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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관자재 2 04화

코로나와 한의학

제주 한의사의 한의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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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에선 코로나19와 같은 감염질환을 외감外感, 온병溫病이라 하지요. 과거엔 의복이 부실하고, 주거가 열악해 외부 환경에 따른 질환이 많아 이를 치료하는 의술이 요구되었는데 풍한서습조화風寒暑濕燥火, 즉 바람, 추위, 더위, 습함, 건조함 등에서 비롯하는 병이 인체에 침범하여 점차 속으로 진행하는 과정을 연구하는 학문이 한의학의 큰 줄기로 자리잡았습니다. ‘상한론傷寒論’이 바로 그것이지요.


감기, 독감을 한의원에서 치료하냐는 질문을 자주 듣지만 상한론은 3세기, 중국의 후한시대에 정립된 학문이니 한의학의 감염질환 연구는 그 역사가 무려 1700년입니다. 현대에 상한론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한의사가 많고, 메이지 유신으로 전통의학이 사라진 일본에서도 상한론만 살아 남았지요. 그만큼 임상 가치가 높아섭니다. 저 역시 상한론에 주목합니다. 면역질환과 난치병의 일부가 감기 악화로 나타나는, 외감外感 후유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임상에서 검증되고 있지요.


감염을 예방하는 백신의 등장에도 상한론이 폐기되지 않고, 오히려 주목 받음은 적군이 성벽을 침입하는 상황에서 적군을 요격할 무기가 개발되기 어려우면 성벽을 더 높고, 튼튼하게 만들면서 성벽 안의 수비군을 보강하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감염의 병원체를 요격하는 것은 양방 의학의 역할이고, 성벽과 수비군 강화는 한의학의 몫입니다.


병원체 돌연변이에 따른 기술적인 문제나 수요가 적은 경제적인 문제 등으로 요격 무기의 개발이 힘들 경우 한의학으로 성벽과 수비군을 증강시킴이 최선일 것입니다. 코로나19처럼 적군의 움직임이 빨라서 무기 개발의 시간이 부족해도 그렇습니다. 따라서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전파가 만연된 지금, 한방과 양방의 협진이 요구됩니다.


코로나19처럼 신종 전염병은 처음 접한 적군에 놀란 수비군이 너무 흥분해서 성내 백성을 공격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사건을 양방에선 ‘사이토카인 폭풍’이라 하지요. 지나치게 항진된 면역이 정상 세포를 공격해서 환자가 사망에 이르기까지 하는 심각한 문제인데 한의학은 수비군이 적군에 놀라지 않도록 진정시킬 수 있습니다. 한의학은 균형의학이기에 수비군을 보강하면서도 너무 흥분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가능합니다. 코로나19의 경우 사이토카인 폭풍만 없다면 독감으로 대처해도 치유되고 있기에 수비군의 균형이 중요하니 관련해서 한의학이 기여하는 바가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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