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책 읽는 집

"작가가 아니라 질문하는 사람으로 불리길 원했어요"

[책읽는집 01] 이진 작가님이 말하는 코비 야마다(그림책카페 노란우산)

by 제주껏

#. 코비 야마다


"이 작가의 책 얘기를 하고 싶어요."

'그림책카페 노란우산' 이진 대표님(이하 지니 님)께 첫 방송 때 함께 얘기 나눌 그림책 추천을 부탁드렸을 때, 책 세 권을 내밀었다.


『아마도 너라면』

『나의 작은 오리에게』

『나의 작은 라쿤에게』


모두 '코비 야마다'라는 글 작가의 책이다. 매월 작가별로 그림책 큐레이션을 채우고 싶다는 지니 님의 첫 선택이라니 기대가 컸다. 기쁘게 호응해주고 싶었지만 너무나 생소한 작가였다.


손바닥 사이즈의 '나의 작은~~'으로 시작되는 책들은 평범에 가까웠다. 지니 님은 이런 내 마음을 눈치채셨는지 바로 책을 집어 들고 말씀을 이어갔다.


"이 책 뒤표지에 뭐라고 적혀 있는 줄 아세요?"


그 말에 다시 귀가 솔깃했다. 그림책의 묘미 중 하나는, 앞표지와 뒤표지 또는 앞 내지와 뒤 내지에 숨겨 놓은 작가의 메시지를 찾아내는 것이다. 책을 휙 뒤집어 보았다.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아흔아홉 살 그리고 그보다 더 어린 사람에게 이 책을 건넵니다."


이럴 수가... 할 말을 잃은 채 그저 탄성만 질렀다. 아기 오리는 나였어, 아기 라쿤이 다름 아닌 나였다니! 세상 모든 사람이 그저 연약하고 하지만 완전한 존재인, 아기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어떤 분은 이 책을 딸의 결혼식 때 낭독해 줬다고 해요."


어린 엄마가 그보다 더 어린 딸의 새로운 시작 때 읽어줄 법한 이야기라면 그 이야기는 이미 호감으로 다가왔다. 그제야 코비 야마다에게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다.


나는 『나의 작은 라쿤에게』를 택했다. 이 책의 부제인 '꿈을 놓치지 않는다면'이란 말이 와닿았다. 이 팟캐스트를 하고 싶다는 꿈, 사람들과 책을 매개로 깊고도 즐거운 얘기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놓지 않고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그 실행이 너무나 어려워 지금까지 미뤄왔던 일이기에 라쿤에 감정 이입이 되었던 것 같다.


대화를 나누던 중 저 멀리서도 반짝반짝 빛을 발하는 책이 바로 『아마도 너라면』이다. 왠지 몽환적인 묘한 느낌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같은 글 작가일지라도 그림이 달라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느낌의 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는 사례다.


이 책의 그림은 가브리엘라 버루시라는 스페인 출신 화가가 그렸다. 지니 님은 이 작가의 기법이 '매직 리얼리즘(magic realism)'이라고 알려주셨다. 마술 같은 일이 현실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는 느낌을 주는 그림들. 사람과 동물이 늘 그랬다는 듯이 친구처럼 가까이 있고, 책 안으로 난 동굴 같은 계단 속으로 서슴없이 걸어 들어가는 모습은 잠자리에 가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앞의 두 책이 코비 야마다의 글의 이해를 돕는 보조 역할을 하는 느낌이라면, 『아마도 너라면』은 글과 그림 작가가 매우 동등한 위치에서 각자의 예술 세계를 콜라보한 것에 가깝다.


『아마도 너라면』과 『나의 작은 라쿤에게』 두 권을 사고 책방을 나왔다. 꿈을 놓치지 않고 걸어가는 길은, 요즘 세상에서는 무엇보다 비현실적으로 여겨지기 마련이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꿈을 좇다니... 하지만 나는 그 비현실적 현실을 어떻게든 부여잡아 보려 한다.


* 더 생생하고 자세한 이야기는 팟캐스트 '책읽는집'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팟빵 링크 : https://dlink.podbbang.com/6890db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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