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관자재 2 10화

대장을 습하게 만드는 것들

제주 한의사의 한의학 이야기


지난 글에서 인체의 2가지 냉각기관으로 심장의 열을 제어하는 '폐'와 소장의 열을 다스리는 '대장'을 언급했습니다. 아울러 냉각역할은 같지만 수승화강水升火降 원리로 인해 폐는 건조해지고, 대장은 습해지기 쉽다고도 했지요. 실제 한의치료에 있어 폐질환은 건조를 없애는 윤폐潤肺 치료가 많고, 대장질환은 습을 빼내는 삼습渗濕 치료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상의 문제는 동시에 벌어지기도 합니다. 한의학의 생명원리인 수승화강水升火降에서 충분한 물이 위로 오르지 못해 아래에 고이면 대장이 습해지고, 위에선 그 물로 채워져야할 폐가 건조해지는 것이죠. 심장과 소장이 지나치게 뜨거우면서 폐는 건조하고, 대장은 습한 상태가 현대 질병의 상당수입니다. 이에 현대인의 건강은 심장과 소장의 열을 진정시키고, 폐는 윤택하게 하며 대장은 습하지 않도록 하는 것에 달려 있지요. 폐를 윤택하게 만드는 방법은 앞서 자세히 나열했으니 이번에는 대장을 습하지 않게 하는 방식을 설명하겠습니다.


대장의 습하게 만드는 주범은 '설탕'과 '밀가루'입니다. 대장이 습하면 설탕과 밀가루부터 제한해야 하는데 설탕이나 과당이 들어가는 음료를 특히 금하세요. 순수한 물만 권합니다. 그리고 '술'이 문제입니다. 맥주 등의 술을 좋아하면 대장이 습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성의 대장 문제는 설탕과 밀가루 탓인 경우가 많고, 남성의 대장 질환은 술 때문인 경우가 많은데 자주 술마시면서 안주로 설탕 들어가는 밀가루 음식을 즐기면 대장 입장에서 최악입니다. 불뚝 튀어나온 배가 이를 경고하지요.


오래 앉아 있거나 서있는 현대인의 생활 자세도 대장을 습하게 만듭니다. 사실 대장의 습은 사람과 같은 기립 동물의 숙명이니 네발로 다니는 짐승에겐 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사람이 기어다닐 순 없지요. 이에 팔, 다리 많이 움직이는 운동을 권합니다. 특히 하체 운동이 좋습니다. 강화된 하체 근육이 펌프처럼 수승水升시켜 대장이 습하지 않도록 돕거든요.


대장의 습은 변비, 설사와 같은 배변 문제나 복부비만으로 국한되지 않습니다. 대장이 습해지면 장腸이 아래로 쳐지면서 자궁, 전립선 등을 압박하여 생식기 문제가 동반되기도 합니다. 자궁근종 등의 여성 질환과 전립선 비대 등의 남성 질환 그리고 불임 문제가 대장의 습에서 시작되지요. 관련 질환들은 대장의 습이 제거되어 불뚝 배가 들어가면 치유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장 자체의 문제 뿐만 아니라 비뇨 생식기 질환자와 불임 부부 그리고 소장의 열로 인한 알러지 환자는 설탕과 밀가루, 술을 멀리하면서 팔다리 운동으로 대장의 습을 제거하시기 바랍니다.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역부족이면 한의치료를 권합니다. 한의학에선 대장의 습을 대장한습大腸寒濕과 대장습열大腸濕熱로 변증하여 효과적으로 치료하고 있답니다.


keyword
이전 09화자신의 배가 나왔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