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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창석 Feb 13. 2024

웰컴투 삼달리_삼달&용필 집 가는 길

웰컴투 삼달리가 남긴 것_2

성산읍 삼달리가 아니고 "웰컴투 삼달리"라는 마을을 찾아가는 길이다.


네비게이션에 삼달이와 용필이의 집을 찍었다.


성산읍 시흥리다. 집에서 53km, 1시간 24분이 나온다. 제주에서는 무지하게 먼 길이다.

남조로를 타고 오랜만에 달려보는 길이다.

한참을 달리다가 구좌읍의 비자림로로 들어선다.


비자림로는 무성한 삼나무 숲을 잘라내고 도로를 확장한다고 해서 지역과 환경단체로부터 많은 원성을 샀던 도로다. 시작하고 공사를 끝내고도 남음이 있을 정도의 기간이 지났지만 뒤늦게 불거진 저항으로 여러가지 보완적인 행정절차를 받다 보니 아직도 공사 중이다. 일부 남아있는 구간의 원래 삼나무 숲이 무안할 정도다.


(구) 제주시를 기준으로 동부지역은 전체적으로 넓고 평편한 평야나 들판이다. 평편한 지역에 우뚝 우뚝 솟아 있는 오름들이 볼거리인 곳이다. 밭들도 대부분 평지라 농사짓기에 좋은 땅이다. 그러나 대부분 화산토라 땅속에 양분이 그리 많지는 않다고 한다. 주 작물은 당근, 무 등 땅속에서 자라는 농작물이다.


한참을 달려서 마을에 들어섰다. 넓게 펼쳐진 밭 사이사이에 집들이 들어서 있는, 그냥 전형적인 농촌인 마을이다. 제주시 서편의 다른 마을과 같이 주변과 어울리지 않게 농가를 리모델링해서 펜션이나 카페를 한다고 간판을 걸어놓은 곳이나, 마을 가운데 우뚝 솟아 내 잘났소를 외치는 건물이 없다. 당장에라도 소구르마가 나올 듯한 정겨운 풍경이다. 여기가 마을임을 알리는 것은 마을회관과 울긋불긋 총천연색으로 도색된 초등학교 정도다.       


1. 삼달이와 용필이 집


시흥리는 일주동로를 사이에 두고 남북으로 나누어서 자연마을인 상동과 하동으로 부른다. 여기는 시흥상동이라. 마을버스(이제는 지선버스)가 다니는 길을 사이에 두고 형성된, 오래된 집단 주거지다. 주위에는 대부분이 밭들이다. 시흥 상동 마을의 중심가인 듯하다. 인근에 시흥초등학교가 있고, 마을회관도 있다.


네비게이션이 향하는 대로 따라 우측 골목길로 들어서면 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이쁜 집이 나온다.

공터 옆에 먼저 보이는 파란색 지붕의 현대식 벽돌집(이 동네에서는 그런 듯)이 보인다. 드라마에서 보듯이 황토색 대문에 빨간 우체통이 있는 용필이 집이다. 마당은 잔디 반 시멘트 반이다.


용필이 집 대문을 지나 마을 안쪽으로 몇발짝을 가면 우측에 같은 색의 대문에 노란색의 우체통을 매달고 있는 개조된 제주 농가가 나온다. 얼키고설킨 줄기들이 돌담을 움켜잡고 있는 걸 봐서는 꽤 오래된 집이다. 연륜을 자랑하는 울담을 지나서 잘 정리된 마당에 들어서면 잔듸밭과 세 자매가 누워 놀던 평상이 있다.


금방 해녀회장이 잠옷 바람으로 심각한 표정으로 뛰어 나올 것만 같다. 

집 정면 이쁘게 생긴 삼달이 방 창문에서는 기웃기웃 용필이 집을 훔쳐보면서 뭔가를 갈망하던 삼달이의 모습이 눈이 선하다. 

      



동네는 년이 지나도 찾아오는 관광객이 하나 없을 것 같은 조용한 시골 분위기다. 

볼거리, 즐길 거리, 먹을거리없음 직한 동네다. 가게나 식당도 없다. 입구에 유일하게 있는 게 구멍가게 자리를 꿰차고 있는 세븐일레븐이다.


울담 안은 집과 우영팟이다. 올담이라 하지만 높이가 어른 허리 밑이라 집이나 우영팟의 모습이 그대로 보인다. 집과 집 사이, 밭과 밭 사이 길들은 고불고불 제멋대로 나 있다.


주인공인 두 친구의 집은 길 하나를 가운데 두고 대각선으로 서있다. 서로의 방에서 창문을 열면 다른 친구의 집과 마당이 보이는 거리다. 드라마에서 종종 용필이가 창문을 열고 삼달이 방을 기웃거렸던 모습, 삼달이 집 울담 너머로 훔쳐보던 모습이 어른거린다.  


우리는 주인공의 집으로 들어가는 마을 길 입구에 차를 주차하고 걸어서 들어갔다.

분위기상 걸어보는 게 맞고, 걸어야만 볼 수 있는 것들이 있을 것 같아서다. 천천히 이집 저집을 기웃거리면서 마을의 정취를 느끼는 것도 좋다. 구경이 아니고 느껴보기 위해서다. 돌담도 만져보고 울담 너머로 용필이와 삼달이가 그랬듯이 훔쳐보기도 했다.


"이상하다. 여기는 관광객들이 없네..차도 없고.." 우리가 지나면서 느끼는 생각이었다.

" 여기는 인기가 없나..아니 모르고 있나.." 중얼거리면서 걷노라니 이따금 승용차들이 휭하니 들어온다.


교행이 되는 길이고 바로 위에 왕복 2차로의 큰길이 있어서 여기를 경유해야 하는 일도 없을 텐데 말이다. 평소에는 한두 번 차량의 모습이 보일까 말까 한 길 같은데, 오늘은 삐까뻔쩍 고급 승용차들이 부지런히 들어온다. 삼달이 집 옆을 보니 주차가 가능한 공터가 있다.  


삼달이 집은 실제로 주민이 거주하는 집이다. 현실의 주인장은 대문을 활짝 열어 놓고 방문객들을 환영하고 있다. 대단한 용기이고 방문객애 대한 배려다. 덕분에 마당까지 들어가서 모처럼의 분위기를 맛 볼수 있었다.

주차장에 주차를 한 사람들은 삼달이 집 대문과 마당을 기웃거리고는 사진 몇장찍고 돌아선다.


" 여기구나..에이.."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돌아서는 데는 채 5분도 안 걸린다.



용필의 집 대문은 닫혀있다. 울담 너머로 보이는 모습, 굳게 닫혀있는 방안의 모습을 상상할 뿐이다.

누가 여기가 유명한 드라마의 촬영지라 생각하겠나 싶은 정도다.



돌아서는 길이다.


이곳도 머지 않아 사람들의 지나친 관심으로 그냥 한번 지나치는 경유형 관광지가 되지 않을까 한다.

주위에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이용핳할 카페나 식당, 숙박업소는 보이지 않는다.

단지 몇 개의 허름한 농가 민박이 보일 뿐이다.


마을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지? 이내 궁금해진다.


이제 시작이다.

마을을 오가면서 기웃거리는 낯선 사람들, 휑하니 마을을 달리는 승용차들이 날로 증가할 것이다. 

마을 사람들과 집주인은 어떤 이유로 이 드라마의 촬영을 허락했는지 모른다.


앞으로 닥쳐올 변화를 예견했을까?

여기가 드라마를 통해서 유명해지면 우리에게 어떤 이익이 있을까?

이를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을까?  


만약에 그런 목적이 있었다면 벌써 대형 입간판을 내걸었을 것이다.


" 웰컴투 삼달리 촬영지"라고


마을 어디를 둘러봐도 안내판은 없다. 


장기적으로 마을이 알려지는 것은 긍정적일 수도 있다.

그때 그 정도가 되면 이 마을의 원형은 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하나둘 제주 마을의 원형은 훼손되고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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