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화의 오류 속에 사는 세상
"요새는 다 그렇게 하는데요."
언제부터인가 주위에서 무수히 듣는 말이다. 애들이건 어른이건 관계없이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사방에서 서라운드로 들려주는 말이다.
"남들은 다 그렇게 하는데 왜 당신만 딴 소리를 하느냐"는 소리 정도로 들린다. 이 말을 들으면 다르다가 아니고 내가 트렌드, 유행을 모르는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라는 얘기로 불쾌하게 확 와닿는 기분은 무슨 때문인지 모르겠다. 여기서 남들이라는 개념은 누구를 뜻하고, 얼마 정도를 얘기하는 걸까?
매일매일 쏟아지는 설문조사나 통계를 찾아보더라도 그런 얘기는 없던데, 이들은 무슨 근거로 그런 얘기를 하는 걸까?
첫째가 자주 하던 말이 있다.
"왜, 어른들은 모든 걸 일반화시켜? 어른들이 말하는 것들은 남들이 다 하는 거라고 해.."라는 반박이었다. 애들이 학교 다니던 시절 이야기다. 대화를 하다가 결정을 고민하는 첫째에게 당위성을 부여해 주기 위해서 "요새는 다 이렇게 하더라"라고 이야기를 하면, '다라면 몇 명이예요? 혹시 설문조사라도 해보셨어요?"라고 대뜸 반박을 하곤 했다. 가만히 들어보니 일리가 있어서 수긍을 하고, 대화할 때마다 무척이나 신경을 썼던 때가 있었다.
우리는 대화 중에 무의식적으로 이런 일반화의 오류를 많이 범한다. 일반화 오류는 소수의 사례나 경험만으로 전체 집단의 특성을 그렇게 규정지어버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번의 실수로 “나는 항상 실수만 한다”라고 생각하거나, 특정 직업군의 한두 사람만 보고 전체 직업군에 대해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는 격이다. 이런 일반화의 오류는 대화를 쉽게 끌어가거나,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서 또는 논쟁에서 자기 논리의 타당성을 펴거나 자기 행동의 합리화를 하기 위해서 무의식 중에 범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입에 붙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흔히들 발생하는 일상의 오류다. 사실 어느 정도의 어느 정도의 일반화는 상황에 따라 넘어가고 편한 경우도 있다. 단지, 의견이 서로 맞지 않은 경우가 문제다
요새는 일반화의 오류가 아주 심해지는 것 같다.
세상살이가 너무 빠르게 변한다. 그리고 너무 개별적으로 은밀하게 변한다. 문화나 풍습이라는 게 사회에서 어느 정도 공론화가 되고, 공개가 되면서 여론의 응원을 없고 서서히 변해야 하는 건데, 요새는 그런 형성 과정이 없다. SNS를 타고 몇 사람이 하는 게 공유가 되고, 좋아요를 받으면 그게 요즘 경향이 되어버리는 것 같다. 좋으니까 따라 하고 주위 몇 사람들에게 얘기를 한다. "요즘 이렇게 하던데,.."
언론도 문제다. 요즘 변해가는 세태를 기사화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팩트인지 임팩트인지는 모르겠다면 지나치게 흥미위주로 신세계를 발견한 듯이 기사를 쓰는 경우다. 그래도 경향이나 추세의 변화를 얘기하려면 조사 대상의 크기가 어느 정도 확보되어서 신뢰성을 담보해야 한다. 단지, 주변 몇 사람의 얘기를 모아논 듯한 가십성 기사들이 있다. 기사의 서술방식도 문제다. 기사의 말미에 '.... 하는 게 요즘 경향이다.... 하는 추세다."라는 문구를 넣어버리면 이게 또한 추세나 경향으로 간주가 돼버린다. 사람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 자기의 생각을 누구의 힘을 빌어서 일반화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SNS와 언론이 든든한 뒷배가 돼주는 경우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다. 끼리끼리 어울린다는 얘기다.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끼리 어울리기에 사고나 하는 행동이 비슷할 수밖에 없다. 그 사람, 그 집단에서는 "다 그렇게 한다". 그러나 다른 집단의 모습은 다를 수 있다. 사고와 행동이 다르고, 다른 집단의 당연함이 이 집단에서는 낯선 문화가 될 수도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다. 여기서 서로가 정당함을 주장해 버리면 갈등과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 이해와 배려가 필요한 대목이다.
우리 사회는 나누기를 좋아한다. 세대 간, 연령간, 지역 간, 남녀 간, 좌우간.. 뭔가 테마만 있으면 나누려 한다. 그리곤 그들의 행동을 그들만의 문화나 생각으로 고착화시킴으로써 넘을 수 없는 경계선을 만들어버린다. MZ라는 말과 문화가 대표적이다. 그건 그들만의 문화로서의 특징이다. 이해하고 인정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그걸 다른 세대에 강요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그렇게 해요"라는 상대성을 염두에 둔 말을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다 그렇게 한다"는 것은 누구나 그런 행동을 할 때 사용되어야 맞는 말이다. 즉 그 행동이 우리들의 상식적인 사고의 범위 내여야 하고 대다수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어느 집단만이 생각을 모두에게 강요하는 듯한, 그리고 당연한 듯이 얘기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줄뿐만 아니라, 어쩌면은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으로, 무지한 사람으로, 세상을 모르는 사람이라는 모독을 줄 수도 있다.
상황을 돌아보면 그런 말은 자기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경우에 사용할 때가 많다. 자기의 주장에 설득력을 실지 못할 때, 또는 타당한 논리를 만들지 못했을 때 아주 쉽게 쓰는 궁여지책일 수도 있다.
이런 표현은 지나치면 인간관계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 객관적이고 신중한 사용이 필요하다.
그리고 충분한 근거와 다양한 사례 위에서 얘기를 하되, “항상”, “다”, "모두"와 같은 단정적 표현보다는, “가끔”, “일부”처럼 유연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