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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창석 May 01. 2023

우영팟(텃밭) 작물 재배 내역서

유심재 우영팟(텃밭의 제주어 표현)의 봄농사를 마무리했다.   

봄날 유심재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우영팟에 작물을 심는 일이다. 시기를 놓치면 안 되기에 신경이 꽤나 쓰인다. 면적이 우영팟 치고는 작지 않은 이라 혼자 수작업으로 밭을 만들고 작물을 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매년 적게는 5~6가지, 많게는 10가지가 넘는 작물을 심는 경우도 있다. 자급자족용으로 우리 가족이 먹을 작물 위주로 생각나는 대로 심는 것이라서 가지수제법 된다.


우영팟의 1순위는 삼겹살용 쌈 채소다... 그럭저럭 심은 게 14종류나 된다.


우영팟의 1순위는 삼겹살을 구워 먹을 때 필요한 쌈채소다. 적상추, 청상추, 깻잎, 아삭이, 적 오크, 적 치커리  6가지를 심었다. 올해는 샐러드를 먹고 싶은 마음에 평소보다는 몇 가지 작물을 더 심었다.

우영팟 한 구석에는 장모님이 주고 가신 부추가 몇 년째 자리를 잡고 있다. 다년생이라 물관리만 잘해주면 끊임없이 크고 자란다. 아내의 표현을 빌리면 "베어도 베어도 다시 자라나는 부추" 다. 주로 부추전, 부추김치로 먹는다. 부추가 우리 몸에 워낙 좋다는 얘기를 듣고 아내는 라면을 끓일 때 쪽파보다 부추를 듬북 넣는다. 부추는 오는 사람마다에게 나누어 준다. 물론 어머니를 뵈러 갈 때도 가져갈 수 있는 효자 작물이다.    


내가 심은 우영팟 작물을 80~90%가 고정적이다. 올해도 잡초방지를 위해서 검은색 비닐 멀칭을 하고 가지, 가시오이, 애호박, 청양고추, 꽈리고추 모종을 심었다. 그 옆에는 무를 파종했다. 모두가 가정식탁의 필수품들이다. 내가 재배를 안 하더라도 마트에 가면 늘 사던 품목들이다.


가지는 우리 몸에 워낙 좋다고 한다. 장모님이 심던 작물인데 내가 대를 이어서 심고 있다. 한번 심었는데 작황도 좋았다. 가지는 살짝 익혀서 무쳐서 먹는다. 부드러운 식감이 좋아서 내가 좋아하는 반찬 중 하나다. 가시오이는 여름철 냉국용이다. 아삭한 맛이 얼음을 동동 띄운 냉국의 재료로는 아주 훌륭하다. 삼겹살을 구워 먹을 때 된장에 찍어서 아삭아삭 소리를 내면서 먹어도 좋다. 꽈리고추는 작년부터 심고 있다. 멸치를 볶을 때 같이 넣어서 볶는다. 볶음에 있는 꽈리고추를 먹을 때 나는 약간 매운맛이 밥맛을 살려준다. 멸치볶음에는 꽈리고추가 생명이다. 청양고추는 그냥 된장에 찍어 먹기도 하고 각종 요리를 할 때 기호식품으로 썰어서 넣기도 한다. 청양고추의 매운맛이 입맛을 돌게 한다. 그러나 이제는 예전같이 매운 고추를 잘 먹지는 못한다. 세월의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래도 먹던 습관이 있어서 매년 모종을 심는다.


그냥 가다 오다 따서 먹을 수 있는 작물로 방울토마토를 심었다. 몇 년 전 처음 방울토마토를 마당에 심었다. 마당을 오갈 때마다 손쉽게 따 먹을 수 있는 묘미가 제법이라서 매년 심는다. 울긋불긋하게 열리는 방울토마토의 모습이 경관용으로도 이쁘다.


많기도 하다. 14가지 작물을 심었다.

여기에 고구마 줄기를 생산하기 위한 씨고구마를 심은 것을 더하면 15가지다.


이제 마무리로 비닐터널 작업이 남았다. 물론 모든 작물에 터널작업을 하는 것은 아니다.


올해는 방울토마토, 가지, 고추, 가시오이, 애호박에만  터널작업을 했다. 이건 경험칙이다. 예년에 이작물을 재배할 때 터널작업을 했더니 많이 열리고 기상상황에 안정적이었기 때문이다.


보다 풍성함을 기대하면서 터널 작업을 한다.


터널작업을 할 때는 아내의 도움이 필요하다. 바람이 부는 날이면 더욱 필요하다.

먼저 활대를 일정한 간격으로 세운다. 중요한 과정이다.

" 높이하고 간격이 맞았나, 일정한 간격으로 돼있는지 봐줘.." 미리 아내의 검사를 받는다.

" 응, 맞는 거 같은데"

처음 터널작업을 할 때는 비용을 아낀다고 활대간격을 넓게 했더니 바람이 불고 비가 많이 오는 날 터널이 무너졌던 기억이 있다. 이제는 활대를 세울 때 간격조절에 무척 신경을 쓰는 편이다.


비닐을 덮고 빈 공간이 안 생기게 흙으로 마감을 했다. 제주는 바람이 많고, 강한 비바람이 많기 때문에 터널에 약간의 공간만 있어도 비닐이 날리게 된다. 터널이 부실공사가 되는 것이다. 올해는 미리 밭정리를 하면서 여분의 흙을 많이 챙겨 놓았다. 덕분에 터널의 마무리를 든든하게 할 수 있었다.




요새는 제주날씨가 요동을 한다.

더웠다, 추웠다를 반복한다. 강한 바람과 비바람을 반복하기도 한다.

터널 마무리를 한 다음날 강한 비바람이 불었다.

아파트 앞쪽 길건너에는 농사를 짓는 밭들이 많다. 비닐 터널을 한 밭들도 꽤 눈에 띈다.


"여보, 저 밭에 비닐 터널은 오늘도 날리네, 몇 번째야..?" 발코니에서 보이는 앞밭의 비닐터널이 오늘도 허우적거리면서 하늘로 날아가길 희망하고 있다. 요즘 바람이 불 때마다 나타나는 현상이다.

"저 밭주인은 짜증이 나고도 남겠는데.. 바람만 불면 터널이 날리니.."   

이래서 농사는 자연과 동업이다.


오늘 유심재의 터널은 무사하다. 아내와 나의 정성이 자연과 통했다.

여름 휴가 자녀들이 고향을 찾을때 쯤 유심재 정원에서의  삼겹살파티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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