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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작품보다 불완전한 나를 공유할 때

[책-프로세스 이코노미 리뷰]나만의 '왜(why)'를 찾아보기

by 제주껏
제목: 프로세스 이코노미
저자: 오바라 가즈히로(이정미 옮김, 김용섭 해제)
출판사: (주)인플루엔셜
출간년도: 2022년


어느 날 온라인 서점에서 보낸 푸시 알림을 받았다. 마인드 마이너 '송길영'이 추천하는 책 『프로세스 이코노미』. 이 문구 하나만 보고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이 책을 선택했다. 송길영 님이 쓴 책을 거의 다 읽어봤을 뿐 아니라 그의 통찰에 늘 감탄하고 있던 터라 이 책에도 믿음이 갔기 때문이다.


여타의 브랜딩이나 마케팅 책과 달리 일본 저자의 책이다. 그래서인지 한 손에 쏙 잡히는 사이즈에 내용도 간결하다. 스토리를 길게 늘여 쓰기보다 핵심 원리를 요약한 형태라 금세 읽힌다. 책이 주장하는 바대로라면, 나는 이 책이 완성된 프로세스를 전혀 모르지만 평소 좋아하는 사람의 추천을 받는 순간 책과의 관계를 형성했다. 이것이 유명인 추천이나 입소문과 같은 전통적인 방식의 마케팅이다.


전통적인 마케팅에서는 자본과 인맥 등의 자원이 있어야 제품이 힘을 가진다. 이 책에서는 나라는 사람 한 명의 스토리와 행동으로도 충분히 성과를 낼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앞으로는 프로세스에 공을 들여야 함을 강조한다. 프로세스란, '결과가 아닌 과정 자체가 팔리는 시스템'으로 요약할 수 있다.


프로세스 이코노미의 장점은 세 가지로 꼽힌다. 첫째, 아웃풋이 완성되기 전부터 돈을 벌 수 있다. 둘째, 크리에이터들의 외로움을 해소할 수 있다. 셋째, 충성도가 높은 팬을 확보할 수 있다. 세 가지 장점 안에 현재 내가 하고 있는 고민이 압축돼 있다.


나는 매월 한 번 발행되는 종이 홍보물을 만들고 있다. 기획에서부터 취재, 촬영, 편집, 교정 작업 등의 긴긴 과정을 거쳐 하나의 인쇄물이 나오는데 한 달을 갈아넣고 만든 제품치고는 유효기간은 4~5일을 넘지 못한다. 최종 아웃풋이 나오기까지 과정을 공유하면 그것 또한 색다른 스토리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어떻게 콘텐츠화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던 참이다. 또, 크리에이터의 외로움이라면 홍보물을 만들다 보면 내가 일방적으로 정보를 주입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외로움과 걱정을 덜기 위해 제작 과정 자체를 소비자와 공유하는 것은 서로에게 좋다. 이렇게 하다 보면 서로 관계를 맺게 되고 그것이 바로 충성도 높은 팬이 되는 것 아닐까?


프로세스 이코노미에 가장 필요한 것은 '왜(why)'이다. 대단한 '무엇(what)'을 엄청난 기술과 노력을 투입해 '어떻게(how)' 만들었는지는 대동소이해졌다. 그런 만큼 '왜'에서 차별성을 나타내야만 한다. '왜'의 중요성에 대해 테드 강연을 하나 추천해 주는데 이 역시 유익하다(TED 초창기 영상으로 화려한 PPT가 아닌 종이를 넘겨가며 매직으로 그림을 그려 설명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내가 하는 일에 있어서 썸네일에 보여지는 동심원을 그려보는 것도 좋겠다. https://youtu.be/u4ZoJKF_VuA


프로세스 이코노미의 위험성도 언급한다. 이 역시 '왜'에 대한 중심이 명확하다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자신의 의지대로 자율적으로 살아오던 사람이 프로세스 이코노미의 함정에 빠지면 관객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목적이 되어버릴 수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관객이 주체가 되고, 인생의 방향키를 그들에게 쥐어주게 된다. 이렇게 되지 않으려면 타인이 만들어낸 허상에 잠식되지 않도록 그동안 품어왔던 나의 ‘왜’를 항상 되새겨야 한다. 나는 왜 이 일을 시작했는가.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 항상 스스로 묻고 되돌아보는 시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191쪽)


이 책의 해제를 맡은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김용섭 소장의 글도 흥미롭게 읽었다. 프로세스 이코노미의 흐름과 우리나라의 성공 사례를 풀어썼는데 처음 언급되는 인물이 웹툰작가 이말년이다. 이말년... 만화를 본 적 없지만 이름은 익숙한 사람. 최근에 남편이 매일같이 보는 유튜브 채널 '침착맨'이 바로 이말년의 콘텐츠다. 그는 최근 몇 년동안 웹툰을 그리지 않았는데 그 이유가 "쉽게 돈 버는 법을 알게 돼서"란다. 남편의 말에 따르면 현재 구독자가 160만 명(서브 채널 제외)을 넘어섰는데, 목요일 빼고 매일 콘텐츠가 올라온단다. 그것을 남편은 매일같이 들여다 본다. 이말년의 사생활을 꿰고 있고 비슷한 생각을 공유하며, 꽤나 친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쉽게 돈을 번다는 말이 프로세스 이코노미의 여러 측면을 다 표현하고 있었다. 자신이 살아가는 과정을 공유하며 가치를 창출하는 동시에, 자신의 '왜'를 분명히 알고 중심을 잡고 나가야 함을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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