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가 갈수록 어려워짐을 느낀다.
잡념이 들어서일까?
아니면 방향을 못 잡아서일까?
처음에는 별다른 생각 없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퇴직을 하면서 꼭 하고 싶었던 일이다.
어느 때부터인지는 모르겠는데 글쓰기는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되었다.
내가 살아온 길, 내가 세상을 살면서 내가 간직했던 생각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누구한테 보이기 위해서도 아니고, 어떤 문학 카테고리를 염두에 둔 것도 아니었다.
그냥 그날그날 살아가는 일상과,
살아온 나날들을 더 이상 기억의 저편으로 밀어 넣기 전에 정리해보고 싶어서다.
가볍게 출발을 했기에 글을 쓴다는 일은 그저 즐거움이었다.
브런치 글을 쓰기 시작한 첫 해에는 거의 150여 편의 글을 쓴 것 같다.
심지어는 하루에 2~3편의 글을 쓴 적도 있었다.
보이는 게 글감이었고, 앉아서 생각하는 자체가 소재였다.
음악을 듣다가 문뜩 생각나는 지난 추억을 기억나는 대로 적어가는 것도 한 편의 글이 되었다.
두서없이, 생각나는 대로 글을 썼다. 글을 쓰는 것이 쉬웠고, 즐거웠다.
흔히들 하는 말 "무식이 용감"이었던 것 같다.
이때쯤 가끔 주변에서 글을 써달라는 부탁이 들어왔다.
내가 활동하는 분야를 중심으로 글을 쓰는 것이기에 별다른 부담 없이 응했다.
또 가끔씩은 적극적으로 투고를 하기도 했다.
글을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니 주위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종종 생겼다.
내가 쓴 글이 활자화되어 책자의 한 목차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큰 즐거움이었다.
더불어 원고료라는 게 있어서 내가 글을 쓸 때마다 마실 커피값을 충당해 주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런 일들이 몇 차례 반복될 즈음부터 잡념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작가세요?"라는 질문에 대답이 궁색함을 느끼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글을 쓰고 나서는 작가소개, 약력을 쓴다. "작가"라는 말이 들어가야 글의 무게를 더해 주는 모양이다.
때로는 섭외단계에서부터 "작가세요?"라는 질문을 제일 먼저 하는 경우도 있다.
우물쭈물하는 대답에 슬며시 말을 돌리는 경우를 경험하면서 "아, 이게 아니었나?" 하는 반문이 시작되었다.
글을 쓸려면 작가라는 자격이 필요한 건가?
아니면 작가만이 글을 써야 하나?
글을 쓰면 굳이 작가라는 호칭을 안 사용하더라도 되는 줄 알았는데..
난 아무런 생각 없이 내 이야기를 글로 남기고 싶을 뿐인데...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부터는 글의 무게가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글의 편수가 급감하기 시작했다.
브런치에서 작년글을 세어보니 60여 편 정도였다.
지나치게 가까이할 수도 없고, 멀리할 수도 없는 게 세상살이다.
작년 12월, 한 달 동안 부지런히 글을 썼다.
예전 한 달이면 30여 편을 썼을 건데, 고작 5편을 쓰고 퇴고 퇴고를 반복했다.
그리고 몇 군데 응모를 했다.
해가 바뀌고 1월이 지나면서 별다른 소식은 없었다.
이젠 나의 부족함을 탓하는 일만 남았다.
쉽지 않구나, 그래서 작가라는 호칭을 달기 위해서 노력하는구나.
그렇게 잊고 있던 구정날 밤 한통의 문자를 받았다.
문자 제목이 "당선서류 제출"이었다.
그리고 다음 문자가 들어왔다.
"축하합니다." 신인상 심사결과 당선되었다는 문자였다.
발표 일정이 공지돼있지 않길래 잊고 있었던 응모건이었다.
당선소식을 평생 잊지 못할 구정 선물이 되었다.
이젠 작가라는 호칭을 사용해도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