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의사의 한의학 이야기
생물체가 생명을 유지하는 힘. 그 힘을 '생명력'이라 하지요. 한의학에선 이러한 생명력을 수승화강水升火降으로 정의합니다. 아래의 물을 위로 올리고, 위의 불을 아래로 내리는 힘이 생명력입니다. 수승화강에 힘이 필요한 것은 수승화강이 자연적이지 않아섭니다. 자연에서 물은 아래로 내려가고, 불은 위로 올라가지요. 아래로 내려가는 성질의 물을 위로 올리고, 위로 올라가는 습성의 불을 아래로 내리려면 힘이 필요한데 그 힘이 바로 생명력입니다.
모든 생명이 죽는 것은 생명력이 한정된 까닭인데 생명의 기운으로 올린 물은 죽게 되면 아래로 빠지고, 생명력으로 내린 불은 죽음을 통해 위로 흩어집니다. 이에 죽음은 강제로 올리고, 내렸던 물과 불이 각각 아래로 빠지고, 위로 흩어져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죠.
수승화강은 물이 아래에 있고, 불이 위에 있다는 전제에서 발휘되니 불은 심心에 있고, 물은 신腎에 있어야 수승화강이 이루어집니다. 이처럼 심신心腎은 수승화강의 체體가 되는데 수승화강의 용用은 간肝과 폐肺가 담당합니다. 신腎의 물을 위로 올리는, 수승水升을 간肝이 수행하고, 심心의 불을 아래로 내리는, 화강火降을 폐肺가 시행하지요. 그리고 비脾는 수승화강이라는 순환의 중심입니다. 비脾가 중심을 잡아야 간肝의 수승水升과 폐肺의 화강火降이 원활해집니다.
생명력이 충만됨은 신腎에 잘 간수된 물이 간肝에 의해 위로 올라가고, 심心에 제대로 놓인 불이 폐肺에 의해 아래로 내려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비脾가 그 중심에서 순환 속도를 조절하고요. 질병 역시 수승화강의 오장五臟으로 설명됩니다. 신腎에 물이 간수되지 않을 경우, 간肝이 물을 올리지 못할 경우, 심心에 불이 놓이지 않을 경우, 폐肺가 불을 내리지 못할 경우, 비脾가 속도 조절을 못할 경우 이상 모두가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이 초래됩니다.
이러한 수승화강론은 한의학에서 매우 중요한 이론인데요. 지난 글에서 언급한 폐음肺陰을 자세히 설명하고자 그 개요를 간단히 서술했습니다. 이어지는 본론은 다음 글에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