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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보로 Oct 29. 2022

불면의 밤, 요가를 처방합니다

22.10.29(토)

요가를 시작한 후 우리 부부에게 찾아온 가장 큰 변화가 있다. 그토록 원하던 잠과의 사투. 간절히 원하던 녀석과 사투를 벌이다니 넌센스가 따로 없다. 적당한 운동이 수면에 도움이 된다는 건 알고 있지만 이건 좀 다르다. 잠겨 있던 봉인이 해제된 느낌이랄까. 피곤할 때 오는 잠과는 질감이 다른 것 같다.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인지라 바로 '요가와 수면'에 대해 검색해 보았다. 우리 척추 라인에는 뇌에서 시작되는 미주신경이란 게 연결되어 있는데 요가의 자세들이 척추에 자극을 주면서 미주신경을 활성화시킨다. 긴장과 스트레스가 풀리고 릴랙스~

정신적인 측면을 살펴보면 아사나(자세)를 살피는 동안 끝없이 날뛰는 생각들을 다스려 에너지가 고갈되는 것을 막아준다. 각종 뉴스에 SNS까지, 쉴 새 없이 작동 중이던 뇌가 한 가지에 집중하면서 편안해지는 것 같다.


비앤비 운영 때문에 제주시와 가시리를 오가다 보니 장거리 운전이 잦은데 이 순간이 가장 위험하다. 건강해지고 싶어 시작한 요가인데, 꾸벅 졸다가 생을 마감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느꼈다.

교래리 정도 갔나,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길가에 차를 대고 의자를 눕혔다. 10여분 눈을 붙이고 나니 몸이 개운해졌다. 대시보드 위로 펼쳐진 시퍼런 가을 하늘, 나도 모르게 문을 열어 차 밖으로 나왔다.

스치며 지나가던 목장의 풍경을 두 발로 딛고 마주하니 팔로우하고 있던 이웃을 직접 만난 것 같다. '당신 이런 사람이었군요. 실물이 훨씬 아름답네요.'

내친김에 삼나무 뒷 편의 억새 언덕에도 올라가 보았다. 지날 때마다 언제 한 번 가봐야지 생각만 하던 곳이다. 언덕에 오르니 바람이 반짝이는 햇살을 머금은 억새를 흔들어 황금빛 파도가 인다.

 

오늘의 풍경은 요가와 닮았다.

가보지 않았으면 못 봤을 것들, 해보지 않았으면 몰랐을 것들.

요가가 숙면과 더불어 글쓰기 훈련까지 시켜주고 있으니 이거 안 했으면 어쩔 뻔.


22.10.29(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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