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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창석 Mar 12. 2023

2023년 제주들불축제는 다시 시작되었다

코로나로 지난 3년간 잠시 쉬었던 제주 최대의 축제인 2023 제주들불축제가 시작되었다. 3.9일부터 12일까지 4일간 행사기간 중 2일 차 날이다. 축제장소가 중산간 평화로변의 새별오름으로 교통혼잡이 예상되는지라 주민센터에서 마련해 준 셔틀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매년 행사프로그램에는 읍, 면, 동 대항 집줄놓기, 윷놀이, 줄다리기등의 민속게임이 포함되어 있어서 마을단위 참여가 필수다. 따라서 주민센터에서는 마을대표로 참여하는 선수와 응원단으로 마을 자생단체와 주민들의 참여를 지원하기 위해서 하루에 몇 차례 셔틀버스를 무료로 운행하고 있다. 나는 2회 차 운행하는 11시에 맞춰서 가보려고 집을 나섰다.    

제주들불축제는 1997년 북제주군에서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애월읍 어음, 구좌읍 덕천 등 장소를 옮기면서 개최하다가 4회부터 지금의 장소인 애월읍 봉성리 평화로변 새별오름에서 하고 있다. 새별오름 주변에는 매년 축제를 위한 기반시설로 주차장과 화장실 등 인프라를 확장 구축하고 있다. 평상시에도 이제는 새별오름 주변을 들불축제장으로 인식하고 있고, 축제가 없더라도 새별오름은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되어가고 있다.

축제는 매년 3월이면 어김없이 찾아온다. 새봄이 찾아올 무렵 기생화산인 새별오름 전체를 완전히 태우면서 제주 중산간을 붉게 물들이면 피어난 들불은 제주관광의 꽃이 된다. 들불축제는 제주최대의 축제로서 정부에서도 인정해 주는 축제다. 축제를 처음 시작한 북제주군을 승계한 제주시가 주관이 되어 진행하지만 실제적으로는 제주도민 전체가 참여를 하고 기다리는 축제이다.


축제의 기원인 들불은 제주 목축문화인 방애불(들불)을 현대적으로 재현한 것이라고 한다. ‘방애불(들불)’은 제주 선인들이 거친 환경을 극복하며 밝은 미래를 열기 위해 자연과 호흡을 같이 해 온 역사의 산물이다. 새봄이 찾아올 무렵 소와 말의 방목지에 불을 놓아 진드기 등 해충을 없애 가축에게 먹이기 좋은 풀을 얻고, 불에 탄 재는 비옥한 땅을 만들어 농사를 일구는 등 자연과 조화로운 삶을 이어왔다.




오전 11시 주민센터를 출발하는 버스 안은 걱정과 달리 텅텅 비었다. 주민센터에서 하도 많이 홍보를 하길래 버스가 만원이 돼서 서서 가야 하면 어쩌나 내심 걱정을 했었다. 대형버스는 반도 안 찬 상태에서 출발을 했다. 오늘이 평일이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 하고 생각을 했다. 다행히도 첫 버스인 9시 버스는 꽉꽉 채워서 만원인 상태로 갔다고 한다.

한 30여분을 달렸다. 평화로 축제장 인근에 들어서자 만장기가 휘날린다. 멀리서봐도 알 수 있게 오름 전면에는 "2023 제주들불축제"라는 글씨를 새겨 놓았다. 멀리서 보는 주차장은 비교적 한가해 보였다. 아침 이른 시간이고 평일이라 아직은 여유가 있는 모양이다.

주차요원의 안내를 받으며 우리가 탄 버스는 평화로 가장 가까운 대형버스 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여기서 내려서 축제장으로 걸어 들어가면 됩니다.

그리고 이 버스는 오후 5시에 다시 마을로 들어갈 거니까  시간 맞춰서 탑승을 하시고요.."

주민센터 담당 주무관이 친절한 안내멘트를 들은 척 만 척 우리는 이미 축제장을 향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런 곳을 오면 누군가 얘기하지 않아도 좀 서두르는 경향이 있다. 먼저 가서 자리를 잡아야 하니까..


축제 때 제주시 읍, 면, 동 별로 각각의 부스를 운영한다. 경기에 참가하는 선수와 응원단에게 간단한 식사를 무료로 제공한다. 물론 행사장을 찾는 마을주민들도 무료로 간단하게 요기를 할 수 있다. 운영은 대부분 마을 부녀회에서 운영을 한다. 국수와 삼겹살(구운 거와 물에 빠진 수육)에 막걸리와 소주 한잔을 하면서 동네사람들과 회포를 풀 수 있는 분위기다. 마을에 따라서는 뿔소라와 전복, 사시미 한 접시를 먹을 수 있는 행운이 있는 곳도 있다.


우리 마을 부스에서는 이미 9시 버스로 온 동네사람들이 한 그릇씩 하고 있었다. 입구에서는 뿔소라를 굽고, 옆에서는 오겹살을 연신 굽고 있었다. 이런 곳에 오면 고기를 굽는 사람들이 힘들기는 하지만 배분할 수 있는 칼자루를 쥐고 있어서 아는 사람이면 안 하던 인사도 크게 하게 된다.

부스에 들어서면 인사를 하고 악수 나누기가 바쁘다. 어제 만났던 사람, 작년에 봤던 사람, 몇 년 만에 보는 사람들 말 그대로 동네잔치를 하는 모습이다. 자리를 잡고 앉으면 배달의 민족을 부른 것도 아닌데 국수와 잘 구운 오겹살 한 접시에 정갈한 기본 만찬이 직송된다. 오늘은 오겹살도 구운 것과 삶아서 익힌 수육 2가지를 준비한 모양이다. 조금 있으니 뿔소라도 한 접시 올라온다. 후다닥 멸치국수 한 그릇을 치웠다. 오늘은 구운 오겹살 맛이 아주 좋다. 어느 누가 구웠는지 이따 가서 소주 한잔을 줘야겠다.

      


읍, 면, 동 부스들은 몽골천막으로 연달아 붙여서 설치해 있다. 좌우로 옆동네 부스를 설치해 놓은 까닭에 앉아있자면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옆동네 친지를 만나는 행운도 있다.


"어 오랜만이네, 너네 동네 뭐 먹을 거 이서?"

"우리 동네, 오분재기들 구웜신디.. 이래오라 한잔 허게"


이렇게 해서 시작한 한잔은 한 병이 되고, 이 사람 저 사람 인사하고 붙다 보면 거대한 회식자리가 되어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때쯤 이미 취기가 오른 상태로 다음에 한잔하자고 말을 하면서 헤어진다. 그다음은 내년 들불축제 이 자리가 되리라는 것을 이미 경험한 사람들은 짐작을 한다.



지금도 경남 하동에 난 산불이 진압이 되고 있지 않다고 한다. 산림청에서는 건조주의보를 내렸다. 제주 들불축제는 이미 많은 경험을 하면서 노하우를 축척했고 만일의 사태를 준비 한다지만 목축지에 방목을 하는 거라 매년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다.

오늘 아침에 제주시장이 이번 들불축제에 "오름 불놓기는 전격 취소"를 한다고 발표했다. 아쉬움과 불만의 목맨 소리들이 나온다. 이미 행사는 시작이 되었고 오름 불놓기를 중심으로 프로그램이 나갔는데 왜 이제야 취소하느냐는 주장이다. 시에서도 정부의 방침에 어쩔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안전이 최우선이니까 말이다.


오늘 날씨는 3월 초 날씨로는 무척이나 더운 편이다. 중산간이라 어느 정도 날씨를 감안하고 입고 왔는데 덥다. 국수 한 그릇에 소주 한잔을 하고 나니 덥기는 더한다. 행사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들불축제 행사장은 꽤 넓은 편이다. 행사장이 오르막 내리막이 있고, 천막과 부스로 막혀 있어서 새별오름 정상에 올라가기 전에는 전체 조망이 어렵다. 마을 부스를 지나, 먹거리 부스를 지나니 메인 광장이 나온다. 지금은 진행되는 행사가 아무것도 없는지 덩그러니 메인무대만 보이고 주위는 텅텅 비었다.


축제장 사람들이 오면 먹고, 마시는 것 외에 즐길 거리가 많아야 되는데 우리네 축제장은 그게 좀 없는 편이다. 몇 가지 작은 부스에서 체험을 하고 있기는 하나 제한적이고 수용규모가 작다. 어떤 곳은 유료인 곳도 있다. 그러니 우리네 축제하면 먹을거리만 생각이 난다. 가서 먹고 마시고 취했던 기억밖에는 없다.


그래서 사람들이 새별오름을 오르나 보다. 더운데도 불구하고 오름 정상을 향하는 사람들이 즐비하다.



우리가 타고 간 셔틀버스는 5시에 마을로 출발을 한다. 지금이 1시니까 4시간을 버텨야 하는데 그리 즐길거리가 없다. 마을부스로 간다면 먹고 마셔야 하는 것 밖에는 없다. 다행히 9시에 출발을 했던 셔틀버스가 3시에 마을로 출발을 한다고 해서 이 버스로 돌아오기로 했다. 잠시 시간을 보내면 된다.


행사장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노라니

"지금 집줄놓기 경연을 할 예정이니 마을 대표선수들은 행사장으로 모여 주시기 바랍니다"

때 마침 게임이 있음을 알리는 본부석의 방송 멘트가 나왔다.   



예전 제주도의 집들은 지붕이 대부분 초가였다. 초가지붕은 태풍과 같은 거센 바람에 날리는 것을 막기 위해 굵은 집줄로 지붕을 바둑판처럼 단단히 얽어맸다. 초가집을 얽어매는 줄을 ‘집줄’이라고 한다.

지붕을 덮는 데는  ‘새’(띠)를 이용하고 줄을 만드는 데는 ‘각단’을 쓴다. 각단은 새보다 길이가 짧은 것을 말한다. 동네사람들이 모여서 각단과 호랭이를 사용하여 한 갈래 얇고 긴 줄을 만든다. 이 한 갈래 줄은 "뒈치는 도구"를 이용하여 서로 연결하고 꼬아서 꿇고 단단한 줄을 만드는 작업을 하게 된다. 이 과정이 집줄놓기다.


집줄놓기 경연은 "이 줄을 누가 누가 단단하고 정해진 시간 내에 많이 만드느냐"하는 마을 대항 경연이다. 각 마을 대표선수들 4명 (남 2, 여 2)이 제주도 전래 복장인 갈중이를 입고, 고무신을 신고, 머릿수건을 하고 참여를 하게 된다. 최대한 옛것을 찾아보겠노라는 생각인 것 같다. 복장을 제대로 했는지도 채점을 한다고 한다. 집줄놓기는 지금은 없어진 일이라 마을대표선수들의 대부분은 나이가 지긋하신 노인회 소속분들이다. 다년간 출장 경험을 가지신 베테랑 들이다.  

내가 어렸을 적만 해도 마을에 초가집들이 있어서 가끔씩은 볼 수 있었던 장면이다. 진짜로 오랜만에 보는 광경이다.

경연을 시작하니 난리다. 

줄을 꼬다가 끊어지는 마을, 꼬아지지도 않는 마을, 15M를 만들어야 하는데 짧따고 더하라고 난리치는 마을..

원래 이런 경연은 응원단이 목소리가 더 큰 편이다.

오랜만에 마을과 사람들의 활력 넘치는 외침을 들을 수 있는 것 같아서 즐거웠다. 

오늘 온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몇 시간 동안의 짧은 외유를 끊내고 버스가 기다리는 주차장으로 향했다. 


저녁시간 뉴스다.

들불축제는 환경을 많이 훼손한다고.. 취소해야 한다는 환경단체의 주장이다.

그 보다 더 큰 가치를 살리는 방향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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