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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보로 Oct 28. 2022

새벽을 여는 힘

22.10.28 (목)

에어비앤비 손님이 들어오는 날이라 새벽반 수련을 갔다. 5시 30분에 일어나니 몸이 삐그덕 삐그덕 평소보다 2억조 배 정도 가기 싫은 마음이다. 주위는 아직 어두컴컴. 깜빡하고 안경을 두고 나와 운전하는 동안 시야가 흐릿했지만 니콜이 불안해할까 봐 말하지 않았다.


요가원 건물에 다다르니 3층만 환하게 불이 켜져 있다. 빛이 너무 환해서 세상을 다 밝히고 말겠다는 듯한 포부가 느껴졌다. 나의 첫 새벽 수련, 찰칵! 잽싸게 핸드폰을 꺼내 찍고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안녕하세요~"인사를 하고 들어가니 이게 왠 걸, 이미 몸을 풀고 있는 분이 계셨다. 지난번 수련에 만난 요가 고수 S양을 소개해 주고 2주간 나오지 않았던 Y양이었다. 가부좌를 틀고 명상에 잠겨있는 Y양 역시 고수의 포스가 느껴졌다. 흠... 오늘도 어쩜 쉽지 않을지도.


죽음을 각오하고 몸을 푸는 중 현관문이 열리더니 두 명의 수련생이 더 들어왔다. 우리 부부에 Y양을 더하고 두 명 더, 다섯 명의 수련생에 선생님까지 앉으니 요가원이 훈훈해지는 느낌이었다. 단다 아사나를 시작으로 단계를 나아갈수록 숨소리는 거칠어지고, 오늘은 어느 선까지 밀어붙이실까? 힘든 와중에도 생각이 차오르고 비워내면 또 차오르고, 몸을 쓰면서 생각을 비워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수련이 중반에 다다를 무렵, 부장가아사나(코브라자세)를 취하고 있던 중 감은 눈꺼풀에 빛이 들어 환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살며시 눈을 떠 보니 어둠을 뚫고 나온 아침햇살이 수련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오늘은 내가 요가로 아침을 열었구나.' 성취감인지, 아님 뿌듯함? 잘 모르겠다. 그저 긍정적인 기분이라고 해두자. 하루를 좀 더 충실히 살 수 있을 것 같은.

딸의 등교 준비를 해야 해서 아쉽게도 차담 자리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새벽반의 경우 차담에 함께 하긴 힘들 것 같다. 다른 수련생들도 마찬가지인지 서둘러 요가원을 나서는 모습이다. 나 보다 훨씬 어린 친구들인 거 같은데, 당신들은 이미 이렇게 아침을 열고 있었군요.


몸은 여기저기 쑤시지만 내게도 새벽을 여는 힘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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