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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창석 Feb 15. 2024

고요한 바다가 그리워진다

아내, 아들과 함께한 애월 해안도로 드라이브

성난 바다를 보니

조용하고 고요한 바다의 고마움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입대를 앞둔 아들이 휴학하고 모처럼 집에서 지내고 있다.

드디어 카운트 다운에 들어갔다고 D-19를 붙였다.


"날씨가 우충충하니 다른 것은 못 하겠고, 드라이브나 갈까?" 먼저 제안했다.

"좋죠, 드라이브.." 아들과 아내가 흔쾌히 동의했다.



집에서 승용차로 애월방향으로 20여 분을 가면 주인장 없는 무인카페가 있다.

가끔 눈치 볼 필요가 없을 때 찾는 곳이다.

눈치 안 보고 차나 한잔하고 올 요량으로 준비하고 나섰다.

밖을 나서니, 하나둘 내리던 비도 언제 그쳤냐는 듯이 조용하다. 그러나 바람은 예상외로 세다.


가다가 허기를 채울 겸 핫도그를 하나씩 먹었다. 요즘은 핫도그도 비싸다.

500원 하는 그런 게 아니다. 10배는 비싸다. 메이커, 브랜드, 프랜차이즈 제품이라서 그런가?


"요즘은 프랜차이즈도 맛들이 제각각이예요, 점 By 점.." 아들이 미리 거든다

"그래, 좀 맛이 그렇네, 예전에 먹어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그맛이 아니야.."


하귀를 들어서면서 해안도로로 우회전을 했다


답답하던 지루한 일상을 시원한 바다를 보면서 떨쳐 버리고 싶어서다.

무지하게 파도가 친다.

하얀 물결이 바다를 덮는다.

기포와 바닷물이 도로까지 넘친다.

차의 윈도 브러쉬는 부지런히 제 할 일을 한다.

이따금 바위를 때리고 넘쳐나는 하얀 파도가 시원함을 가져다 준다.


한적한 해안가를 달리면서 철 지난 바닷가와 성난 파도를 보는 것도 흔치 않은 경험이다.

가끔은 둘셋 젊은 청춘들이 머리와 옷깃을 감싸며 걷는 모습들이 보인다.


"하필이면 추운 날 와서 고생이다.." 거친 날씨를 거스르면서 여행하는 젊은 무리가 여기저기 보인다.

"바람이 이렇게 센데 반바지야, 춥지 않을까? " 아내와 아들이 젊은 청춘들을 걱정한다.



하귀, 고내, 애월, 곽지 해안도로를 지나 금성리 무인카페에 도착할 즈음이다.


"이 바람에 문을 열었을까? " 파도 치는 모습을 보더니 아내가 걱정한다.

카페는 바다에 바로 접한 곳이라 그럴 만도 하다.

결국은 그랬다.

문은 꽁꽁 닫혀 있었다.

차를 바닷가에서 좀 멀리, 바닷물이 안 튀는 곳에 일단 세웠다.


"딱 커피 한잔이 생각나는데..." 아내의 진한 아쉬움의 소리다.

"그러게 말야, 주위에 빽다방이라도 있는지 찾아볼까?" 아들에게 넌지시 얘기를 던졌다.

"한 10분 가면 되겠는데요.." 금방 아들이 대답한다. 아들의 검색 솜씨는 날로 느는 것같다.

지체없이 차를 돌렸다.


금방 들고 들어온 커피의 향은 차 안을 진동하고도 남는다.

좀 전에 먹은 핫도그의 맛 때문인지 커피는 입안의 눅눅함을 없애주었다.


"그래, 이 맛에 커피는 마시는 거야.."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또다시, 해안도로를 따라 달렸다.

파도치는 성난 바다의 모습을 다시 보고 싶어서다.


갈 때 보이는 바다와 올 때 보이는 바다는 다르다.


하얀 거품을 내뿜는 성난 바다의 모습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한다.

내일이면 고요한 바다가 더욱 보고 싶어질 듯하다.

더욱 고마워질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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