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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껏 Apr 02. 2024

내면아이? 어른들 안에는 아이가 산대

경력잇는 여자들 <엄청난 가치> 6강_내면아이 돌봄

 월요병은 직장을 다니든 아니든 정확히 찾아오는 걸까. 아침부터 허둥대는데 아이가 기침하는 소리를 들으니 병원도 들러야 할 각이다. 서둘러 병원에 갔지만 대기인원만 15명. 체념하듯 느긋하게 대기하고 아이 약을 제조해 가방에 들려 보낸 후에야 겨우 수업 장소로 갈 수 있었다.


 선생님이 내 상태를 알기라도 한 것처럼, 오늘은 수업 전 5분 동안 자기돌봄 명상을 했다. 음성 가이드에 따라 눈을 감고 가만히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졌다. 등원시간 내내 혼잡했던 생각들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아, 좋다.


  매주 월요일은 '자기돌봄' 하브루타를 하는 시간이다. 오늘은 음악 하브루타. 어떤 음악일까. 일단 또 눈을 감고 들어보란다. 이 음악을 듣고 어떤 답을 해야 할까. 도입부 음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며 신경을 집중했다. 이렇게 시험 보듯이 하는 게 하브루타는 아닌 것 같지만, 어딜 가도 벗어나지 못하는 모범생 콤플렉스다. 전주 부분이 끝나자 익숙한 피아노 건반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가사.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내 속엔 헛된 바람들로 당신의 편할 곳 없네.

(...)

Jo Sung Mo (조성모) - Thorn Tree (가시나무) - YouTube



 아, 좋다. 오래전 한참 유행하던 조성모의 '가시나무'가 여기서 나오다니. 뭔가 무방비 상태에서 노래가 나를 훅 파고드는 느낌이었다. 이전에는 20대였어서 그런지 가사보다는 멜로디가 좋아서 흥얼거렸던 곡이었는데, 이번에는 가사 단어 하나하나가 심장에 콕콕 와닿았다. 어, 이러면 안 되는데. 눈물이 나오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느라 집중이 살짝 흩어졌다. 가사가 또렷이 다가온 것은 내가 그동안의 삶에서 점점 가시나무처럼 바삭 마르고 날카로워졌기 때문일까.


『어른들 안에는 아이가 산대(헨리 블랙쇼 지음, 길벗스쿨, 2020)』겉표지.


 오늘은 자기돌봄 중에서도 '내면아이 돌봄'을 시도해 보았다. 내 안에 많은 나 중에 한 번도 관심 있게 들여다보지 않았던 '내면아이'. 선생님은 이와 관련한 재미있는 동화 <<어른들 안에는 아이가 산대(헨리 블랙쇼 지음, 길벗스쿨)>>를 들려주셨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안에 아이를 품고 있으며 그 아이는 갑자기 불쑥불쑥 튀어나온다고. 이 아이는 어른이 되어도 여전히 자신 안에 살고 있으니 언제나 우리 안의 아이를 아껴 주고 그 아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림으로 시각화된 내면아이를 보니 나의 '내면아이'의 모습도 어렴풋하게나마 그려보게 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는 <용서의 선언>을 낭독하면서 '용서'에 대해 이야기했다. 갑자기 왜 '용서'일까? 자신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지 못하면 어른이 되어서도 그 아픔을 그대로 안고 살아가게 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상처를 줬던 존재(나 자신, 부모, 다른 사람 등)를 진심으로 용서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진정한 치유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난 딱히 용서할 대상이 없는데? 누굴 용서하지?라는 생각이 드는 건, 아직 용서의 때가 찾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너무 아팠기에 없는 일처럼 저 깊은 곳에 묻어놓았던 상처들을 조심스레 들여다보는 용기를 내어 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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