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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창석 Apr 30. 2023

전국 최대의 오일장.. 제주민속오일시장

닷새마다 한 번씩 열리는 오일장은 물건을 사고파는 경제적 의미의 시장이며, 서민들이 정보를 주고받는 정보 나눔의 자리이기도 하다. 선거면 정치인들이 제일 먼저 찾는 정치의 장이기도 하다.


제주 민속오일시장은 매월 끝자리가 2일, 7일에 선다. 집에서 차로 5분여 거리라 종종 찾는다. 봄날이면 오일장에 볼거리는 무궁무진이다. 가장 먼저 활기를 찾는 곳이 나무시장이다. 지난 겨우내 하우스에서 봄날만을 기다린 꽃들과 작물들의 모종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면서 선택되기만을 기다린다. 요즘 사람들은 봄날이면 발코니에 뭐라도 하나는 심어야 봄을 맞이하는 듯 시장입구에 있는 나무시장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제주 민속오일시장은 전국에서 제일 규모가 크다고 한다. 어떤 이는 5일마다 반짝 장이 섰다가 사라지는 세계에서 제일 규모가 큰 도깨비시장 일거라고 얘기를 하기도 한다. 면적이 10,000여 평정도, 상인은 1,000여 명 정도다. 여러 곳을 돌아다니다가 1998년 지금의 장소인 도두동으로 이전을 했다. 거의 25년이 됐다. 이제는 시장으로서의 안정적인 기틀을 잡고 지역경제의 한몫을 담당할 뿐만 아니라, 제주를 맛볼 수 있는 제주관광의 우수한 콘텐츠로 제주관광의 명소가 되었다.


제주 민속오일시장의 역사는 꽤나 깊다. 최초 오일장은 1906년부터 시작이 되었다고 한다.

장소는 우리가 생각지도 못할 장소인 현재의 관덕정 앞 광장이다. 4.3의 발발지도 관덕정 광장이었다. 예전부터 제주의 중요하고 큰 행사의 장소는 관덕정 광장에서 시작된다. 이게 사람과 정보가 모이는 오일장의 힘이다. 이후 오일장은 개발과 지역의 민원에 밀리면서 동문통, 적십자회관 서쪽, 연동, 사라봉으로 이전을 거듭했다. 한 동안 자리를 잡지 못하다가 1998년 지금의 자리로 이전을 했다. 이제는 고객지원센터와 주차건물이 들어섰고 주차장도 모양을 갖추고 제법 많이 확보되었다. 시장 내에는 지붕 비가림 시설이 완비되어 비가 오는 날이면 질퍽질퍽하던 옛날 오일장의 분위기는 이제 찾아볼 수 없다. 행정에서 계속 지원되는 시설현대화 사업으로 오일장을 찾는 사람들이나, 물건을 파는 상인들에게 비교적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제주도의 오일시장은 한참 성업중일 때는 20여 개, 지금은 9개가 남아있다. 지역별로 일자를 달리하면서 나름대로의 특색을 가지고 성업 중이다. 지금도 오일마다 장이서는 곳은 함덕, 성산, 대정, 표선, 중문, 한림, 세화, 서귀포시, 제주시다.

오일장은 지역별로 일자를 달리해서 열리기 때문에 오일장이 서는 곳마다 장사를 하러 돌아다니는 상인들도 꽤나 있었다. 속칭  "장돌뱅이"라고 불리던 상인들이다. 지금은 전체 1,000여 명이나 되는 제주시장 상인들 중에 10명 내외 라고 한다. 1% 정도가 되는 것이다. 예전 돈벌이를 최우선으로 하던 상인들의 생각과 장사방법이 많이 바뀐 것이다. 상인들은 시내에 고정점포를 메인으로 가지고 있다고 한다. 오일장에는 관광객들이 많이 오기 때문에 판매보다는 가게포 홍보를 위해서 나오고, 주판매는 시내 점포에서 택배를 이용하는 투트랙 전법을 사용한다고 한다. 그러기에 시장을 쫓아다닐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또 오일장에서는 시장이 끝나면 물건을 정리해서 싣고 가고, 시장을 열 때는 물건을 가지고 와서 진열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나 인력면에서 오일장을 쫓아다니면서 장사를 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고 한다.

  

민속오일시장에는 65세 이상이면 장사를 할 수 있는 할망장터가 있다


제주민속오일시장에는 할머니장터 일명 "할망장터"가 있다. 말 그대로 할머니들이 장사를 할 수 있는 장터다. 공영주차장 바로옆코너에 140여 개 점포가 있다. 65세 이상이면 누구나 앉아서 장사를 할 수 있다. 주로 집 우영팟에서 키운 것들을 가지고 와서 소일거리로 장사를 하라는 취지에서 시에서 마련했다고 한다. 장날마다 꾸준히 오는 할머니들은 100여 명 정도라고 한다. 자식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람들과 어울려서 시간도 보내고 건강도 챙기면서 손주들의 용돈도 벌어보려는 할머니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그들 중 늦게나마 장사의 묘미를 알아버린 일부 할머니들은 물건을 도매로 구입을 해서 전문적으로 장사를 하는 분들도 있다고 한다. 그런 분들은 점포를 좀 더 많이 차지하려고 주위분들과 목소리 크기 배틀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할머니장터를 지나노라면 예전 버스정류장 구석이나 동네어귀에 앉아서 꾸깃꾸깃한 농산물을 파시던 할머니들이 생각난다. 울퉁불퉁 제멋대로 생긴 작물들을 수줍게 펴놓고 누군가 말 걸어주기만을 기다리던 고향 할머니 같은 분들의 모습이다. 형식과 꾸밈이 없다. 오일장을 가는 날, 소량의 물건을 구입할 때는 할머니장터가 편하다.

오일장을 찾는 사람들은 일 10만 명 정도를 추산한다. 물론 도민들과 관광객들을 포함한 숫자다.


오일장에서 먹는 막걸리 한잔과 순댓국 한 그릇은 정석이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 오일장을 습관적으로 찾는 이들도 있다. 이때 오일장은 이들의 약속장소가 된다. 최근 몇 년간 코로나를 겪으면서 오일장의 음식점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 코로나가 안전되고 나서는 문을 열고 정상 영업하는 식당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예전만은 못하다.

 

그런 와중에도 줄을 한참이나 서서 기다려야 음식맛을 볼 수 있는 식당도 있다. 춘향이네 집이다. 블로그와 SNS 소문을 타면서 꽤나 유명해진 곳이다. 오일장이 서는 날이면 젊은 관광객들이 불편함을 마다하지 않고 줄을 서서 기다린다. 오일장을 들어서면서 입구에서부터 춘향이네 집의 위치를 묻는다고 한다.

오늘 본 춘향이네 집은 여지없이 " ㄷ 자"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대부분이 젊은 세대다.


제주시는 관광지임에도 불구하고 길거리 노점상은 별로 없는 편이다. 1998년 오일장 이전 당시 시내 곳곳에 흩어져 있는 노점상들을 행정에서 정책적으로 이곳에 수용했다고 한다. 즉 기존 오일시장 상인 외에 당시 사라봉, 탑동 매립지구, 산지천 철거민, 용담동 주변 노점상들을 전부 이곳에 점포를 주고 영업을 하도록 했다고 한다.

오일장 호떡집은 항상 인기다.. 줄을 서야만 된다.

시장입구에는 공영주차장 건물과 야외 노면주차장이 있다. 주차장이 없더라도 조금만 기다리면 빠지는 차가 있어서 금방 주차를 할 수 있다. 비가 오더라도 시장 안에서 쇼핑을 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시장 전체적으로 지붕 비가림시설을 했기 때문이다. 시장 내에는 판매물품별로 구획화를 잘해놓았기 때문에 물건을 찾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문제가 있으면 시장입구에서 상인회가 운영하는 고객지원센터를 찾으면 된다. 시장 내에 있는 유일한 건물이다.


오일장에서 길가 먹거리를 빼놓을 수는 없다. 시장 가운데길을 따라 들어가면 시장 중심부인 사거리에 먹거리가 나온다. 중간에는 시장표 도나스(도넛)가게가 나온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인기 코너다. 도너스를 종류별로 만들어서 판매를 한다. 내가 가끔 들르는 코너다. 나는 팥이 들어가 있는 팟도너스를 좋아한다. 코로나 전에는 개당 700원이었는데, 코로나를 겪더니 1,000원으로 올랐다.


좀 더 내려가다 보면 사람들이 차례를 기다리는 줄이 보일 것이다. 호떡집 줄이다. 가끔 운이 좋을 때는 줄을 안서고도 살 수 있지만 극히 드문 경우다. 바로 붙어서 제주의 전통 음식인 빙떡가게가 있다.


오일장의 호떡가게는 항상 만원이다.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사거리에서 과일가게 방향으로 가다 보면 또 다른 줄이 보인다. 여기도 호떡가게 줄이다. 바로 옆 붕어빵 가게나 도넛가게는 줄이 없는데 호떡가게만 줄이 있다. 여기도 1개에 700원 하던 호떡이 1,000원으로 올랐다. 내가 시장을 다 보고 돌아서는 길에 항상 들르는 호떡집이다.  



최근 오일장은 2가지 문제로 고민 중이다.

첫째는 10,000여 평이나 되는 공간에 거대한 시설을 해놓고서 5일에 한 번씩만 운영을 하는 게 과연 바람직한 일인지에 대한 고민이다. 투자대비 효율성이 엄청 낮다는 문제 제기다. 이에 대해서는 5일마다 장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장사를 할 수 있는 시스템, 다른 장사나 문화행사를 유치할 수 있는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둘째는 시장 활성화에 대한 고민이다. 시장이 열리는 날 만이라도 각종 공연 및 전시회 등 문화행사를 곁들임으로써 보다 많은 사람들이 오게 만들자는 담론이다. 그동안 일부 몇몇 시도들이 있었다. 그러나 연속성의 문제, 주민들의 참여의 문제로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한다. 사실 만여평의 넓은 공간이라지만 지금 10만이 왔다 가는 걸 생각한다면 더 많은 사람을 불러 모을 공간적인 여유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민속오일시장은 사람들이 모이고, 물건이 교환되는 시장이라는 본질이 있다. 우리는 변화를 추구하는 데 있어서 종종 주객이 전도되는 경우를 본다. 오일시장의 본질을 벗어나거나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비슷한 기능이 가미됨으로써 금상첨화가 된 제주 민속오일시장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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