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시에 지역별 학생 수 비율을 반영한 비례선발제를 도입하자
지난 27일 한은이 서울대 국가 미래전략원과 공동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 방안’ 이라는 보고서중 핵심내용이다.
대한민국은 교육 공화국이다. 우리나라에서 부모님들의 교육열은 세계 탑티어인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맹모삼천지교가 아닌 한모삼천지교를 만든 지 오래다.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서라면 우리나라 부모님들은 전국 어디를 불문하고 이사를 다닌다. 전국이 아니고 이제는 글로벌 시대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는 부모들도 많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동인이자 복합적인 요인 중 하나가 교육 문제가 아닐까 한다.
제주에는 영어교육도시라는 일정한 구역이 있다. 서귀포시 대정읍 구억리, 보성리, 신평리 일대 115만 평이다. 2000년대 초반 해외 유학으로 인한 외화 유출 문제, 기러기아빠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유학 수요를 국내로 흡수하기 위해 시작된 국가 프로젝트다. 2008년부터 2021년까지 단계별로 추진되어 현재 초중고 통합 국제학교 4개교가 있다. 영국의 노스런던 컬리지 에잇스쿨 제주, 캐나다의 브랭섬홀 아시아, 미국의 세인트존스베리 아카데미 제주, 한국국제학교 제주 캠퍼스다. 주위에는 공동주택 2,422세대, 단독주택 180세대, 오피스텔 등 약 3,000세대 주택이 있으며 영어교육도시 지원사무소가 주민들에게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 소방서, 서부자치파출소, 대정읍 이동민원실 등이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원래 이곳은 중산간 지역 전형적인 농촌이었다. 국제학교가 들어서고 외국과 전국에서 학생들이 모여들면서 이제는 아주 도시화가 되었다. 국제학교라 학생들은 대부분 기숙사 생활을 한다. 그러나 한 달에 몇 번은 학교 밖에서 부모와 생활해야한다. 그러나 매번 서울로 갈 수는 없는 일이다. 아예 제주에서 학생과 가족이 머무를 수 있도록 인근에 많은 고급 주택을 지었다. 젊은 부모들이 오가면서 마을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마을의 문화와 컨셉이 바뀌기 시작했다. 인근에 있는 보성 초등학교도 학생 수가 많이 늘었다. 물론 마을 자체도 많이 개발이 되고 인구가 증가했다.
22년 언론자료에 의하면 국제학교 재학생 4,600명으로 한국인 85%, 중국인 10%, 미국, 호주 유학생이 5%정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방송을 보면 연예인이나 유명 인사들이 자녀들 때문에 제주에 거주하거나, 자주 왕래한다는 분들이 많다. 여러 가지 이유도 아주 공개적으로 얘기는 하지 않지만, 대부분이 자녀들이 영어교육도시에 있는 국제학교를 다니는 경우다.
올해 우리 사회의 최대 이슈중 하나는 의대 정원 확대다. 아직도 해결이 요원한 상태다.
의대 정원이 대폭 확대되면서 지방거점대학에서는 반드시 그 지역 출신 학생을 일정 비율 의무적으로 선발하도록 하고 있다. 지역인재전형이다. 지역인재전형은 해당 지역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학생만 그 지역 의대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일부 대학은 전체 정원의 80%를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할 예정이다. 2028학년도 대입부터는 중학교도 그 지역에서 나오도록 요건이 강화된다. 지금은 의정 갈등으로 제도의 정착이 불안정한 상태다. 만약에 원만한 해결이 이루어지고 제도화가 된다면 지방 유학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예상 하고 있다. 의대를 가고 싶으나 서울에서 합격 가능성이 적은 학생들의 지역인재 선발을 노린 지역 이주 바람이다. 수도권 인근의 지방에서는 벌써 전학을 문의하고 이사할 집을 찾는 문의들이 많다고 한다.
지금 무소불위의 힘을 자랑하는 강남 3구가 어떻게 해서 형성이 되었을까? 강남 8학군이라는 명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명문 학교들이 강남으로 옮기면서, 학교 주위 좋은 학원들이 생겼다. 명문 학교에 명문학원이 힘으로 자연적으로 세칭 일류대학의 진학율을 높아졌다. 한모삼천지교인 한국에서 학부모들이 그냥 있을 리가 없다. 명문 학교 진학을 위해서 위장전입이 줄을 이었다. 요즘 정부 고위직들의 청문회서 가장 문제 되는 게 자녀들의 위장전입일 정도다. 수요가 많다 보니 공동주택들이 많이 들어서면서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그래도 자녀들을 위해서 빛을 내면서 강남으로 강남으로 몰렸다. 인구가 많으니, 자연적으로 대형 상가가 형성되고 관공서가 생겼다. 부가 부를 낳는다. 이렇게 강남 3구는 무소불위의 특구가 되었다. 이 모든 게 자녀의 성공을 돕기 위한 교육적 환경이 돼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환경이 전국적으로 분산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대학에서 지역 균형 선발제를 시행하고 있다. 서울대학교도 그렇다. 세부적으로는 선발 제도의 차이가 있기는 하나 지역 균형이라는 이름으로 지역인재를 우선 선발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는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고,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으로 보아도 될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저출생으로 인한 국가 소멸, 지방 소멸이 국가적인 아젠다로 대두되고 있다. 인구의 수도권 집중이라는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아서 국토의 균형발전을 저해하고, 지방 소멸을 부추기고 있다.
국가기관,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강제 이주시키고,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지만 수도권의 인구가 지역으로 분산되고 있지 않다. 직장을 다니는 가장만 내려가서 근무하다가 주말에 상경하는 구조다. 가정이 분산되는 게 아니고 가장만 분산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국가정책은 대부분 가정은 서울에 둔 체, 직장을 다니는 부모만 지역에서 생활해도 되는 단편적인 제도였다. 가족과 가정의 목표하는 바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정책이었다. 가정의 최대 목표는 자녀들의 일류대학 진학이자 성공이다. 그러기에 최적의 거주지는 강남이고, 서울이다. 부모만 고생하면 되지 자녀들까지 지역으로 내려갈 필요는 없었다.
만약 한은의 제안대로 SKY대학에서 지역별 학생 수에 비례해서 학생을 선발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파급효과는 전국적으로 엄첨나지 않을까 한다. 지역이라는 단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지에 따라서 인구이동의 폭은 결정이 날것이다. 읍면까지 세분화된다면 어떨까? 읍면별로 몇 명씩을 배분해서 선발한다면 말이다. 우리나라 학부모님들은 전국 방방곡곡에 자녀들을 데리고 이사를 갈 거다. 만약 가족이 지역에 거주하고 자녀들이 지역 초, 중, 고등학교를 나와야 우선 선발 대상이 된다면 아마 자녀를 낳자마자 지역으로 이사 가는것을 그리 고민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지금과 같이 자녀 교육에 대한 열의가 있음을 전제로 하는 말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비례선발제는 국가의 많은 정책에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지방 소멸의 문제, 수도권 인구의 분산 문제, 부동산 문제 등등 사회의 전반적인 부분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이다. 이번 제안은 단순한 교육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 사회의 기본구조를 바꿀수 있는 문제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기에 "왜! 한국은행이 교육 문제를 건드려 "하는 일부 견해에 반대표를 던진다. 우리나에서 교육은 단순한 교육 문제만이 아니고 사회 전반을 움직이는 중요한 과제다.
이번 한은의 제안을
거시적인 관점에서 깊게 고민하고,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해 보는 것도 좋음 직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참고로 저는 학부모가 아닙니다만 교육 문제에 대해서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