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지나치면 어떻게 될까?
지난주 문화원 행사가 있었다.
단체의 성격이 그래서인지 회원 대부분은 사회에서 한두 번은 은퇴한 사람들이다. 이날 참가한 사람들도 대부분 나잇대가 있다. 모두 손자 손녀를 둔 사회 원로 측에 속하는 분들이다. 개회식, 여러 사람의 인사가 끝나고 사전 계획에 없던 사람이 올라왔다. 바로 옆 홀에서 행사를 주관하던 분으로 제주 교육을 이끌어가는 책임자다. 해당 기관은 문화원과 협업관계였기에 참석을 하는 것도, 축사 한마디를 하는 것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그런 분이었다.
도내 중고등학교 학생회장들과 간담회를 하던 중이라고 한다. 당선이 되면 제주 교육을 위해서 많은 것을 하겠노라고 했는데 한 게 뭐냐는 질문을 받고 당황했다고, 요즘 학생들은 무섭다는 이야기로 시작했다. 그리고는 한마디를 더했다. 요즘 아이들한테는 무조건 잘한다고 칭찬만 해야 한다고, 아니라고 하면 안 된다고, 이것저것 가르치려들면 대접을 못 받는다는 얘기까지 했다. 그저 애들이 하는 것에 잘잘못을 따지지 말고 칭찬만 해주면 된다는 얘기로 축사를 마쳤다. 참석자들은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무슨 의미인지 모를 피식 웃음을 지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분의 축사가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백년대계인 교육의 수장이라는 사람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그런 말을 하는 게 맞는가 하는 의문이 가시지를 않았다. 좀 지나치게 해석을 하면 애들이 잘못된 길로 가고, 잘못된 생각을 하더라도 어른으로서 교육자로서 바른 길을 가르쳐주는 게 아니고 방치하는 것도 아니고 잘하고 있다고 칭찬을 하라는 얘기인가?
아니지, 칭찬을 많이 해주어야 한다는 얘기를 과장해서 한 거겠지 하는 합리화도 해보았다. 그러나 머리를 맴돌 뿐 생각은 정리되지 않았다. 자리의 무게감 때문에 그저 지나가는 소리로 들을 수는 없었다.
어쨌든 교육의 수장이라는 사람의 머릿속에는 그런 생각이 담겨있다는 얘기다. 이런 그의 생각은 학교 현장에도 영향을 줄 것이고, 그런 교육현장에서 아이들은 성장할 것이다. 그런 아이들이 자라서 이 사회의 중심이 되는 30~40년 후의 대한민국은 어떤 세상일까 매우 걱정이 된다.
그러기에 때로는 치열하게 토론도 하고 논쟁도 하면서 산다. 설득을 통해서 상대방을 이해시킬 수 있다면 더없이 좋다. 그러나 요즘은 그 과정의 치열함과 부딪힘, 일시적인 갈등이 싫어서 "그래 네 말 맞다" 하듯 그 과정을 피해 버리자는 사람들도 많다. 사회적 분위기도 그렇게 부추기고 있고 또 그렇게 흐르고 있다. 방치이자 무관심이다. 확대 해석하면 무시가 될 수도 있다. 결국은 서로를 설명하고 상대방에게 이해시킴이 없이 그냥 있는 그대로를 본다. 인정이 아닌 그냥 실존이다.
언젠부터인가 무조건 칭찬을 하는 부모, 어른이 되라는 캠페인과 교육을 한다. 그래도 요새는 조금 덜 한편이다. 물론 칭찬받을 일을 했을 때는 쌍수를 들고 칭찬을 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무조건은 아니다. 비판과 걱정 그리고 칭찬이 골고루 있어야 불완전한 인간은 서로 모양을 갖추며 성장한다. 비바람 많은 사회생활에서 혼자 견딜 수 있는 혼자만의 정신력이나 매집(?)이 생긴다. 칭찬이라는 온상 속에서만 자란 사람이 갑자기 사회로 나왔을 이전과 마찬가지로 그에게 칭찬만 해줄 수 있는 사회는 없다. 또 그런 사람은 자신을 뒤돌아 볼 줄도 모른다. 모든 게 남 탓이다. "나는 부모님한테도 꾸지람이나 지적을 안 받고 살았는데, 왜 사회가 그리고 남이 나에게 지적질을 하지?"라고 상대방을 향한 불만으로 나타난다. 정의롭지 못하고 불공정한 사회, 냉정한 사회 속에서 혼자 적응을 못하고 부적응하는 나약한 사람으로 자라게 된다. 혼자 비바람을 헤쳐 나갈 수 없다.
앞으로 그들이 살아갈 100년을 준비하고 설계하는 일이다. 그저 편한 게, 욕 안 먹고 세상 흘러가는 대로가 아니다. 불편하고 힘들고, 욕을 먹더라도 지금 어른들이 같이 해주지 못할 100년을 혼자 살아갈 기본을 가르치는 일이다. 미래 세상의 문화와 기술은 어떻게 변할지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걸 예측하고 교육을 시킨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지금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기본적인 방법을 알려줄 수 있을 뿐이다.
서로의 얘기를 듣고, 소통하고, 이해하고 배려하는 기술이 아닌 대화의 방법과 마음이다.
" 그냥 하는 대로 내 버리세요"
"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잘하고 있다고 칭찬만 해주세요 "
" 이래라, 저래라 얘기하지 마세요"
" 내가 알아서 할게요.."
서로가 어울리지 않겠다는 불간섭을 부르는 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