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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창석 Mar 26. 2023

제주민속오일장.. 할망장에서 흥정하기

봄날 오일장은 분주하다. 제주시에서는 매 5일마다 전통시장이 열린다. 날짜로는 매 2일과 7일이다.


오늘이 22일 오일장이 서는 날이다. 봄감자를 밭에 심으려고 지난 오일장에서 씨앗감자를 구입했는데 조금 부족한 느낌이라 오늘 다시 추가 구입하기로 했다. 늦은 아점을 하고 제주 민속오일장으로 출발했다. 집에서 제주민속오일장까지는 승용차로 10분 정도 걸린다. 시내버스가 있기는 하나 오일장에서 이것저것 구입을 하면 가져와야 하는 물건의 무게 때문에 항상 승용차를 이용한다.


"오늘 우리가 살게 뭐가 있지?"

"씨감자 사고, 계란 한 판 사고...."


이후에는 오일장 구경뿐이다. 우리 부부는 오일장을 가면 항상 정해진 루틴이 있다.

일단 필요한 물품을 구입한다. 다음은 꽃과 나무가 있는 시장을 둘러본다. 실제 구입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우리 부부가 관심이 있는 분야이고, 계절이 오고 감을 체감할 수 있는 곳이라 항상 들른다.  또 하나는 나의 필수 코스인 길거리 호떡가게다. 항상 기다란 줄로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곳이다. 오일장에는 호떡가게 3군데가 있는데 그중에서 제일 대기줄이 긴 곳을 선택한다. 많은 사람이 선택하는 곳이 맛이 더 좋을 것이라는 일반론적인 생각이기 때문이다. 호떡 가격은 작년 초까지만 해도 3개에 2,000원이었다. 2000원으로 3개를 사면 내가 그래도 호떡을 먹었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부터인가 1개에 1,000원으로 개당 300원이 훌쩍 올라 버렸다. 3개에 2000원이었는데 1000원을 더 내야 3개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오일장 물가로서는 크나큰 충격이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1개씩만 먹기로 했다. 뭐 특별한 일이 없더라도 시간이 나면 오일장 투어를 가곤 한다.

 

주차하기도 쉽지 않은 민속오일장..
민속오일시장은 마니아들이 있어서 외롭지 않다.

오전 11시라 이른 시간이다.

"이렇게 빨리 오일장에 사람들이 오나요?" 

이른 시간에 오일장에 가보자는 내 의견에 조금 의구심을 갖는 아내의 불평 어린 말투다.

"용건 있는 사람들이 오전, 오후가 어디 있어? 차라리 오전에 한가하니까 더 많이 올 것 같은데.."


우리는 이호 테우해수욕장을 지나 오일장에 들어섰다. 긴 진입로를 지나야 한다. 입구부터 길가 주차장에는 차량이 빼곡하다. "설마 했는데 역시" 우리가 늘 주차하던 주차장에 들어섰는데 빈 곳이 없다.


"와.. 이른 시간에도 차가 이렇게 많아? 다들 열심히도 사시네.."


투덜투덜 아내의 얘기를 들으면서 메인 주차장으로 차를 돌렸다. 주차면적이 가장 넓은 이다.


"주차면적이 넓으니 차가 많이 들어오고 빠지겠지?" 일말의 기대감을 가지고 입구에 들어섰는데 웬 걸이다. 역시나 빈 곳이 없다. 상인들이 가지고 온 차량들이 아직 빠지지 않아서 그런가 1톤 트럭들이 즐비하다.


방법이 없다. 조금은 주차하기가 귀찮지만 새로 생긴 주차빌딩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아니, 주차 건물에서 차량이 많이 나오네, 저기도 차를 세울 데가 없는 것 같아"


곳곳에 대형 마트가 생기고 온라인 쇼핑이 일상화됐다지만 전통시장을 찾는 마니아들이 여전하다.


"오늘 오일장인데 순댓국에 막걸리 한잔 하러 가야지"

" 다음번 오일장날 보자" 지금도 오일장을 약속장소로 잡은 마니아들이 있어서 인기는 여전하다.


평일 오전인데도 가득 찬 오일장의 주차장을 한번 돌고, 가까스로 주차를 했다.

 

제주 민속오일장 할망장에서 흥정하기는 만만치 않다..
일단 외국어를 알아야 한다


우리는 먼저 오늘의 미션을 수행하기로 했다. 씨감자구입이 미션 1번이다.

지난번 씨감자는 할망장에서 구입을 했다. 제주 민속오일장에는 "할머니 장터"라는 일정한 구역이 있다. 이곳을 제주 사투리로 할망장이라고 부른다. 지붕만 있는 오픈형 점포가 2-3평 규모로 조그맣게 획정된 수십 개 구역이 나란히 붙어있다. 전업농이나 전문 상인이 아닌 농촌의 부업농을 위한 곳이다. 농촌에서 텃밭이나 우영밭 농사를 하는 할머니들이 재배한 농사물을 직접 판매할 수 있도록 도에서 특별히 배려해서 만들어준 공간이다. 여기 사장님들은 대부분 나이가 지긋하신 농촌 동네 어르신들이다. 대부분 할망이고 동네 여자 삼춘들이다. 농산물은 없는 것이 없다. 밭에서 재배가 가능한 것이라면 모두 있다. 소량 다품종 판매를 하는 곳이어서 1,000원어치 또는 1~2개만 원하는 개수만큼 구입도 가능하다. 그러니 젊은 부부나 소량 구입을 원하는 사람들이 눈치 안 보고 얼마든지 구입이 가능한 곳이다. 직접 본인이 먹으려고 소량으로 파종을 했는데 남아서 판매를 하러 나온 동네 아는 삼춘도 있고, 집 우영팟에서 나오는 농산물을 팔아서 손자, 손녀들의 용돈을 줄려고 친구 할망도 있다. 아는 사람만 아는 팁이다. 집에서 소량으로 재배를 하기 때문에 농약을 사용할 환경이 안 된다. 결과적으로 친환경이나 저농약재배가 되기 때문에 이런 위험으로부터는 비교적 안전하다. 반면 포장이 안되거나 상태가 고르지 못해서 못생겼다. 외향이나 모양을 중시 여기는 사람들은 선 듯 나서서 구입하기가 꺼려지는 경우도 있다. 전체적으로는 시골 동네장터, 버스 터미널 좌판 장터를 생각하면 된다. 단, 할망장에서 흥정을 하려면 외국어를 알아야 한다는 선결과제가 있다. 제주어 말이다.

할망장에서 흥정하다가 그냥 가기란 쉽지 않다. 동네 어른에게 모진 을 하고 떠나는 기분이라 찝찝하다. 흥정을 하면 1개를 사던 1000원어치를 사던지 해야 마음이 편하다.


여기서 만큼은 아이쇼핑이 먼저다. 쭈욱 둘러보면서 심사숙고해야 한다. 가격은 어려운 말로 할망들이 담합을 했는지 거의 비슷하다. 보통 조그만 소쿠리(바구니)에 농산물을 담아서 전시를 하는데 가격은 2,000원~5,000원 정도다. 대파나 쪽파 등의 묶음단위도 비슷하다. 단지 취사선택할 부분은 품질인 것 같다. 내가 원하는 크기와 모양을 가지고 있는지, 싱싱한지 등등...

그러나 할망들이 이제는 상술이 좀 붙었다. 전시해 놓은 물건의 겉이나, 보이는 부분에는 양호한데 막상 물건을 펼쳐놓고 보면 문제가 있는 경우가 가끔씩은 있다. 이 경우는 고민이 되는 것이다. 일단 흥정이 들어가면 많은 것을 들어보고 조건을 따질 수가 없다. 대충 품목만 맞고, 가격만 맞으면 사야 되는 상황이 돼버린다.


지난번 씨감자도 조급한 마음에 구입한 게 아쉬웠던 게다. 바구니 단위보다는 조금 많이 구입할 계획이라 박스로 판매하는 장에 멈춰 섰다. 가격과 양을 물어보니 반 box정도면 될 것 같았다.

꺼내는 과정을 보니 씨감자로 사용하기에는 좀 부 적당 한 것 같았다.


" 아니, 이건 씨감자로 심기에는 아닌 것 같쑤다 "

(* 제주어 해석 : 아니, 씨감자로 심기에는 아닌 것 같습니다.)

" 아니라 이거 그냥 밭에 댁경 내불어도 잘만 큽니다, 걱정 맙써 " 이게 끝이다.

(* 제주어 해석 : 아닙니다. 그냥 밭에 던져서 내버려도 잘만 큽니다. 걱정 마세요)

     

대금을 치르고 돌아서면서도 우리 부부는 서로 얼굴을 보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우리가 원하던 것이 아니었다. 이제는 해결방법을 우리 스스로가 찾아야 한다. 그래서 오늘 다시 재출격을 한 것이다.


"이번에는 얘기하지 말고 시장을 쭈욱 한번 둘러보고 삽시다.." 

지난번 아픔을 만회하려는 듯 야심 차게 쇼핑 계획을 내놓는다.

"그럽시다. 일단 한번 돌아보자고요.."


일단 할망장을 묵묵무답으로 휘 둘어보고, 오일시장에서 가장 넓은 야채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사람도 많고, 물건도 많고, 먹을거리도 많다. 그래서 여기 오면 내가 풍요로워진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야채장에 들렀다. 몇 코너를 둘러보는데 아내와 내가 눈이 동시에 일치하는 씨감자 바구니가 있었다. 저 정도면 괜찮을 듯 했다. 시장에서 물건을 파는 사장님들의 눈치는 알아줘야 한다. 잠시 눈길을 주거나, 멈칫하면 여지없이 달려온다.


"상 갑써, 이거 좋은 거우다" 갑자기 훅 들어온 영업에 우리 부부는 당황했다. 씩 웃고는...

(* 제주어 해석 : 사서 가세요, 이거 좋은 겁니다)

"이거 씨감자우꽈?  얼마마씸?" 일단 대답을 해야 해서 아내가 질문을 했다.

(*제주어 해석 : 이거 씨감자죠? 얼마인가요)

"이거 몬딱 5,000원만 줍써, 지금 한창 심을 때난 그냥 꽉꽉 심으민 됩니다"

(*제주어 해석 : 이거 전부해서 5,000원만 주세요. 지금 한창 심을때니까 그냥 꼭꼭 심으면 됩니다)

"너무 양이 많은 거 같은데, 덜엉 팔민 안됩니까? "

(* 제주어 해석 : 너무 양이 많은것 같은데요, 일부만 팔아주면 안되나요?)

"덜지말고 이거 몬딱 4,000원만 줭 가져갑써" 갑자기 흥정가격이 들어온다.

(*제주어 해석 : 일부만 하지말고 이거 전부해서 4,000원만 주고 가져 가세요)

"예, 한번 둘러봥 오쿠다 예" 지난장에서의 실패를 반복하기 않으려고 아내가 급히 발뺌을 한다.

(*제주어 해석 : 한번 다른데 둘러보고 오겠습니다.)

"다 돌아다녀봐도 이거보다 좋은 거 어서 마씸 그냥 상갑 써"

(* 제주어 해석 : 다 돌아다녀봐고 이것보다 좋은 것은 없습니다. 그냥 사서 가십시요)

상인 아주망의 뒷소리를 들으면서 우리는 급히 발길을 돌렸다.

"좋기는 한 것 같은데 너무 많다 "



우리 부부는 지난번 실패가 많이 아쉬웠던 게다. 동시에 둘이 훅 돌아서는 걸 보면서 우리는 서로 웃었다. 여기는 할망장과는 달라서 나이대가 젊다. 그리고 할망장 보다는 전문적으로 장사를 하시는 분들이다. 한림이나 세화, 서귀포등 다른 동네 오일장까지 돌아다니면서 전문적으로 장사를 하는 분들도 계시기에 흥정을 하는데 조금은 부담이 덜 간다.

감자를 파종하는 시기가 마지막이어서 그런지 씨감자가 판매되는 곳은 그리 많지 않았다. 다들 비슷비슷하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감자심기를 처음 하는 일이라 어떤 씨감자가 좋은지를 잘 모른다는 것이다. 단지 유튜브나 인터넷을 통해서 얻은 간접지식 밖에 없다. 결국 우리는 좀 전에 흥정하던 곳이 제일 낫다는 결론은 내리고 발길을 돌렸다.


감자 품종은 뭐꽈?  감자주 뭐라..

"저거 줍써, 근데 감자 품종이 뭐우꽈?"

(* 제주어 해석 : 저것 주세요, 그런데 감자 품종이 뭔지요?)

"다른데 별다른데 없지예? 품종!!!  감자 마씸"

(*제주어 해석 : 다른곳 보니 별다른것 없죠? 품종 !! 감자 입니다)

"아니.. 감자의 품종이 이신디..수미감자라든지 하는 감자의 이름마씸.."

(*제주어 해석 : 아니..감자의 품종이 있는데..수미감자라는지 아는 감자의 이름이요)

"몰라 마씸, 그냥 감자.."

(* 제주어 해석 : 몰라요, 그냥 감자요)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다.  오일장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일 거다.

씨감자가 들어 있는 비닐봉지를 받아 들고, 돈을 지불하고 돌아섰다.


민속오일시장과 할망장에서의 물건 흥정은 항상 의외의 결과로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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