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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창석 Mar 20. 2023

승용차가 10년을 넘으니 중환자가 되더라..

월요일 아침 일찍부터 자동차 정비공장을 찾았다. 지난주 금요일 주행 중 차가 갑자기 힘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신호를 받아서 멈추려고 서서히 감속을 하는데  팍 막히는 느낌이 왔다.


" 어 왜 이러지.. 불길한데"


어쨌든 무사히 집에 도착해서 주차를 했다. 시동을 껐다. 한번 시동을 걸어보고 싶었다. 시동을 거는데 "후드득" 뭐가 털리는 소리가 나면서 시동이 걸린다.

' 어.. 전에  없던 소리가 나는데.. '

중얼거리면서 몇 번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마찬가지였다. 정비공장을 다녀와야 할 듯하다.



나는 차에 민감하다. 자동차 시동이 걸리면 엔진소리를 유심히 들어보는 편이다. 이 버릇은 군대 있을 때 길들여진 듯하다. 1982년 나는 광주 상무대 기갑학교에서 전차병 768기로 전차승무 교육을 받았다. 쉬운 얘기로 탱크를 조종하는 운전교육이다. 당시 우리나라의 전차는 6.25 때 사용하던 것, 미군에서 물려받은 것 등 오래된 기종들이 많았다. 너무 낡아서 항상 기동이 가능하도록 정비를 해두는 게  최선이라고 교육을 받았다. 그 첫걸음이 일과가 시작하면 전차가 있는 곳으로 간다. 제일 먼저 전차 시동을 걸고 소리를 잘 들어보는 것이다. 그 소리가 어제 하고 다르고, 잘 나갈 때 하고 다르면 일단 이상을 의심하고 전차 정비병한테 정비를 의뢰하라는 것이다. 그땐 그 의미를 정확히 몰랐고 운전 초자라 이해가 되지도 않았다.



한참 세월이 흘러 취직을 했다. 어느 날 처남이 자기가 타던 중고 자동차를 나에게 운전하라고 넘겨줬다. 아이도 있고 하니 차가 필요할 거라고, 그게 1992년 경이다. 대우자동차의 중고 르망이었다. 상태가 양호한 편이 아니라 정비공장을 한 달이 멀다 하고 들락날락 거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차는 엔진소리를 잘 들어보면 어디가 아픈지 알 수 있쑤다. 시동 걸 때 소리를 잘 들어보고, 운행 중에도 잘 들어 봅써.."


당시 내 차를 거의 정비해 주던 배테랑 정비기사인 지인 형님이 들려주던 팁이다. 내가 10년 전 군대에서 조교한테 들었던 얘기다.


" 아. 그렇구나. 이게 운전의 기본이었구나"


그 후 지금까지 나는 이 원칙을 철석같이 믿고 따르고 있다. 운전 초보시절 시동만 걸리고 움직이기만 하면 문제없겠다는 생각에 가볍게 주행을 나갔다가 도로상에서 황당무계한 일을 여러 번 겪었다. 그 아픈 추억이 있은 후로는 자동차 소리에 더욱 민감해졌다.



요새는 직장에 주 5일 근무가 일반화돼있다. 혹시 토요일 뭐를 할 수 있나 해서 전화를 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실례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 어제 농장에서 하던 일 오늘 가서 마무리할까요" 토요일 아침 어제 자동차 상황을 모르는 아내가 얘기했다.

" 아니.. 자동차가 정상이 아닌 것 같아서 오늘 운전하는 게 좀 찜찜해, 주말에는 푹 쉬라는 게시 같다"

어제 상황을 아내에게 자세히 설명했다. 그제야 아내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공감을 해주었다.

" 그래요, 그럼 무리하지 말고 주말에 푹 쉬게요. 월요일 정비공장에 다녀와야겠네"

" 차가 10년을 넘으니 요구하는 게 많다. 맨날 쌓이는 게 청구서니 말이다, 차를 처분하던지 해야지"


지금 내차는 2011년 새 차로 구입한 3번째 애마다. 그 당시에는 크게 신경을 안 썼는데 대형승용차라 세금이 비싸다. 고유가 시대 유지비도 만만치 않다. 다 자란 자녀들의 체격을 감안해서 5명이 여유 있게 타자고 조금 큰 차로 구입했던 게 이제는 혹이 되었다. 이제는 우리 부부만 사용하기에 조금은 사치인 듯싶기도 하다.


차가 멈추니 주말 할 게 없다. 그냥 방콕이다. 차가 많은 사람들의 생활버릇을 바꿔 놓았다.

월요일, 늦잠을 잘 수도 있는데 오늘은 제시간에 기상을 했다.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주차장에 가서 시동을 걸었다. 잡음이 없이 시동이 잘 걸린다.


" 응 잘 걸리네.." 며칠 쉬어서 그런가 잡음없이 시동이 잘 걸린다. 순간 정비공장을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이 생긴다.


" 에이, 내친김에 다녀오자.. 저번 수리 할때 빠뜨린거 같은 안개등도 손보고.."

안전이 최고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동차가 최고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집하고 정비공장은 멀지 않다. 차로 5분 거리다. 그러나 직영 정비공장이라 항상 만원이다. 예약을 안 하면 1시간 이상은 기다려야 한다. 지금 상황은 갑자기 생긴 이상이라 예약도 불가능한 일, 그대로 가는 수밖에 없다.


역시 대기하는 차량들이 많다. 차량번호를 얘기하고 체크사항을 얘기하고 나니 1시간 이상을 기다리라고 한다. 드디어 내 차 차례가 됐다. 담당 기사가 내 이름을 부른다. 머리 형태를 보니 지난번 내 차를 수리해 준 기사다. 이런 경우 일단은 신뢰가 간다. 내차를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선입견이 있으니 말이다. 기사님에게 이것저것 의심되는 사항과 문제 되는 사항을 설명해 줬다. 큰 문제는 없거니 생각을 하면서도 10년이 넘은 차라 올 때마다 큰 부품 하나씩을 교체하라는 견적을 내는 바람에 나는 내심 걱정이 된다. 오늘은 얼마짜리 견적서가 나올는지...

" 다른 데는 이상 없습니다. 단지 라디에이터 연결 부분이 마모돼서 물이 새고 있습니다" 직접 보닛을 열어서 보여준다.

"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

" 교체를 해야죠.."

" 비용은 얼마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진다.

" 비품으로 하더라도 30만~40만 원 정도요. 자세한 견적서 문자로라도 보내 드릴까요?"

" 헉... 네..."


내차는 2011년에 구입한 차다. 10년이 넘게 운행을 하고 있다. 제주에서는 장거리 주행이라야 가끔하는 서귀포 왕복길 100km이내다. 1년에 10,000km를 타기가 쉽지않다. 조심하고 깨끗하게 사전 정비를 하면서 차를 관리했다. 10년이 지난 시전부터 몇달이 멀다하고 중요 부품 교체 견적이 나온다. 그 때마다 정비공장 기사가 하는 말이다.



"10년이 넘으면 돈 많이 들어갑니다. 부품들 싹 교체해야 됩니다" 당연한 듯 무심하게 던진다.


청구서만 들고 씁쓸하게 돌아선다. 집으로 가는 길 내 차는 속력을 내고 잘 만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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