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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창석 Dec 18. 2024

붕어빵과 길거리 캐럴이 그리운 요즘..

겨울은 붕어빵과 캐럴의 계절이다.

유심재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올해도 붕어빵 가게가 문을 열었다.

팥과 슈크림이 들어간 500원에 1개 하는 전통의 붕어빵이다. 차에서 내려서 돌아서면 제일 먼저 붕어빵 가게가 보인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듯 나도 붕어빵 가게를 그냥 지나치는 일은 별로 없다. 손에 뭐를 들었거나, 붕어빵을 살 1,000원권 지폐가 없는 날은 할 수없이 지나쳐야 한다.  


붕어빵은 날씨가 좀 차가워야 제맛이다. 금방 구운 붕어빵을 손에 잡았을 때 "! 뜨거워"를 외치면서 손을 번갈아가면서 잡고 호호 불어서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바람이 쌀쌀하게 불고, 길거리에 나뭇잎이 떨어져 나 뒹글고 있을 때쯤이다. 두터운 패딩을 입고 다소 추운 듯 웅크리고 서있는 모습이 붕어빵 가게 앞에 서 있을 사람들이다.  



유심재로 들어가는 입구 한참의 세월을 머금은 팽나무는 이번 겨울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여름철 내내 입었던 파란 옷이 무거운 듯 이제는 누런 옷으로 갈아입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누런 옷이 더운 듯 벗어젖히고 있다. 내 두 팔을 감싸도 안 을수 없는 팽나무의 앙상한 줄기에는 생기가 없는 이파리들이 바람결에 갈피를 못 잡는다. 허름한 농가와 돌담길 사이에 자리를 지키고 있는 팽나무옆 붕어빵 가게는 수십 년 전 내 어릴 적 동네모습과 같다. 세월을 거슬러 타임머신을 탄 기분이다. 그래서 지금 이때쯤 이 길을 서면 수십 년 전 내 모습이 스쳐 지나간다. 겨울철 쌀쌀한 날씨에 바람이 불고, 세밑이 다가올 때면 지나간 추억들이 함박눈 같이 쏟아진다.

 



유심재에 들어오니 썰렁한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 춥다. 사람이 없다는 것은 이리 썰렁함을 가져다주는구나, 사람의 온기가 새삼 따뜻했음을 느낀다.

사는 사람 없이 가끔씩 들리는 유심재의 겨울 맛은 차가움이고 외로움이다. 조금이라도 바닥의 냉기를 덜 느끼고 싶어서 깍지발을 했다. 몇 발자국을 걸어서 글방으로 들어가서 얼른 노트북을 켰다. 뭔가는 차가움을 날려줄 분위기가 필요했다. 이때쯤 가장 따뜻한 것은 크리스마스 캐럴이다. 유튜브에서 캐럴을 검색하고 플레이를 눌렀다. 때로는 잔잔한 캐럴이 따뜻함으로, 가끔씩은 신나는 캐럴이 경쾌함으로 다가온다. 잠시 리듬에 몸을 맡기고 추위를 잊어본다. 캐럴마다에는 어린 시절 추억들이 묻어있다. 그 캐럴을 같이 했던 친구와 그 거리, 그 장소 분위기가 머릿속에 흐릿한 필름이 되어 돌아간다. 20대 청춘 낭만의 시절, 세상의 모든 게 즐거웠고,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시절 추억들이 그림책이 되어 펼쳐진다.



지금도 세밑, 연말이 다가오면 여기저기서 캐럴이 들려온다.

예전 캐럴을 길거리를 차고 넘쳤다. 거리마다 레코드가게에서 문밖에 대형스피커를 내놓고 캐럴을 틀었다. 밖을 나가면 내가 싫어도 캐럴을 들어야 하고, 분위기에 젖어야 했다. 저 혼자 지나가면서 흥얼거리기도 하고, 팔을 휘저으면서 걸어가기도 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는 모든 이들의 축제였고, 연말을 설레게 하는 축가였던 것 같다.


이젠 길거리에서 캐럴을 들을 수는 없다. 조용한 크라스마스인지, 저 혼자만의 축제인지는 모르겠다. 캐럴은 들려오는 게 아니라 내가 찾아서 들어야 하는 음악이 되었다. 즐거움도 로맨틱한 분위기로 필요한 사람들이 만들어야 한다. 나눔과 공유가 사라졌다.


1년을 마무리하는 연말은 겨울이다. 겨울은 춥다.

더 넘겨야 할 달력의 뒷장이 없는 연말, 우리도 1년을 마무리해야 한다. 사람이 뭔가를 정리해야 할 때쯤이면 아쉬움이 잔뜩 묻어난다. 아쉬움이 많은 연말에 날씨까지 추우면 우리네는 더욱 외로워진다.

 

신나고 따뜻한 캐럴이 넘치는 길을 걷다가, 작은 온기가 넘쳐나는 작은 붕어빵 가게가 그리운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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