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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창석 Apr 27. 2023

유심재 불청객인 고양이 퇴치하기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유심재의 사랑초는 날이 갈수록 풍성함을 더해간다.

유심재로 들어가는 올레길, 양옆의 사랑초는 벌써 길의 반을 덮어 버렸다.

사람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공간만 내주고 있다.



유심재를 들어가노라면 이색적구경거리가 하나 있다.

올레길 초입을 지나 잔디가 있는 본격적인 유심재길에 진입할 무렵이면 

여기저기 놓여있는 삼다수 물병을 볼 수 있다.  


" 무사 여기 비싼 삼다수병들을 세워 놘? " 가끔 유심재를 방문하는 이들의 공통된 질문이다.




얼마 전 가파도 길 고양이들이 언론에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개체수가 급증한 길고양이들이 주택 침입과 음식 탈취, 울음소리 등으로 주민 피해를 주고 있다는 민원이었다. 할 수 없이 행정당국에 집단 포획을 해서 본섬으로 이송했다.  


유심재 주위도 마찬가지다. 떠돌이 고양이들이 수시로 여기저기 가정방문을 한다. 왔다간 흔적을 겁 없이 남기고 간다. 잔디 위에 여기저기에 있는 분비물이 대표적이다. 시도 때도 없이 울어 짖는 울음소리도 한두 번이 좋지 일상이 되면 공해가 된다. 정이 많으신 장모님은 집에 찾아오는 고양이를 보면 항상 먹을 것을 주셨다고 한다. 가끔은 놀아주기도 했던 까닭에 돌담, 우영팟, 창고, 수돗가 집안 곳곳은 고양이들의 놀이터가 될 정도다. 정작 집에서는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데 집에는 항상 고양이들이 있다.  누구를 위한 집인지 분간이 안될 정도다.




"여보, 빨리 주방으로 와 보세요" 어느 날 아내가 급하게 불렀다.

"저 창밖을 봅써.. 내가 음식을 만들고 있는데 고양이가 담 위에 아서 가만히 쳐다보맨.., 먹을 것을 주라고 하나 봐, 어머니가 항상 줘나니까 기다리나 봐" 아내의 말이었다.

창밖 울타리 담에 고양이가 않아서 싱크대에서 점심을 준비하고 있는 아내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저리 가라고 손을 저어도 꿈쩍도 하지 않고 가만히 음식을 응시하기만 한다.


이젠 먹을 것을 내주던 주인이 없는데도, 예전에 주인이 먹을 것을 마구 내주던 집이어서 찾아온 듯하다.


" 고양이에게 선의의 행동을 한번 해주면 계속 그 행동이 그리워서 찾아오니, 계속 그렇게 해줄 수 없으면 고양이에게 버릇을 들이지 말라고.."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고양이들은 유심재의 여기저기 배설물을 남긴다. 고양이 배설물은 유난히 냄새가 강하고 독성이 많은 모양이다. 잔디 위에 배설물은 금방 제거하지 않고 며칠만 있으면 그 자리의 잔디는 누렇게 되어버린다. 결국 잔디는 죽어버린다. 가끔씩 유심재를 찾는 우리로서는 대책이 없다. 갈 때마다 제일 먼저 하는 일이 고양이 배설물을 제거하는 일이다. 삽을 들고 집 주위를 한 바퀴를 돈다. 그러나 이미 독성을 먹은 잔디는 누렇게 변해가고, 잔디는 이미 죽어가기 시작한다. 배설물을 제거했던 자리는 쑹쑹 구멍이 난다. 결국 파란 잔디밭은 누더기가 되어간다.

 

대책을 찾아야 했다. 양보를 해서 고양이가 오는 것까지는 좋은데 배설물이 문제였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고양이가 오면 배설물이 생길 것이다. 원천적으로 고양이를 오지 못하게 하는게 유일한 방법이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  인터넷과 유튜브를 뒤져서 싹 찾아냈다. 일단 유심재에서 적용이 가능한 몇 가지 방법을 실행에 옮겨 봤다. 효과가 없었다. 우리가 유심재를 들어서는 걸 보면서도 우리를 조롱하듯 고양이들이 난리 부르스를 친다. 고양이가 이렇게 돌아다닌다는 것은 배설물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이젠 매일 고양이 배설물을 치우면서, 고양이와 같이 사는 방법밖에 없겠구나" 하고 포기를 했다.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우연찮게 "고양이는 거울에 비친 자기의 모습을 보면 놀라서 도망간다"는 글을 읽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언젠가 들은 기억도 있었다.

 

"응, 그럼 고양이가 집으로 들어오다가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고 놀라게 하면 되겠네.. 그럼 입구에 거울을 걸어놔야 하나...?"

동네사람들에게 욕먹을 X친 짓이다. 햇빛에 반사되면 온 동네가 난리통이 될 텐데 말이다... 이젠 방법만 찾으면 되는데... 비슷한 내용을 가지고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니 생수병에 물을 채워서 세워놓으면 된다는 글이 있었다.


"그렇네.. 이것이네 "  아내에게 새로운 방법을 찾아낸 기쁨을 전달했다.

"안되면 할 수 없고, 해보지 뭐..." 기대를 갖고 했던 방법이 모두 소용이 없던 터라, 아내는 이제 냉소적이 돼버렸다.


집안에 있는 삼다수병, 버리려고 모아 두었던 삼다수병, 밭에 널브러져 있는 삼다수병을 다 주워 모았다. 다다익선이라 농장에 버려두었던 빈 삼다수병도 가져왔다. 물을 가득 채우고 고양이가 다닐만한 곳에 모두 세워 두었다. 오다가 물병에 비친 자기 모습을 잘 볼 수 있게 정성스럽게 세웠다.



"과연, 결과가 어떨까?  매우 궁금했다"

"어, 고양이 X이 안 보이네.. 없어.." 입구를 먼저 들어서던 내가 아내에게 자랑스럽게 외쳤다.

"진짜?  어,  없네" 뒤따라오던 아내가 잔디밭을 살피면서 하는 말이다. 우리는 엉겁결에 하이파이브를 했다. 물병을 세우고 며칠 후 방문한 유심재에는 고양이 배설물이 없었다. 신기한 일이다.


그날 이후 유심재의 곳곳을 삼다수 물병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이젠 유심재 입구만이 아니라 우영팟 가운데, 수돗가 돌담 위 등 고양이가 가끔 다녀가면서 흔적을

남기는  곳마다 우리는 고양이 거울인 물병을 세웠다..


가끔은 거울에 비친 자기의 모습을 보지 못해서 그런 건지, 겁이 없는 고양이인지 모르지만 가끔은 실례를 하고 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물병을 세운 후부터는 고양이들이 확실히 줄어들었다. 덩달아서  배설물이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가끔씩은 물병이 없는 옆밭 돌담과 대나무 사이를 통해서 슬쩍 얼굴을 내밀고 가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그 장소에 여지없이 물병을 세워준다. 이젠 물병이 고양이 퇴치방법이 되어버렸다.  



이젠 방문객들의 질문에 자랑스럽게 대답한다.


"이거 무사 물병들 세원?"

"응, 고양이 거울.. 고양이들이 들어왕 X 안 싸게 하는 거.."

"물병하고 고양이들 하고 무슨 관곈디?"

"고양이들이 물병에 비친 자기들 모습보고 놀랑 도망간덴..."

"진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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