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주 한의사 손영기 Apr 19. 2023

카지노

제주 한의사의 드라마 이야기



드라마 카지노.


배우 최민식과 손석구의 열연으로 화제인데 극중 주인공인 차무식의 이력이 흥미롭다.


대입에 있어서 나와 같은 학력고사 세대이기 때문.


나보다 5년 전에 치룬 대입 학력고사에서 282점을 얻은 차무식.


340점 만점인 학력고사에서 282점은 차무식이 희망하는 연세대 입학이 가능한 성적.


당시엔 270점 이상이면 명문대 도전이 가능.


나는 초반 모의고사에선 300점 이상을 받았으나 난독증 탓에 국어와 영어가 문제되어 점점 성적이 하락.


결국 학력고사에서 274점.


당시 274점이면 경희 한의대는 위험하지만 그외 한의대는 무난하게 입학.


드라마 카지노를 보니 학력고사 시절이 생각난다.


편법 동원과 주관 작용이 가능한 요즘의 수시와 달리 객관적으로 엄격히 평가했던 학력고사.


내 입장에선 학력고사 세대인 것이 천만다행.


극중 차무식은 연세대를 희망했고, 가능한 성적이었지만 담임 선생에 의해 무산.


공고라 공대 입학만 중시하던 담임의 딴지로 인해 지방대에 입학.


그로 인해 인생 항로가 틀어진 차무식은 카지노라는 어둠의 길로 들어선다.


나 역시 담임의 반응이 냉냉.


내가 제출한 한의대 원서를 던졌다. 서울대 원서가 아니라는 이유로.


당시 우리 학교는 강남 8학군이라 반에서 서울대만 12명 입학.


나는 10등이었기에 서울대 입학을 기대한 담임에게 지방 한의대 원서를 드리니 던진 것.


그러나 나는 차무식과 달리 인생 항로를 바꾸지 않았다.


성적 맞춰 명문대 가서 직장인되는 것보다 지방이라도 한의대 입학하여 한의사됨이 훨씬 낫다고 판단.


결국 나의 판단이 옳았으니 이미 작고하신 담임에게 현재의 나를 보여드리고 싶다.


80년대 학력고사 시절은 허례허식으로 대학 간판을 중시하던 때라 지방 의대는 입학이 상대적으로 쉬웠다.


특히 한의대는 요즘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입학 기준이 낮았다.


지방 한의대는 연고대 아래 수준.


그 덕분으로 한의대에 무난하게 입학하여 한의사가 되었으니 요즘 같아선 내 성적으로 한의대 입학이 불가능.


재미난 것은 우리 부모 세대에선 한의대 입학이 놀라울 정도로 용이.


대학 모두 떨어지고 갈 곳 없는 학생이 선택하던 것이 한의대.


격세지감.


대학 간판만 중시하던 어르신 모두 오래 전에 은퇴하여 뒷방 늙은이가 되었으나


남들 무시하던 한의대 입학하여 한의사가 된 어르신들은 80 넘은 연세에도 여전히 진료.


경험 많은 원로 한의사라며 오히려 더 우대.


대학 간판이 아닌, 전문대도 좋으니 오로지 학과만 봐야 하는 이유.


내가 "어디 출신이냐"가 아니라 "어떤 일을 하느냐"가 핵심.


이젠 나와 같은 생각인 사람이 상당수라 


명문대에 수시 합격해도 지방 의대 입학을 위해 명문대 등록을 포기하고,


명문대 졸업 후에 의학계열로 재입학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으며 심지어 전문대로 전향하는 명문대생도 있다.


나는 학과의 실속보다 대학의 간판만 중시하는 시대를 만난 덕분에 한의사가 될 수 있었던 것.


시대에 감사한다. 운인게다.



매거진의 이전글 올빼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