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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껏 Apr 09. 2024

괜찮아도 괜찮아, 안 괜찮아도 괜찮아.

경력잇는 여자들 <엄청난 가치> 8강_향기 자기돌봄

자신에게 필요한 향을 찾는 시간.

  오늘은 향기로 수업을 열었다. 크게 두 가지 분류로 향을 나누어 놓고 향을 맡았을 때 직감적으로 좋다고 느끼는 향을 고르는 것. 앞에 놓인 향들은 적힌 단어에 맞는 성분으로 여러 오일을 혼합한 아로마였다. 대부분의 참석자는 첫 번째 선택에서 '밸런스'를 선택했다. 선생님은 가장 끌리는 향에 적힌 문구가 현재 가장 필요한 요소라고 말씀하셨다. 우리에게 삶의 균형이 필요하다. 하긴, 그 균형을 찾기 위해 모두 이 프로그램에 함께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두 번째 선택지는 향의 종류가 6가지로 더 많았다. 이미 여러 향을 맡은 뒤라 후각은 벌써 피로해지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킁킁 거리며 향을 맡아보았다. 딱 하나를 고르기는 어려웠지만 확실히 깊이 들이마시고픈 향과 인상을 찌푸리게 되는 향은 구분되었다. 내가 선택한 향의 계열은 '치어', '피스어필' 두 개를 골랐다. 그중 고민 끝에 '치어' 향을 1번으로 정했다. 이 향을 고른 사람들은 현재 많은 응원과 칭찬, 우쭈쭈가 필요한 상태라고 했다. 어느 정도 맞아 보였다. 지금은 어느 정도 회복했지만 지난해 제주로 내려올 때만 해도 나의 쓸모와 가치에 대해 누구보다 가장 불신한 사람이 나였고, 내가 뭘 잘할 수 있을지 몰라 숨어들고만 싶었기 때문이다. 


 이제 자신이 택한 향을 손에 1~2방울 떨어뜨려 마사지해 주었다. 오늘 하루만큼은 나에게 필요한 기운을 향기로 전해 본다. 상큼한 계열의 '치어' 향기를 몸에 입으니 몸과 마음, 정신까지 꽃처럼 피어나는 것 같았다. 이렇게도 응원을 받을 수 있구나, 마음속으로 환하게 웃어 보았다. 


D.O. 디오 '괜찮아도 괜찮아 (That's okay)' Live Clip - YouTube


 향에 이어 음악 감상 시간. 눈을 지그시 감고 스피커를 타고 흐르는 <괜찮아도 괜찮아>를 감상했다. 개인적으로 노래는 그저 배경으로만 사용했었는데 <엄청난 가치> 프로그램의 '자기돌봄'을 하면서부터 멜로디와 가사를 집중해서 듣는 감상이란 걸 깊이 체험하고 있다. 음악 한 곡에 몰입하는 이 시간이 행복하다. 이런 호사를 또 언제 누려볼까 싶다. 



때론 울고 때론 웃고 기대하고 아파하지

다시 설레고 무뎌지고 마음이 가는 대로 있는 그대로



 노래를 그냥 듣고 있지는 않는다. 감상 후에는 가사 중 나만의 울림 문장을 적어 보고 가사를 보며 떠오르는 질문을 적는다. 위에 적은 부분이 내가 적은 '울림 문장'이다. 나의 삶에서 일어나는 마음 작용과 그에 따른 내 신체 반응도 오락가락하지만, 그것이 곧 내 마음이 가는 대로 살아가는 지극히 나다운 모습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책 <마음이 아플까 봐> 표지.


[마음이 아플까 봐] 올리버제퍼스 글•그림. 이승숙 옮김. 아름다운사람들 � 책읽어주는 큐티남매 - YouTube


 자연스레 오늘은 자신의 마음의 안부를 묻는 시간으로 발전했다. 이어서 함께 읽은 동화는 <마음이 아플까봐(올리버제퍼스 글/그림, 이승숙 옮김, 아름다운사람들, 2010)>이었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신비로움으로 가득했던 한 소녀는, 할아버지와 이별한 뒤 슬픔을 감당할 수 없어 자신의 마음을 꺼내 유리병이 넣고 다닌다. 마음은 아프지 않았지만 병은 점점 무거워졌고 불편했다. 이 병은 너무 단단하고 입구도 좁아서 어떻게 해도 마음을 꺼낼 수가 없었다. 어느 날, 또 다른 작은 아이를 만나는데 이 아이가 소녀의 마음을 병에서 꺼내어 준다. 아이는 어떻게 마음을 꺼낸 것일까? 


 답은 나오지 않는다. 우리는 많은 부분을 각자의 상상과 짐작에 맡길 뿐이었다. 소녀의 상황에 나 자신을 대입하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나 역시 어딘가에 마음을 꽁꽁 밀봉해 두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마음은 숨겨두어서도 안 되며 숨길 필요도 없다. 마음이 있어야 하는 자리는 바로 따뜻한 체온이 흐르는 내 가슴 어딘가였다. 


 선생님께서는 이 동화가 '애도'에 대해 말해준다고 덧붙여주셨다. 누구나 경험하는 상실의 경험을 충분히 애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우리는 기쁜 감정만이 좋고 슬픔은 부정하는 경향이 있는데 두 개의 감정은 늘 함께 존재하는 것이라고도 하셨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 '기쁨'이와 '슬픔'이의 머리 색깔이 똑같다는 것도 이번에야 새삼 인지했다. 기쁨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 이상으로 슬픔 역시 내면의 성장을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하셨다. 


 "우리는 안 괜찮아도 괜찮아요."


 이 날 수업의 결론에 해당하는 한 마디. 괜찮아서 괜찮은 것이 아니라 '괜찮아도' '안 괜찮아도' 우리는 늘 괜찮다. 괜괜안괜. 난 오늘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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