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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창석 Mar 17. 2023

제주는 지금 왕벚꽃앓이 중..

제주의 봄은 화사한 꽃 내음과 함께 찾아온다.

들판에는 노란 유채꽃, 길거리마다는 하얗고 고운 분홍 색깔의 왕벚꽃이 봄을 알리는 전령사다.

3월이라 창가 너머로 내리쬐는 햇살은 따뜻하기도 하지만 길거리 날씨는 차갑다.

아직 겨울옷을 모두 털어버리기에는 조금 이른 느낌이다.

길거리에 벚꽃나무들도, 내가 사는 아파트에 있는 벚꽃나무들도 아직 봄을 맞이할 준비가 덜 되어있다.

지난겨울을 난 앙상한 가지만이 차가운 바람을 온몸으로 맞고 있다.


서귀포를 다녀오는 길

매년 벚꽃 축제장으로 유명한 애월읍 장전리 마을에 들어서니


" 애월읍 왕벚꽃 축제기간 중 도로교통 통제"라는 현판이 보인다.

" 기간: 3. 25~ 3.26일"

" 어! 기간이 예정보다 이르네.. 올해는 드디어 왕벚꽃 축제는 하는구나.."


지난 코로나 기간 동안 전국의 축제가 사라졌듯이 제주의 각종 축제도 잠시 휴면기였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서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가는 시기라 축제를 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시기가 예전보다 빠르다.

제주의 벚꽃축제는 보통 3월 말~4월 초를 전후해서 반짝 짧은 기간 동안 열린다.


왕벚꽃은 제주의 것이다.


왕벚꽃은 제주가 자생지로 제주고유의 품종이라고 한다. 100년 전부터 시작되었다는 왕벚꽃의 원산지 논란은 한때 일본의 국화로 잘못 알려지면서 수난의 대상이 되었고, 벚꽃축제의 존폐문제로 확산되기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관련자료를 확인하고 DNA를 비교 분석한 결과 일본 왕벚나무와 구분되는 별개의 식물로 밝혀졌다. 제주도 왕벚나무는 제주에 자생하는 올벚나무가 모계(母系)이고, 벚나무 또는 산벚나무가 부계(父系)인 1세대(F1) 자연 잡종으로 확인되었다고 한다. 실제적으로 봉개동 자생 군락지에는 수령 265년 된 왕벚나무가 있다. 나무의 높이는 15.5m, 밑동 둘레는 4.49m 나 돼 지금까지 알려진 왕벚나무 중에서 최대 크기다. 나무의 나이는 목편을 추출·분석해 추정했다고 한다. 또 천연기념물 159호인 봉개동 왕벚나무 자생지의 3그루 중 한 그루는 추정 수령 200년이다.


왕벚나무는 세계적으로 제주도에만 자생하는 특산식물로 나무의 키가 크고 웅장하게 자라며, 꽃이 먼저 피어나고, 꽃자루와 암술대에 털이 있으며, 꽃자루 하나에 꽃이 여러 개 달려 다른 벚나무에 비해 화려하다는 특징이 있다. 남들보다 화사함에 부끄러워서 그런지 성질이 급하다. 개화하고 약 2~3이면 만개하고, 1주일 정도 지나면 시들기 시작한다. 며칠 사이에 언제 그랬냐는 듯이 꽃잎이 뚝뚝 떨어지고 만다. 때를 못 맞추면 아름답고 화려한 자태를 볼 수가 없다. 벚꽃이 만개한 봄날 밤, 가로등과 조명이 있어서 더욱 아름다운 벚꽃거리는 야간관광의 명소로도 부족함이 없다.    


왕벚꽃이 피는 날 제주의 축제는 시작된다.


내가 다니던 회사의 앞에는 동서로 1km 구간 길게 벋은 2차선 도로가 있다. 길양옆으로는 20~100년의 수령을 가진 아름드리 왕벚나무 160여 그루가 길가를 따라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봄날 생기를 머금은 왕벚꽃이 개화를 시작하면 꽃과 나뭇잎이 우거져서 하늘을 덮을 정도였다.

사무실에서 늦은 일을 마무리하고 퇴근하는 봄날 가로등 불빛 아래 비친 꽃들의 모습은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이 아름다움을 무시하고 그냥 집으로 걸음걸이를 재촉하는 게 왕벚꽃에 대한 예의가 아닌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 때도 있었다. 가까운 곳이 집이었다면 아내라도 불러서 왕벚꽃이 피어있는 봄날밤의 낭만에 취해보고 싶을 정도다. 이곳이 제주에서 가장 유명한 벚꽃거리이자 1992년 제주벚꽃잔치를 시작한 전농로다. 예로부터 전농로 벚꽃거리는 제주시에서 가장 먼저 만개한 벚꽃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역사와 전통이 있는 명소이다.

 



제주 벚꽃잔치는 제주 왕벚꽃축제라는 이름으로 변경해서 30여 년간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다. 그동안 주최 기관이나 단체, 장소, 내용이 바뀌면서 참 우여곡절이 많은 축제다. 한때는 일본꽃이라는 논란에 존폐의 우려도 있었다. 축제의 메인무대가 좁다는 여론에 부딪혀서 종합경기장, 제주대학교 입구, 시민복지타운으로 떠돌아다니기도 했다. 축제장소인 전농로는 제주시 구도심의 한복판이다. 지금은 모두 다른 장소로 옮겨갔지만 예전에는 제주도교육청, 제주농고, 제주일고가 있었던 자리다. 지금은 kt와 토지정보공사, 교육청 산하기관 등이 있다. 도로의 길이는 길지만 2차선의 좁은 도로로 교통량이 많고 길양옆으로 오래된 주택들이 밀집되어 있다. 빽빽이 들어선 건물들 사이로 체험이나 판매부스설치 등 축제를 할 수 있는 여유공간이 없다. 축제기간 인근 주민들의 불편이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어느 해에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유채꽃잔치와 합쳐서 열리기도 했다.


제주는 왕벚꽃 세상이다.


이제 제주도에는 마을마다, 거리마다 어디를 가던지 쉽게 왕벚꽃 터널을 볼 수 있다. 생명력이 강해서 가로수로도 무던히 잘 자라는 모양이다. 어린 묘목을 쉽게 구할 수 있기에 많이 심고 있다고 누군가가 얘기를 하기도 한다.

 

봄날 집 발코니에만 나가도 아파트 놀이터에 휘늘어지게 핀 왕벚꽃을 볼 수 있다.

아파트 옆 거리는 왕벚꽃 터널이다.

제주의 봄날 온 동네는 벚꽃거리가 된다.

중산간 도로나 마을 이면도로에도 가로수로 심었다.

제주에서 굳이 벚꽃거리를 찾아서 헤멜 필요는 없다.

이제 제주에서 벚꽃명소는 너무나 많다. 이곳 전농로외에 대표적인 곳이 제주대학교 입구다.

1983년에 심은 230여 그루의 왕벚꽃나무가 학교 진입로를 꽃 천장으로 만들어준다.

봄날 이 거리는 꽃반 사람반이다.

저마다 인생샷을 찍느라고 난리다.

화려한 옷을 입을 필요가 없다. 바람에 날리고 꽃, 나무에 달려있는 꽃 자체가 의상이다.

봄날 겨울 눈발 같이 내리는 왕벚꽃을 맞으며 꽃길 위를 걸어보는 것도 쉬 얻기 힘든 추억이다.


제주 왕벚꽃은 봄날 너무나 화려하게 피지만, 짧은 생명력만을 보여주고 금세 사라진다.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

꽃핀 날 바람이 불거나 봄비가 내리면 꽃들은 그냥 낙화가 되어 거리를 덮게 된다.

왕벚꽃은 짧은 생명력만큼이나 강력한 충격을 주고 떠나는 꽃이다.

제주는 지금 화려한 왕벚꽃축제를 위한 꽃망울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제주도내 왕벚꽃의 낭만을 감상할 수 있는 장소 모음 40개소 *


서귀포시 신례리 왕벚나무 자생지(서귀포시 관리): 남원읍 신례리 산2-1근처

제주시 봉개동 자생지 : 천연기념물 159호로 지정 보호(국가소유, 3그루)

한라산 관음사 왕벚나무 자생지 : 제주도 기념물(성목 4그루)

제주대학교 입구길 : 제주시 아라1동 328-2

신산공원: 제주시 일도2동 879 - 공원

전농로 : 제주시 삼도1동 500-17 - 도로

녹산로 :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산 51-1 - 도로

삼성혈 : 제주시 이도1동 1313 - 공원내

중문동 : 서귀포시 중문동 1935 , 1884-1- 마을안길

제주대학교 교정 : 아라1동 1번지 - 교정 잔디밭

위미리 :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 892-4 - 일주도로

김녕리 : 구좌읍 행원리 산 29-11 인근 - 중산간 마을인 구좌읍 덕천리에서 김녕리 만장굴까지 2km

한라수목원 입구 : 제주시 노형동 106-1 - 공립 수목원내

오라공프장 입구 : 오라2동 205-1 - 오라공프장 진입로

화순리 성 박물관 옆 : 안덕면 감산리 1731-10 - 박물관 옆 공터

국제대학교 교정 - 제주시 영평동 산 8-1 - 학교교정, 지대가 높아서 좀 늦게 핀다

예래동 입구 : 서귀포시 상예동 518-4 인근 - 예래동 입구 도로

오등동길 : 오등동 271-1 - 오등동에서 제주대학교 사거리까지 숲터널

광령리 : 애월읍 광령리 2195-1 - 도로변

연삼로 : 제주시 도남동 582 인근 - 정부종합청사 인근

용강동 자생지 : 용강동 산 14-2 - 자생지, 한라생태숲 가기 전 150m지점 도로변

애월고 : 애월읍 애월리 1-1 - 학교 진입로

성산읍 중산간 도로 : 표선면 성읍리 인근 - 3km도로 구간

장전리: 애월읍 장전리 1169-3 - 도로변, 왕벚꽃 축제가 열리는곳

제주시 종합경기장 : 오라1동 1175-3 - 종합경기장 서쪽

도두봉 벚꽃길 : 제주시 서해안로 195 - 오름

만장굴 입구 : 구좌읍 행원리 산 47-1

신풍리 벚꽃길 : 성산읍 신풀이 1561-1 일대

수망리 : 남원읍 수망리 산 126

봉개프라자 입구 : 회천동 산 5-9

예래 생태공원 : 상예동 4999-25

이승이 오름입구 : 남원읍 신례리 산3번지

전원마을 : 조천읍 와흘리 2850-34

해비치 CC 입구 : 남원읍 신흥리 산 46-7

호근동 입구 : 호근동 643-13

감산리 : 안덕면 감산리 1731-10

혼인지 : 성산읍 온평리 1992

삼달리 벚꽃길 : 성산읍 삼달리 111-5번지 방향 - 도로 숲터널

난산리 벚꽃길 : 난산리 1465-1 번지 방향 - 도로 숲터널

신풍리 벚꽃길 : 신풍리 1026 반향- 도로 숲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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