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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관자재 2 09화

자신의 배가 나왔나요?

제주 한의사의 한의학 이야기


지난 글에서 인체의 엔진인 심장의 과열을 막는 냉각기관이 폐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인체에는 냉각기관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대장이지요. 대장은 소장의 과열을 막아줍니다. 인체 상부에서 혈액을 순환시키느라 과열되기 쉬운 심장을 폐가 제어하고, 인체 하부에선 음식을 소화와 흡수시키느라 과열되기 쉬운 소장을 대장이 균형 잡아 주지요. 이상의 관계는 해부학적으로도 그 모양새가 묘하게 비슷합니다. 폐가 심장을 위에서 감싼 것처럼 대장 역시 소장을 위로 감싸고 있으니까요.


대장은 음식물의 수분을 흡수하는데 이것이 대장의 진액津液이 되어 소장의 열熱을 제어합니다. 폐에서의 냉각수인 폐음肺陰처럼 말이죠. 이러한 대장 진액이 부족하면 소장에 열이 차는데 한의학에선 이를 혈열증血熱證이라 합니다. 아토피, 알러지 비염 등의 알레르기 질환과 자가면역 등과 같은 면역성 질환이 여기에 해당되지요. 요즘 집집마다 알러지 환자가 있을 정도로 알레르기 질환이 많은데 이는 대장의 진액이 소장의 열을 제어하지 못한 결과입니다.


폐는 폐음肺陰이 부족해서 건조해지기 쉽지만 대장은 그렇지 않습니다. 인체 하부에 위치한 까닭에 대장은 오히려 습해집니다. 이것이 인체의 냉각기관인 폐와 대장의 중요한 차이점이지요. 수승화강水升火降 관점에서 병리 현상이 벌어지면 물이 올라가지 못해 아래에 고이고, 불은 내려가지 못해 위에서 뭉치는데 아래 고인 물은 대장을 습하게 하고, 위에서 뭉친 불은 폐를 건조하게 만듭니다.


따라서 대장의 병리는 습濕한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에 폐는 조燥한 병리가 많고요. 변비가 있다고 무조건 대장이 건조한 것은 아닙니다. 대장이 습하지만 대장 진액은 오히려 부족해서 변비가 생기고, 소장의 열을 제어하지 못하는 케이스가 적지 않습니다. 양방에서 주목하는 장누수 증후군(Leaky Gut Syndrome)도 대장 진액이 부족하면서 동시에 장이 습해지는 문제이지요. 병명대로 장이 누수되면 대장 안은 진액이 부족하고, 대장 밖은 습해집니다.


자신의 배를 보세요. 배가 불뚝 나와 있다면 대장이 습한 것입니다. 이러한 배불뚝은 단순한 다이어트로 들어가지 않습니다. 대장이 습한 문제를 해결해야만 하지요. 대장의 습을 예방하고, 다스리는 방법에 대해선 다음 글에서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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