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성우 교육 세 번째 시간 후기
"원고를 읽으면서 표현하고 싶은 분위기를 생각해보고 그 느낌을 가지고 읽어볼게요."
지난 시간까지 뉴스 원고로 힘있게 소리를 내는 연습을 했다면 이번 시간에는 에세이 두 편을 건네받았다. 편안한 구어체의 말들, 어렵지 않게 읽어 내려갔지만 막상 분위기를 잡아보려니 막막해졌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잘 읽는 데 집중하자며 부스에 들어갔다. 아랫배를 단단하게 하고 배운 것들을 다 적용해보려 낑낑대면서 적당히 감정을 넣어가면서 원고를 읽었다.
"글자를 또박또박 잘 읽는데 왠지 멘트에서 의지가 느껴지지 않아요. 성의가 없어 보인달까, 그래서 금방 지루해지고 말아요."
윽, 아픈 말들이다. 녹음된 목소리를 들어보니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들어도 단조롭고 지루했다. 뭐가 문제일까. 답답하기만 했다.
"글을 낭독하는 사람은 읽어야 하는 글을 자신이 하는 말로 표현해야 해요. 친절하게 무언가를 안내해 주려는 정성이 보여야죠. 그런 의미에서 표정을 상냥하게 하면 소리에 친절이 묻어나는 데 도움이 돼요."
표정이라면 무뚝뚝하기 그지 없는 나에게 정곡을 찌르는 말이었다. 취직하고 10여년 간 크고 작은 지역 내 행사 진행을 도맡아 했다. 사회자 석에서 행사를 준비하고 대기하는 시간 중에 한 선배뻘 직원이 내게 와서 속삭였다. "생글생글 웃고 있어 봐." 내가 그렇게 무표정했나? 그렇다고 말을 듣자마자 생글거리고 웃을 수도 없었다. 왠지 내가 아닌 모습을 꾸며내는 가식으로 여겨졌고 하지 않던 행동이라 해보려 해도 되지 않았다. 그냥 나는 시크한 모습으로 가자고 혼자 고집을 부리듯 마음 먹었다.
상냥한 표정에 대한 피드백을 듣는데 나는 오래전부터 내가 고수해온 나의 무뚝뚝함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누구보다 사람을 좋아하고 정이 많은 사람인데 왜 그것을 표정으로 드러내는 걸 싫어했을까? 사람들에게 내 마음을 들키는 것 같아 부끄러웠던 것도 같고, 마음이라는 본질이 중요하지 표정으로 드러내는 것은 과장이고 가식이라고 여겼던 것도 같다. 그래서 효과를 거두었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사람들은 내 표정을 보고 마음을 오해하기 일쑤였고 내 진심을 알아주기는 커녕 오해만 쌓여갔다. 당연하다. 마음은 보이지 않으니까.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 그 표정이 나의 태도가 되고, 그것이 목소리를 타고 흘러나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원고를 다시 읽어 보았다. 이번에는 억지로라도 입꼬리를 올리고 눈도 찡긋거리면서. 어색하기 이를 데 없었다. 목소리에서는 차이가 미미했다. 당연하다. 평생의 습관이 한 번의 행동으로 변할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내 기분만은 확연히 달라졌다. 스스로 기분이 좋아졌다. 상냥함이 이렇게 좋은 느낌이었나 생각이 들 정도다.
그래, 나는 원래 상냥한 사람이다. 그런 모습을 굳이 드러내지 않으려고 무뚝뚝한 척 시크한 척 살아왔다. 이제는 나의 상냥함을 감추지 않으려 한다. 아니 가진 것보다 더 상냥해지려고 더욱 노력하고 그것을 표현하며 살아보고 싶다. 내 표정으로 내 목소리로 나의 마음을 한껏 드러내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