽돌이 시절 줄기차게 리퀘스트를 했던 음악들이 가득하다.

몇 곡을 마우스로 드래그해서 곰오디오에 얹었다.


네덜란드의 5인조 그룹 조지 베이커 셀렉션의 I've Been Away Too Long이 플레이된다. 잊고 있었던 음악이다. 참 감미롭고 부드러운 노래다. 이종환의 나래이션이 붙어서 한참 동안 우리에게 인기 있었던 곡이기도 하다. 몇 곡이 안 되는 나의 팝송 플레이리스트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이 음악이 국내에서 한참 인기를 끌던 그 시절은 나에게도 젊음이 전부였던 시절이다.

아침에 집에서 나오면 하루 종일 친구들과 다방 몇 곳을 돌아다니면서 죽치던 시절이다. 다방 레지(당시 다방종업원을 그렇게 불렀다)를 누나라 불렀고, 장발의 멋진 형님이 분위기를 잡고, 멘트를 날리던 뮤직박스가 있었다.



저녁 시간 어둑어둑해질때면 어디에 있었는지 주당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가볍고 빈 주머니라 털어도 나오는게 없다. 다행히 안주 한사라에 소주 몇 병값이 모아지면 지금의 매일올래시장(당시는 상설시장으로 불렀다)으로 간다. 좀 여유가 있거나 든든한 물주가 있는 날, 또는 남녀가 섞이는 날은 동명백화점 앞 지금의 이중섭거리 입구를 거쳐 삼일빙딩 사거리로 간다. 거기에는 레스토랑과 생맥줏집들이 있었다.  


상설시장에서 단골은 경민이네집과 통나무집이다.

통나무집은 통나무횟집으로 상호를 바꾸고 지금도 그 위치에 다른 분위기로 있다.


기본 안주만 있어도 술을 두어 병 마실 수 있는 나이다.

그래도 분위기를 잡고 술집 사장님으로부터 귀여움을 받기 위해서는 안주를 시켜야 한다.

메뉴판을 한참 살피고는 제일 저렴한 안주 하나를 시킨다. 그래야 주머니가 가벼운 단골인 우리에게 주인장이 서비스를 줄 수 있는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술을 마시는 게 아니고 분위기를 마시는 시절이었던 것 같다.

안주 하나에 소주 한 병을 놓고 몇 시간 죽쳐 앉아 있어도 주인장은 싫은 내색을 안 한다. 단지 분위기를 살피다가 서비스 안주를 내줄 뿐이다. 이제부터는 좋은 술집으로 단골이 되는 것이다. 그다음부터 주인장님은 형님이거나 누님이라 불리우기 시작한다.


밤 10시에서 11시가 되면 영업 종료 시간, 아니 집으로 가는 시내버스의 막차 시간이다. 당시에는 심야 영업이 없었다. 모두 문을 닫아서 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에 마지막 시내버스를 타고 잠시 집으로 가야 한다. 잠시 쉼을 택해야 한다.


매일올레시장에서 동쪽인 법환이나 서호, 호근동에 사는 친구들은 동명백화점 옆에 있는 제주은행 앞 정류장에서 버스를 탄다. 그 시간 정류소 앞은 사람으로 북적한다. 그 많은 사람들이 어디서 숨었다 나온 건지 신기할 정도다. 서쪽인 신,하효나, 토평에 사는 친구, 보목리로 가는 친구들은 당시 전원다방 앞(지금은 삼일약국 근처)주차장에서 버스를 탄다.


당시에는 의리도 좋았던 것 같다. 술 몇 잔을 마시고 비틀대면서라도, 겨울밤 추운 손을 호호 불면서라도 꼭 친구들을 버스에 태워주고 손을 흔들면서 헤어졌다. 그리고는 모든 가게 문이 닫힌 시장통을 투덜투덜 걸어 다니다가 집으로 들어간다. 그 시간이면 모든 게 스톱되는 시간이다.


다음날 약속이 없었는데도 그 시간 그 자리에는 그 친구들이 있었던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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