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명을 쓰기로 한 까닭은...
한참 망설였다.
이제는 글을 쓰면서 필명을 써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이다.
글을 쓰기 시작하고서는 필명 여부를 물어오는 경우가 일상이었다.
그리고 브런치에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할 때도 필명여부를 물었다.
필명을 써야 하는가? 그 이유를 몰랐다.
하나씩 쓰던 글이 2년여 누적이 되다 보니,
이제는 나 스스로가 브런치에서 발행을 누를 때마다 잠시 머뭇거리는 버릇이 생겼다.
글감을 고를 때도 예민해짐을 느끼기 시작했다.
나는 원래 자서전적인 글을 쓰고 싶었다.
내가 살아온 길을 글로 정리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내가 살아온 기억들이 뭉치로 사라짐을 느끼기 시작했다.
더 이상 늦기 전에 기록하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갖고 있는 생각으로 세상과 독자와 진솔하게 대화하고 싶었다.
머릿속에 담고 있는 생각들을 어딘가에 기록을 하고, 누군가와 얘기를 해야만 풀릴 것 같았다.
그러기에 본명으로 글을 쓰는 것이 진실성과 신뢰성을 담보해 줄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나를 드러내야 하기에 큰 고민 없이 본명으로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라는 사람을 중심으로, 내 글이 가감 없이 표현 그대로 읽히기를 바란다.
그러기에 단어나 어휘를 선택함에 있어서 독자와 가장 쉽게 교감할 수 있는 말들을 선택하려 애를 쓴다.
에세이는 나의 일상과 감정, 느낌을 담는다.
자서전적인 이야기, 주변의 이야기는 사생활과 관련된 부분들이 많이 담길 수밖에 없다.
나를 알고 있는 지인들이
내 글을 읽어주는 게 고마울 수도 있지만, 어떤 글은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나에 대한 정보가 배경지식이 되어 내 글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데 지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
내 글에서 유추되는 가족과 지인들의 개인정보가 필요 이상으로 노출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생겼다.
더욱이 내 글은 가족의 얘기가 많다 보니, 이제 성년이 돼서 저들이 길을 가고 있는 자녀들에게 혹시나 불편이나 지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크기도 했다.
물론 그런 내용을 담은 글을 쓰지 않으면 되지만
에세이의 성질상 글이 한편 두 편 쌓이다 보면 정보들이 누적돼서 뜻하지 않은 대답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더욱 중요한 한 가지는
내가 살아왔던 틀이나 기존 나에서 벗어나서 좀 더 자유스러운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명은 거추장스러운 외투가 될 때도 있고,
학생 시절 나의 소속과 정체성을 항상 규정지어버리는 교복의 명찰이 될 수도 있음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