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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껏 Apr 08. 2024

어떤 글도 쓰지 않고 그저 들여다보았다

경력잇는 여자들 <엄청난 가치> 7강_글쓰기 첫 번째 시간

 

광고 이미지들.

 

 위 이미지는 어떤 제품의 광고일까? 정답, 왼쪽은 밥솥, 오른쪽은 헬멧 광고이다. 밥이 너무 맛있어서 국과 반찬 대신 밥을 먹겠다는 표현과 헬멧이 튼튼히 머리만 다치지 않은 모습을 나타낸 것. 기발한 아이디어다. 창의성은 새로운 시각으로 사물을 이해하는 데서 비롯된다. 


 글쓰기 첫 번째 수업에서 우리는 다양한 광고 이미지나 고정관념을 깨는 퀴즈를 연이어 풀었다. 기존의 경직된 사고의 틀을 깨어주는 이러한 시간은 언제나 흥미롭다. 그래서 창의성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될 줄 알았더니 다시 주제는 '나'로 돌아왔다. 


 나를 이해하기. 


 그동안 내가 나라고 알고 있었던, 어찌 보면 남보다 더 띄엄띄엄 알고 있는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다소 의아하기도 했다. 글을 쓰는 일에 대체 나의 어느 심연까지 들여다보고 끄집어내어야 하는 것일까. 하지만 그 생각은 나를 마주하기 귀찮아하는 내면의 게으름일 뿐이다. 선생님도 그 부분을 정확히 꼬집으셨다. 자기를 들여다보는 데 분명 저항이 생길 것이라고. 그렇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느냐는 생각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왔다. 그래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글을 쓸 때는 좋은 나도, 불편한 나도, 부끄러운 나도 평등해야 한다. 모든 나에 대해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는 상태가 되면 글을 쓸 준비가 된 것이다. 그것을 모두 글로 표현할 필요는 없다. 표현은 자신이 취사 선택하면 된다. 



 인생 그래프를 그렸다. 이제까지 살아온 삶에서 10대 사건을 뽑고 그것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또는 불행했는지 수치화한 다음 선으로 연결했다. '내 그래프는 참 들쭉날쭉하다'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주변 사람들이 "평탄하게 잘 살아오셨나 봐요"라고 평한다. 가장 불행했던 일들의 수치가 -6~-7을 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확인차 다른 참석자들 그래프를 힐끗 보니, 과연 -9~-10까지 소위 바닥을 찍는 일들이 한두 개씩은 있었다. 그렇구나. 나는 무척 힘든 일이라고 생각한 것도 남들보다 덜 고통스럽게 받아들였구나, 아니면 내가 고통을 아무렇지도 않은 일로 치부하려는 마음이 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쓰기 첫 시간에는 어떤 글도 쓰지 않았다. 오로지 나를 돌아보았다. 아직도 부족하다. 그동안 나는 끊임없이 물결치는 호수 위에서 배를 타듯 바쁘게만 노를 저었다. 이제는 그 노를 잠시 멈춘다. 물이 잔잔해질 때까지. 배가 움직이지 않아 심심하고 지루하고 답답할수록 더 가만히 있어 본다. 그렇게 점점 물결이 차분해지고 불순물이 가라앉으면 깊은 물속 진짜 내 모습이 영롱하게 떠오를 수 있도록. 노를 젓는 부산한 즐거움 대신 심심하지만 나를 찾아가는 행복에 빠져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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