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심재의 아침은 고요하다.
가끔은 정적을 깨는 날도 있다.
여름날 이름 모를 새들이 아침 인사를 하는 날이다.
여름 대부분의 날에는
누구의 인기척 보다는
창틀을 타고 넘어오는 강렬한 햇빛에 겨워 일어난다.
그러기에 지난 여름날
유심재의 아침 주인공은 햇빛이었다.
오늘 아침은 요란하다.
가끔에 해당하는 정적을 깨는 날이다.
태풍의 영향인지 아침 빗소리가 잠을 깨운다.
빗소리보다는 빗소리가 세상을 깨우는 소리가 더 요란하다.
지붕에 부딪치는 빗소리는 뚝뚝뚝 비가 오고 있음을
창가를 때리는 빗소리는 똑똑똑 아침 노크다.
처마 밑 화분에 떨어지는 빗소리는 새벽 송이다.
비가 오는 아침은 모든 게 숙연해진다.
세상사와 부딪치면서 들뜨고, 방황하면서
정리되지 않던 가슴속이 착 가라앉는 기분이다.
비가 내리면서 같이 내려앉는 기분이다.
그래서 나는 비가 오는 아침을 좋아한다.
나는 오늘 유심재의 아침을 반갑게 맞이한다.
그리고
유리창에 입김을 호호 불고는 “행복”이라는 희망을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