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관자재 1 08화

소화 흡수의 균형

제주 한의사의 한의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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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은 균형의학입니다. 부족과 함께 지나침도 병으로 보지요. 지난 글에서 강조한 흡수 역시 마찬가집니다. 흡수력 저하 뿐만 아니라 흡수가 너무 잘되는 것도 문제됩니다. 흡수를 돕는다며 빠르게 흡수되는 음식만 먹으면 오히려 병듭니다.


당뇨병이 그렇습니다. 너무 빨리 흡수되는 음식 탓에 피가 끈적거려 혈액순환이 어려운 병이지요. 현대의 대표적인 만성질환으로 꼽힐 정도로 당뇨 환자가 많음은 지나치게 빨리 흡수되는 음식을 탐닉하는 사람들이 증가해섭니다. 한편으론 소화기 문제로 영양소가 부족해 비타민, 영양제, 건강보조식품을 찾고, 다른 한편으로는 빨리 흡수되는 음식 문제로 영양이 넘쳐 당뇨병에 걸리는 것이 현대인의 모습입니다.


균형의학인 한의학 관점에서 흡수의 균형은 건강한 소화 상태에서 너무 빨리 흡수되는 음식을 피하는 것입니다. 소화기가 건강해야 흡수 부족이 없고, 빨리 흡수되는 음식을 피해야 흡수 과잉이 사라지지요. 그렇다면 빨리 흡수되는 음식이 무엇일까요? 정백(精白) 탄수화물입니다. ‘섬유질’이 제거된 탄수화물 말입니다.


비만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탄수화물을 다이어트의 적으로 여기는 분이 많은데 탄수화물은 반드시 섭취해야 하는 필수 영양소입니다. 따라서 비만의 요인은 자연 상태의 탄수화물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섬유질이 제거된 정백 탄수화물이지요. 섬유질이 제거되면 탄수화물의 체내 흡수가 빨라져 영양 과잉으로 비만이 야기되고, 피가 끈적거려 당뇨병에 걸립니다.


백미, 흰밀가루, 흰설탕. 이상 3가지가 정백 탄수화물입니다. 부드럽게 먹고자 현미, 밀, 원당을 도정시켜 섬유질이 제거된 것이지요. 흰 쌀밥에 분식 좋아하고, 단맛 즐기면 탄수화물이 빠르게 흡수되니 비만과 당뇨를 예방, 치료하려면 정백 탄수화물을 경계해야 합니다.


섭취 방법도 중요합니다. 곡물, 야채, 과일을 즙 짜거나 가루내지 말고, 온전하게 씹어 드세요. 즙이나 가루 상태에선 섬유질이 파괴되기 때문이니 제가 환자에게 미숫가루, 녹즙, 과일주스 등을 권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후르륵 마시는 방법으로 곡물, 야채, 과일을 섭취하면 영양 흡수가 빨라져 과잉 문제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타액이 섞이지 않아 소화에 부담되고요.


영양학에서 섬유질은 영양소로 분류되지 않지만 저는 영양소 이상으로 중시합니다. 흡수 속도를 늦춰 영양 과잉을 막으니까요. 포만감을 느끼게 해서 과식도 막고요. 따라서 음식 선택에 있어 섬유질을 염두에 두시길 바랍니다. 소화에 부담 없는 범주에서 섬유질 풍부한 음식을 섬유질이 파괴되지 않는 방법으로 섭취해야 흡수 균형이 이루어집니다. 한의학 관점에서 건강은 균형을 이룬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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