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의사의 한의학 이야기
지난 글에서 수승화강을 말씀드렸습니다. 인체의 생명력을 한의학에서는 물을 위로 올리고, 불을 아래로 내리는 수승화강으로 설명한다고 했는데요. 심心의 불을 폐肺가 아래로 내리고, 신腎의 물을 간肝이 위로 올리며 비脾는 물과 불이 오르고 내리는 중앙에서 그 속도를 조절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여기서 심心의 불을 아래로 내리는 폐肺의 기능을 '폐음肺陰'이라 부르고, 신腎의 물을 위로 올리는 간肝의 기능을 '간양肝陽'이라 칭하니 폐음과 간양은 쉼 없이 살아 움직이는 생명의 역동성입니다. 폐음과 간양에 문제 없어야 생명이 제대로 움직이지요.
폐음과 간양은 한의치료에서 중요한 개념입니다. 심心에 불이 많아 생기는 심계항진, 불안, 초조, 불면, 안면홍조 등에 폐음을 보충하면 그 불이 아래로 내려가 치료됩니다. 그리고 신腎에 물이 넘쳐서 생기는 하지부종, 손발냉증, 생식기질환 등에 간양을 북돋우면 그 물이 위로 올라가 치료되고요. 이처럼 심心이나 신腎 자체의 병이 폐음이나 간양으로 치료되는 경우도 많은데 이는 수승화강으로 설명됩니다.
이러한 폐음과 간양은 서로 밀접합니다. 폐음이 내린 심心의 불은 아래에서 간양의 원동력이 되고, 간양이 올린 신腎의 물은 위에서 폐음의 원료가 되기 때문이죠. 폐음과 간양이 각각 위, 아래에서 서로의 바탕이 되며 생명력이라는 하나의 원을 그리며 순환합니다. 폐음肺陰의 음陰은 신수腎水를 뜻하고, 간양肝陽의 양陽은 심화心火를 의미하지요.
그런데 과거에는 간양이 더 강조되었습니다. 주거와 의복이 열악한 탓으로 추위에 쉽게 노출되어 양기陽氣 보충이 요구되었고, 신수腎水를 가장 중시하였기에 그 신수를 끌어 올려 전신으로 퍼트리는 간양이 강조된 것입니다. 그러나 현대에는 폐음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현대인의 스트레스가 심화心火를 극성하게 만들기 때문이죠. 심화가 치성하면 이를 제어하는 폐음이 중요하니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이 폐음 보충에 있습니다. 한의학의 치료 비중이 신수腎水와 간양肝陽에서 심화心火와 폐음肺陰으로 옮겨지고 있는데 코로나19를 맞아 폐음이 더욱 주목받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