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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창석 May 23. 2024

있는 그대로를 볼 수 있는 마음

해안도로에서 문뜩..

요새는 무심코 지나가다가도 휴대폰을 집어 드는 경우가 많다. 

눈앞에 펼쳐지는 풍광을 카메라에 담기 위한 과정이다. 

예전 같이 기억을 잘못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자꾸만 비어가는 어디엔가 뭐를 채우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운전하고 가다가도 시도때도 없이 멈추는 일이 많아지니 옆에 동승자는 걱정하는 일이 많아졌다.



유심재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2가지다. 

평상시, 70~80%는 일주서로인 큰길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게 일상이다. 

가끔 바람을 쐬고 싶을 때 답답해서 탁 트인 바닷가를 보고 싶을 때는 해안도로를 이용한다. 

저녁 시간 해안도로에는 해넘이 한 샷을 노리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저 멀리 고내바다 수평선 너머로 떨어지는 저녁노을이 일품이다. 



그날은 많이 늦지 않은 오후 시간이라 해안도로를 보고 싶었다. 


사람들이 덜 북적이는 좁은 도로를 따라서 막 해안도로로 들어서려는 순간 차를 멈추었다.

앞에 갑자기 펼쳐지는 풍광이 내 가슴을 뛰게 했다. 

넓게 펼쳐진 바닷가, 파도 한 점 없는 바다에 늦은 오후 강렬한 햇빛이 내리고 있었다.

강렬함과 눈부심 그리고 시원함이 있는 은빛바다다. 

보기 드문, 아니 별로 경험해 보지 못한 그림이었다. 


아직 노을이 지기 바로 전, 마지막 몸부림이라 그런지 아주 강한 햇빛이다. 

오늘따라 바다에는 정체 모를 수많은 배들이 떠 있다. 

지금은 한치철도 아니고, 밤시간도 아니라 배들이 이렇게 많이 바다에 있는 것을 보는 것은 처음이다. 

말 그대로 한 폭의 풍경화였다.


차를 세우고 휴대폰을 드는 순간 아내가 지시를 내린다.

"기왕 찍을 거면, 밖에 나가서 제대로 찍으세요, 그런데 역광이 들것 같은데..."

아내는 이젠 모든 것에 대해서는 선생님이라 말을 잘 들어야 한다.

길 가운데에 차를 세워두고, 문을열고 나가서 몇 컷을 찍었다. 

진짜 아름다웠다. 그리고 눈이 부셨다. 뭔가 모를 신비함에 끌린 듯 한 기분이다. 

햇살이 강하게 내리쬐는 바닷가 중엄해안도로


이내 방금 찍은 사진을 돌려봤다. 

많이 아쉬웠다. 

실물이 났다는 말이 떠 오른다.

아주 특별한 풍광을 담기에 아직 휴대폰의 카메라는 조금 아쉽다. 

휴대폰은 불현듯 부딪치는는 일상의 모습을 담기에 충분할 뿐이다. 


그래도 오늘의 기분과 흥분을 일깨워 줄 하나의 사진을 나에게 건네 주었다.

아예 차에다가 카메라 가방을 싣고 다녀야 할 듯 하다.



시동을 켜고 다시 차를 움직였다. 

해안도로 위는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이지만 눈을 돌리면 자연의 세계가 있다. 

이곳을 달리자면 늘 느끼는 그런 기분이다.

하늘도 파랗고, 바다도 파랗다. 

멀리 수평선 끝이 보이기에 인간이 만들어 놓은 단어로 바다와 하늘을 구분한다만 굳이 그럴 필요를 느끼지는 못하는 한 장의 그림이다. 

끝이 안 보이는 수평선까지 조그맣게 보이는 배들이 점이되어 이리저리 널브러져 있다. 



그냥 아름답다. 

고구마를 몇 개를 먹은 듯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는 한 기분이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 보이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름답다. 

들리는 그대로의 음악 소리도 아름답다. 

오늘은 있는 그대로만 느끼고 보고 싶다. 

해석이나 가치부여를 하고 싶지 않다.


가끔은 

있는 그대로만 보고, 알아줄 수 있는 사람들이 사는 그런 세상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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