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을 매일 조율하며 좋은 악기가 되려 노력하다

매일의 발성 훈련을 통해 나를 만들어가는 시간

by 제주껏

10여 년도 훨씬 전에 이것저것 배우고 싶은 것들을 시도하던 목록 중에는 '아이리쉬 하프'도 있었다. 등에 업으면 거북이 등껍질을 씌운 것처럼 상반신을 전부 가리던 크기의 하프지만, 그래도 휴대가 가능한 수준. 짧은 줄부터 긴 줄까지 수십개가 늘어서 있는데, 수업을 시작하기 전 일찍 도착해 줄 하나하나 조여가며 튜닝을 했던 기억이 난다. 연주 수준은 형편없을지언정 조율할 때만큼은 전문가 같은 몰입의 느낌을 한껏 즐겼다.


성우 학원에서 목소리를 찾기 위한 발성교육을 받으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업 시간이 아니라 매일의 꾸준한 훈련임을 절감하고 있다. 하긴, 모든 학습은 결국 스승에게서 배운 것을 연습과 단련을 통해 자기화함으로써 발전을 이룩하는 것이 목표인 것이다.


내 몸이라는 악기를 찬찬히 살펴본다. 160cm가 조금 넘는 길이에 숨통은 큰 편, 몸에 힘을 과도하게 주는 생활 습관 때문인지 부드럽게 힘을 빼주는 것이 관건이다. 하루의 조율은 대략 이러한 흐름으로 진행된다.




1. 깊이 숨을 들이쉬고 천천히 숨을 내뱉으며 기운을 편안하게 가라앉힌다. 내가 흥분되어 있는 상태가 아님에도 이 호흡을 하고 있으면 갑자기 다른 상황에 놓인 것처럼 빠르게 진정되고 차분해진다. 아, 이렇게 산소를 집어넣어주면서 이제 연주할 준비를 해야지 내 몸을 다독이는 것이다.


2. 숨을 들이쉰 채로 목에 힘을 완전히 뺀 채로 '하' '하' '하' 소리를 반복해서 낸다. 복부에서 공기를 제대로 뿜어낼 수 있도록 하는 동작인데, 오르간으로 치면 페달을 펌프처럼 밟는 느낌이다.


3. 숨을 몸에 가득 채우고 입을 '우' 모양으로 모아서 '위~~~~' 소리를 할 수 있는 만큼 길게 뱉는다. 배에 있는 공기로 소리를 밀어내는데 이 때 공기가 퍼지지 않고 하나의 점으로 수렴하도록 하는 연습니다.


4. 이제 '가갸거겨'로 시작해서 '후휴흐히'까지의 글자를 스타카토처럼 끊어가면 힘있게 뱉어낸다. 자음과 모음이 합쳐진 글자를 발음하는 것인 만큼 호흡과 동시에 발음도 정확히 하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




위 방법은 성우 1:1 교육에서 선생님이 알려주신 매일 하면 좋은 루틴의 한 세트이다. 4가지를 다 하는 데는 5~10분 정도가 소요된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하고 나면 내 몸의 에너지는 안정되고 몸의 긴장은 이완되며 아랫배는 어느 정도 단단한 상태로 유지된다. 비로소 내 몸이 무엇이든 말할 최소한의 준비가 된 것이다. 1~4번을 하다 보면 몸이 근질거려서 자연스럽게 기지개도 켜고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기도 한다.


매일 루틴을 하다 보니 내가 어떤 악기라도 된 것 같다. 동시에 10여 년 전 아이리쉬 하프를 정성스레 조율하던 추억이 떠올랐다. 내 몸의 근육 하나 하나를 조금씩 더 느낄 수 있게 되는 것도 기쁘고 내가 내 몸을 정성껏 돌보는 것이 느껴져 마음까지 따뜻해진다.


애초에 좋은 악기라면 이렇게 조율이 어렵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나에게 좋은 악기는 현재 내가 가장 아끼는 그 악기, 바로 내 몸이다. 이렇게 잘 다루다 보면 내가 하는 말이 소음이 아니라 음악이라는 예술로 승화하는 날이 오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다. 나는 오늘도 심호흡으로 시작하는 내 몸 조율로 또다른 나를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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