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의사의 한의학 이야기
자신의 몸과 마음을 관(觀)하는 습관이 생기면 타인도 관찰하게 되고, 더 나아가 사회 전체로 관찰 대상이 확대됩니다. 관(觀)한 것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객관적 규칙을 깨닫는데 그 규칙을 기준 삼아 관찰하면 통찰력이 생기죠. 한의학을 비롯한 동양학에선 음양(陰陽), 오행(五行)을 규칙으로 삼으니 음양과 오행을 기준으로 관찰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음양오행은 매우 유용한 관찰 기준입니다. 3천년 동안 관(觀)의 도구로 사용되었기 때문이죠. 음양오행의 해석은 오랜 세월에 걸쳐 검증되었습니다. 한의학이 그렇지요. 음양오행으로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했을 때 치유되면 음양오행의 통찰력이 검증되는 것입니다. 한약과 침술 모두 음양오행으로 분류되어 그것을 제대로 사용하려면 현대의 한의사도 음양오행으로 환자를 관찰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우리 한의학이 의료 시스템에 자리매김하고 있음은 음양오행의 가치가 이미 검증된 것이지요.
음양오행의 통찰력은 물리적 공간으로 한정되지 않고, 시간적 흐름에도 적용됩니다. 과거와 현재의 현상을 관찰하여 음양오행으로 해석하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사주풀이가 대표적이지요. 사주 해석을 미신으로 여기는 분들 많지만 사주풀이는 음양오행으로 길흉화복을 예측하는, 명리학(命理學)이라는 학문입니다. 따라서 저는 사주 명리학을 가볍게 여기지 않아 선택의 어려움 있을 때 그 통찰력에 따릅니다.
한의학과 명리학을 접목시켜 환자의 사주로 진료하는 한의사가 있습니다. 저 역시 과거 2년간 명리학을 공부한 경험이 있고요. 이처럼 한의사가 명리학에 친숙한 것은 음양오행의 규칙이 공통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관찰된 현상을 음양오행으로 해석한 결과 모두가 통찰력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현상이 같아도 달리 해석될 수 있어섭니다. 동일 환자를 한의사마다 달리 진단할 수 있고, 같은 사주를 가지고 역술인마다 다르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어떤 한의원에서 치료되지 않을 경우 한의학의 한계라 여기지 말고, 다른 한의사의 새로운 해석으로 치료해 보세요. 명리학도 마찬가집니다. 사주로 과거를 맞추는 해석력이 있어야 미래를 예측하는 통찰력도 발휘됩니다. 과거 이야기 없이 미래만 언급하는 역술인을 신뢰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용한 한의사, 역술인일지라도 모든 사람에게 통찰력이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해석을 제대로 못하는 상황이 있지요. 이런 경우 상대적으로 용하지 않은, 다른 한의사, 역술인의 해석으로 해결되는 일도 많습니다. 이는 실체를 분석하지 않고, 현상을 해석하는 동양학이기에 벌어지는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