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의사의 한의학 이야기
현재 우리는 정보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인터넷 검색으로 전문가보다 많은 것을 알 수 있지요. 예컨대 음식에 어떤 영양소가 있는지 컴퓨터나 핸드폰으로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음식의 영양 뿐만 아니라 건강보조식품의 효능과 약품의 약효까지도 알게 됩니다, 정보화 이전 시대에는 관련 전문가들이 정보를 독점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나 넘치는 정보로 인해 핵심 내용이 오히려 묻혀지고 있습니다. 음식의 영양소, 건강보조식품의 효능, 약품의 약효 이상으로 중요한 핵심이 따로 있는데 말이죠. 그것은 인체의 소화 문제입니다. 영영소와 효능 그리고 약효가 아무리 우수해도 제대로 소화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니까요. 따라서 우리가 음식을 선택할 때에 그 영양소만 주목하지 말고, 우리 몸에서 잘 소화되는지 살펴야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는 소화를 위해 화식火食을 권합니다. 인터넷에선 생식의 우수성만 강조되나 저는 그러한 정보들이 소화 입장에선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음식을 날 것으로 먹는 생식은 소화가 어려울 경우 그 영양이 제대로 흡수되지 않아섭니다. 체질적으로 음인陰人이거나 병리적으로 소화기 약한 환자에게 특히 그렇습니다. 소화 문제가 배제되고 영양만 강조된 정보에 빠져 소화가 어려워도 생식을 고집하는 분들이 적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음식이 불로 조리되면 영양소가 파괴되므로 생식이 좋다는 주장에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환원주의에 따른 실험실 분석으로는 영양소가 파괴되겠지만 전일주의 관점에선 그 영양소가 음식 전체를 대변하지 않아섭니다. 그 주장대로라면 한약도 달여 마시지 않고, 생으로 복용해야만 효과가 있겠지요. 한약을 달여 마심은 소화를 도와서 약효의 올바른 흡수를 위해섭니다. 이에 야채도 생으로 씹어 먹는 것보다 야채로 끓여진 국이나 찌개를 먹는 것이 소화 입장에서 좋습니다. 너무 짜지 않게 끓여서 야채 건데기를 먹어야겠지요. 이에 저는 생으로 짜서 마시는 녹즙보다 불로 끓여진 야채스프를 환자에게 권합니다. 녹즙 소화가 어려워서 변이 묽어지고, 속 불편해지는 분이 의외로 많거든요.
생식은 생야채와 녹즙으로 국한되지 않습니다. 회(날생선)도 포함되고 과일 역시 마찬가집니다. 따라서 소화기 약한 분에겐 과일도 익혀 드시길 권합니다. 우리는 과일을 날로 먹는 것이 익숙하지만 과일을 주식으로 삼는 민족은 마치 쌀밥처럼 쪄서 먹는데 이처럼 쪄서 먹는 과일이 익숙치 않다면 건조시켜 드세요. 그래야 소화 입장에서 좋습니다. 물도 따듯하게 덥혀 마시길 권합니다. 덥히기 번거롭다면 상온 보관된 물을 마시되 냉장고에서 차가워진 물은 소화기에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물 역시 소화, 흡수의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불이 가해지면 영양이 파괴되므로 생식이 건강에 좋다는 정보는 불변의 진리가 아닙니다. 특히 음陰 체질과 소화기 약한 분들에겐 적합치 않지요. 그리고 지난 글에서 인체의 재부팅과 포멧을 논의하면서 고열과 설사 후에 몸조리의 중요성을 말씀드렸는데 이러한 몸조리에 있어서의 기본이 바로 화식입니다. 몸조리 상황에서 무리하게 생식하면 애당초 없던 소화기 질환이 생길 수 있음을 유념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