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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관자재 2 11화

인체를 해독시키는 전화위복

제주 한의사의 한의학 이야기


과거에 저는 별난 한의사로 불렸습니다. 건강에 좋은 먹거리를 권하기보다 해로운 음식만 먹지 말라고 강조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땅과 바다가 오염된 현실에서 친환경 농산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환경호르몬이나 휘발성 유기화합물 같은 독소들이 우리 주변에 넘치니까요. 현대인이 '해독'을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문명의 독소에서 벗어나는 삶이 불가능하니 해독이라도 제대로 하자는 것이지요.


의료계에 다양한 해독요법이 있는데 독소를 약물로 체내에서 중화시키는 것보다 체외로 배출시키는 물리적인 방법이 효과적입니다. 땀과 소변 그리고 대변으로 독소를 몸 밖으로 빼내는 방법 말입니다. 한의학의 전통 치료술인 한토하汗吐下 삼법三法이 바로 그것이지요. 환자를 인위적으로 땀내고, 구토시키고, 설사하게 만들어서 해독하는 방법입니다. 음혈陰血(체액과 혈액)이 부족하지 않은 환자에게 시행하여 효과 보는 경우가 실제 많습니다.


그러나 이번 글의 주제는 이러한 방법론이 아닙니다. 새옹지마에 관한 내용이지요, 어떤 질병에 걸렸을 때 그 계기로 인체가 오히려 해독이 되는, 전화위복의 경우들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별난 한의사라는 별명답게 해독에 대한 유별난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기계의 움직임이 신통치 않을 때 툭툭 쳐서 물리적 충격을 주면 제대로 작동하곤 합니다. 예컨대 컴퓨터가 먹통이 되면 강제로 종료한 후 재부팅시켜 해결하지요. 소프트웨어 문제가 심각한 경우엔 포맷하여 컴퓨터를 초기화시키면 되고요. 컴퓨터처럼 우리 인체에도 재부팅과 포맷이 있는데 그 어떤 요법보다 강력하고, 자연적인 해독법이니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살다 보면 감기나 몸살로 몸에 열이 나고, 음식을 잘못 먹어서 설사하는 일들이 생기지요. 이와 같은 병리적 발열과 설사가 새옹지마와 전화위복이 되는 재부팅과 포맷이니 인체에 쌓였던 독소들이 발열을 통해 땀으로 배출되고, 설사로 빠져나갑니다. 따라서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재부팅과 포맷이라 생각하여 해독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심각한 질환에 따른 증상이 아닌 경우에 한해서 그렇습니다.


발열과 설사를 통해 해독하려면 섭생의 노력이 필요한데 독소의 물리적 배출만으론 부족해섭니다. 컴퓨터를 새롭게 만드는 재부팅과 포맷처럼 작용하기 위해선 발열과 설사 중에 다음의 관리가 요구됩니다. 육식과 가공식품을 배제하고, 채식으로 가볍게 식사하세요. 채식이라도 생식生食보다 불로 요리되는 화식火食을 권합니다. 수영과 찬물 샤워 등으로 차가운 환경에 몸을 노출시키지 마세요. 그리고 일찍 취침하여 충분히 수면하세요. 이러한 관리를 발열과 설사가 치유된 후에도 몇주일 더 실천하면 인체가 재부팅, 포맷되어 발열, 설사가 생기기 이전의 몸보다 더 건강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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