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책 읽는 집

"나는 누구를 돌볼 것인가" 시민 돌봄을 생각하다

[책읽는집 02] 아무튼책방 추천 도서 『새벽 세 시의 몸들에게』

by 제주껏

“‘새벽 세 시’는 이 변화들이 가장 날카롭게 지각되는 시간이다. 통증의 들쑤심에 속절없이 지새우는 밤의 새벽 세 시를, 쏟아지는 잠을 떨치며 지친 몸으로 아픈 이의 머리맡을 지키는 새벽 세 시를, 나이 들어가며 ‘전 같지 않은’ 몸을 마주하게 되는 새벽 세 시를 떠올려보라.”



제목이 참으로 인상적인 책이다. 왜 하필 ‘새벽 세 시’일까? 나에게 새벽 세 시는 무의식의 세계로 다가온다. 한창 놀기 좋아하던 20대 때 아무리 늦은 시간까지 놀더라도 새벽 세 시에는 곯아떨어졌었고, 미라클 모닝을 실천해 보리라 의지를 불태웠을 때도 가장 빨리 일어난 시간은 새벽 네 시쯤이었다. 그것조차 하루를 넘기지는 못했지만...


어렵게 새벽 세 시의 기억을 긁어모아 보자니, 출산예정일을 앞두고 이틀 동안 밤을 새워 가진통과 진통을 겪어냈을 당시 나는 새벽 세 시에 깨어 있었다. 진통을 남일이라는 듯 곤히 잠만 자는 남편이 야속하기도 했지만, 결국 내 몸의 통증은 그 누구도 아닌 나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세상 이치를 깨닫는 순간이었다. 아이를 낳은 이후로는 밤낮 구분 없이 깨어 있었다. 아이가 가져다준 새벽 세 시의 감각이랄까, 나의 새벽 세 시도 통증과 함께였고 돌봐야 하는 누군가로 인해 잠을 설쳐야 했던, 이전에는 상상해보지 못한 삶의 변화를 경험하는 시간이었다.


이 책은 ‘시민 돌봄’이라는 굉장히 생소한 개념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대부분 그러하겠지만, 나 역시도 돌봄이란 가족 안에서 해결되어야 한다고, 피치 못한 사정이 있거나 가족이 부재할 경우에만 정부의 도움을 받는 영역으로 이해했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의 아이를 키우는 일을 한 명의 ‘시민’을 길러낸다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엄마로서의 숙명이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한 명의 시민 돌봄을 일임받았다고 말이다. 그 생각을 하는 순간, 엉겨 붙은 듯 밀착되어 있던 아이와의 관계에 느슨한 틈이 생기는 기분이 들었다. 이러한 거리감을 가지고 양육을 할 수 있다면 서로에게 보다 건강한 돌봄 관계가 형성될 것만 같았다.


정부의 지원을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졌다. 매월 받는 아동수당과 학원비 소득공제와 같은 제도의 의미도 분명해졌다. 동시에 지원 규모가 얼마나 보잘것없는지도 알게 되었다. 결국 상당한 수준의 돌봄 비용이 ‘가족’에게 전가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책에서는 ‘누가 나를 돌봐줄 것인가’를 묻기 이전에 ‘나는 누구를 돌볼 것인가’에 대해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모든 인간은 시민으로서 사회 안에서 살아가기 위해 돌보는 실력과 돌봄 받는 실력 둘 다를 키워가야 한다’고 말이다.


주책(책방지기) 님은 올 한 해 ‘시민 돌봄’에 대해 깊이 있게 들여다볼 것이라 얘기하셨다. 이를 위한 첫 책이 바로 『새벽 세 시의 몸들에게』다. 나 역시 계속해서 질문을 던져보려 한다.


‘나는 누구를 돌볼 것인가.’


이 질문 속에서 시민 돌봄이라는 개념이 나의 삶에 스며들기를 바라본다.


* 더 생생하고 자세한 이야기는 팟캐스트 '책읽는집'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팟빵 링크 : https://www.podbbang.com/channels/1793729/episodes/25232234)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작가가 아니라 질문하는 사람으로 불리길 원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