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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창석 Sep 21. 2024

우리는 가족일까? 식구일까?

어렸을 적 숙식은 아무데서 하는 게 아니라고 교육을 받았다. 

즉 먹고 자는 것은 가려서 하라는 뜻이었다. 먹고 자는 게 어려웠던 시절 다른 집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속내는 다른 가족의 영역을 침범하지 말라는 의미도 있다. 당시 가족은 식구였고, 밥을 같이 먹는 식구는 가족이나 친척밖에 없을 시대였다. 사실 먹고 자는 것을 정처 없이 이곳저곳에서 한다는 것은 그리 좋은 일은 아니다. 그래서 우리 예전 우리 부모님들은 외박이라는 말조차 꺼내지 못하게 하던 시절이 있다. 


우리는 종종 가족이라는 말과 식구라는 말을 섞어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예전에는 가족=식구, 식구=가족으로 여겼던 시절도 있었다. 


사전에서 의미를 찾아보면 완전히 다른 말이다. 


가족은 혈연이나 혼인으로 맺어진 관계로 친족을 얘기한다. 

친족 중 가장 근접한 범위로 주거와 생활을 같이하는 경우를 흔히 얘기한다. 최근에는 핵가족 주의와 개인주의적 경향으로 가족들도 여러 가지 사유로 주거와 생활을 따로 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도 혈연관계인 만큼 가족이라는 관계가 부인되거나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주거와 식생활 등 일상생활을 같이해야 한다는 물리적인 제약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 


가족 家族
가족(家族)은 대체로 혈연혼인으로 관계되어 같이 일상생활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집단(공동체) 또는 그 구성원을 말한다. 집단을 말할 때는 가정이라고도 하며, 그 구성원을 말할 때는 가솔(家率) 또는 식솔(食率)이라고도 한다.
가족에 대한 정의는 학자마다 다른데, 그러한 여러 학설을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성과 혈연의 공동체  / 거주의 공동체 / 운명의 공동체 / 애정의 결합체 / 가계의 공동체


식구는 말 그대로 먹는 것을 같이 하는 사람을 뜻한다.

관계를 불문하고 주거생활을 같이 하는 가족들을 지칭하는 말로 흔히들 사용한다. 그러나 흔히들 종업원들의 급여를 책임지고 있는 사장님들이 종업원들을 지칭하는 사회적 용어로도 많이 사용한다. 종업원들에게 급여를 줌으로써 종업원들이 먹을 것을 가능케 한다는 의미이다.  


식구 食口 

    1.      한 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 그는 딸린 식구가 많다.
    2.      한 조직에 속하여 함께 일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의미가 변하고 있다.

세상 모든 게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각종 사회제도도 마찬가지다.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해서 더 혼란을 겪는 경우도 많다. 특히 결혼과 자녀와의 관계를 규율하는 관습과 현실, 제도의 차이가 심하다. 

가족의 의미도 혈연과 혼인이라는 관계라는 의미도 점차 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사회적 혈연관계인 입양이다. 입양만이 아니라 출산도 다양한 형태를 통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식구도 한집에 함께 살면서 서 밥을 같이 먹는 관계에서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종래 의미의 식구가 아니어도 한집에서 장기간 같이 밥을 먹고 지내는 경우는 많다. 하숙, 기숙사, 세어 하우스 등 새로운 형태의 주거가 생김으로써 어쩌면은 이러한 시스템이 일반화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가족일까? 식구일까?


무늬만 가족인 경우다. 

혈연이나 혼인으로 같은 가족이지만 전혀 소통이나 왕래가 없는 경우다. 아무리 가족이거나 친족이라 하더라도 서로 보지 않고 왕래가 없으면 잊히기 마련이다. 가족관계가 단절되는 경우는 요즘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래서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있다. 옆에서 자주 보고 만나는 사람들이 사촌이라는 얘기다.


가족이지만 그냥 식구인 경우도 있다. 

같은 집에 살지만 아무런 대화나 소통 없이 그냥 밥만 같이 먹는 경우다. 가족으로서의 친밀감이나 일체성은 없다. 다만 생계를 같이하는 경우다. 시쳇말로 집에서 가족들과는 소통하거나 어울리지 않고 밥만 먹는 사람을 하숙생이라고 한다. 같은 가족이지만 소통이 안 되고, 밥 먹을 때만 나와서 밥을 같이 먹는 경우다. 


식구는 아니지만 가족 같은 경우도 있다.

이웃사촌이라는 말이있다. 의형제, 맺은 형제라는 말이 있다. 즉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도 아니고, 같은 집에 서 살면서 밥을 같이 먹는 사이도 아닌데 사촌이나 형제와 같다는 말이다. 관계를 중시하는 요즘 다양한 형태의 모습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같은 생각을 한다는 것, 자주 만난다는 것이 인간관계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요즘은 느슨한, 확대된 식구인 관계도 있다.

보통 회사 사장이 하는 얘기다. "내가 월급 줘야 할 식구들이 많아서 열심히 돈을 벌어야 해"

내가 데리고 있는 직원들에게 월급을 준다는 게 직원들의 가족에게 식사를 해결해 준다는 의미이다. 그러니까 확대해서 내가 식사를 해결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직원들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는 좋은 말일 수도 있으나, 생사여탈권이나 마찬가지인 먹는 것을 좌우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도달한다면 위험한 사고일 수도 있다. 


한계는 애매하다. .

가족이면 가족답게 소통하면서 살 수 있다면 최선이다. 한집에서 주거를 같이할 수 있으면 최상이나 반드시는 아니다. 시대 흐름에 맞추어야 하는 것도 좋다. 다른 주거를 하더라도 가족으로서의 소통은 필요하다. 자칫하면 남남이 될 수도 있다. 소통하다보면 세대 차이, 생각의 차이에 의해서 갈등이 있을 수도 있으나 그것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다름을 포용하는 배려가 필요하다. 


지금도 한 끼 밥을 같이 먹는다는 것은 굉장한 친근감의 표시이다. "언제 밥 한번 먹자.."

최대의 친근감의 표시이다. 혼밥이 아닌 같이 먹는 것이 흔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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