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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껏 Apr 01. 2024

양치질 '333'만큼 기억해둬야 할 시간관리 '357'

경력잇는 여자들 <엄청난 가치> 5강_시간관리 두 번째 시간

#. 오늘도 실패다. 새벽에 요가수련을 가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번번이 지키지 못하고 만다. 지난겨울에 잠시 새벽 수련을 멈췄는데 다시 시작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알람소리에 깨고도 다시 잠이 들어 버려서, 비가 많이 와서, 너무 추워서, 머릿속에서는 가지 못할 수십 가지 이유가 동시다발적으로 떠오른다. 저녁이 되면 내일은 새벽에 꼭 요가 수련을 하겠다고 각오를 다진다. 나는 왜 이렇게 스스로에게 핑계를 대는 걸까?



 시간관리 두 번째 시간을 앞두고 내 머릿속에서는 이런 생각들이 마구 뒤엉키고 있었다. 시간관리 다이어리는 잘 펼쳐보지도 못한 채로 여백만이 가득했다. 이미 내 생활은 나름대로 정해진 루틴들도 꽉 들어차 있어서 담 몇 분 동안 다이어리를 펼쳐볼 시간을 의식적으로 할애하지 못한 것이다. 오늘, 제대로 배워보자. 다시 시도해 보자는 마음으로 자리에 앉았다.


 이 날은 컬러링 기법을 배웠다. 주 업무와 보조 업무, 자기 계발 시간, 나만을 위한 시간, 커뮤니티 시간, 가족과의 시간에 따라 6가지 색깔로 구분해 시간을 표시할 수 있다. 색깔을 사용하니 내가 쓰는 시간들의 성격이 확연히 구분됐다. 내가 하는 행위들은 어떤 시간에 포함되는지를 적어보았는데, 팀원들과 내용을 비교해 보니 나는 '가사일'을 어디에도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조금 충격적이었다. 음식을 만들고 집안을 청소하고 아이를 씻기는 일에 대부분의 에너지를 쏟고 있음에도 나는 그것을 의미 있는 행위로 여기고 있지 않았던 것일까? 내가 시간을 하나의 덩어리로 다룬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당장 보조 업무 칸에 '가사일'을 추가했다.  


 요가 수련은 내게 어떤 의미일까? 건강을 위한 자기 계발이기도 하지만 오롯이 나만의 세계에 머무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독서는? 토론 전문가로서의 나에게는 '주 업무'인 동시에, 자기 계발에 필요한 지식을 얻고 지적 욕구를 충족하는 나만의 취미 활동이기도 하다. 하나의 행위가 여러 항목에 중복된다면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색깔을 입히면 된다.


 다시 다이어리를 펼쳤다. 크게는 업무와 생활에서 해야 할 일을 구분하고 그 안에서 다시 색깔로 성격을 나누어 봤다. 한두 가지 색깔만 썼을 뿐인데도 나의 시간에 입체감이 생긴 것 같았다. 내일 해야 할 일에 가장 먼저 '새벽 요가'를 적어 넣었다. 적고 보니 할 일이 또렷해졌다. 마음속으로만 중얼거렸던 '사적인 속삭임'이 '공적인 선언'으로 탈바꿈하는 순간이다. 꼭 하지 않으면 안 될 나와의 약속.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벌떡 일어나 요가 수련을 하고 돌아왔다. 바로 다이어리를 펴서 체크리스트에 당당히 표시를 했다.


 이렇게 시간 관리를 하면 되는 거구나! 선생님은 하루 3번, 5분씩 매일 피드백을, 한 주(7일)가 지난 후 주간 피드백을 진행하라고 조언하셨다. 한 번 쓰는 것 이상으로 다이어리를 계속 들여다보고 보완하는 작업이 병행되어야 한다. 어린 시절 양치질 '333'을 귀가 아프게 들어왔는데, 이제는 시간관리 '357'을 마음에 새겨야 할 판이다.


 나의 시간을 솔직하게 들여다 보기는 생각보다 어려웠다. 계획한 일 중 지키지 못한 것이 있을 때 그것을 적고 싶지 않아서 다이어리 펴기를 주저하는 나를 발견했다. 그러면 자연스레 다이어리가 멀어지고 내 시간은 어딘가를 떠돌아다닌다. 자, 이제 마주하자. 못한 일은 못했다고 인정하고 왜 못했는지를 떠올리며 현재의 나 자신을 받아들이자.


 주말이 되었다. 여느 때처럼 가족들과 여유로운 휴식을 즐겼지만 이를 기록으로 옮겨내지는 못했다. '별 것도 아닌데 굳이 적을 필요가 있겠어?' 하는 생각이 여전히 나를 지배하고 있다. 월요일 새벽, 나는 여전히 요가 수련을 가지 못했다. 주말 내내 다이어리를 펼치지 않은 탓일까? 이번에는 바로 오늘 날짜를 펼쳐 빨간 펜으로 'X' 표시를 했다. 오늘의 나를 직시하고 다음 날을 계획할 때 나는 어제보다 더 성장할 수 있다. 단, 내가 잘한 일에 대해서는 한없이 칭찬해 주는 것 또한 잊지 말자. <엄청난 가치> 자기돌봄에서 배운 가장 소중한 덕목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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